인권 개선한다던 中 국가감찰법, '인권 침해' 논란

입력 2017-11-17 13:05  

인권 개선한다던 中 국가감찰법, '인권 침해' 논란

구금 시 '변호인 접견권' 부정…구금 기간도 감찰위가 자의적 결정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인권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자랑했던 국가감찰법이 인권 침해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 보도했다.

국가감찰법은 공산당 사정기관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와 행정부인 국무원의 감찰 조직 등을 통합한 거대조직인 '국가감찰위원회'의 신설을 규정한 법이다.

국가감찰법은 지금껏 인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쌍규'(雙規)의 제도적 개선안을 마련했다.

쌍규는 당 중앙기율위가 비리 혐의 당원을 정식 형사 입건하기 전에 연행해 구금 상태로 조사하는 관행이다. 영장 심사나 조사 기간 제한 등이 보장되지 않아 인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6월 공표된 초안에 따르면 인권 침해 논란을 막기 위해 조사 대상자가 자신의 진술 내용에 서명하도록 하고, 가족이나 소속 기관에 24시간 내 조사 사실을 통보하도록 했다.

조사·심문 기간도 3개월로 제한하고, '특수한 상황'에서 기간을 2배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쌍규를 대신해 새로 마련된 '류즈'(留置) 조치도 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SCMP는 비판했다.

쌍규와 마찬가지로 류즈 조치를 당하는 피의자도 변호인 접견권이 보장되지 않으며, 구금 기간도 국가감찰위가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전 주중 미국상공회의소 의장을 맡았던 제임스 짐머맨은 "변호인 접견권은 현대 선진 사법체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며, 사법당국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국가감찰법의 적용 대상이 기존 중앙기율위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다는 점도 우려를 낳고 있다.

국가감찰위는 공산당원만을 대상으로 한 중앙기율위와 달리, 당원은 물론 당원이 아닌 공무원, 국영기업 간부, 판사, 검사, 의사, 교수 등 공적인 영역에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 비당원은 지금껏 부패 혐의 조사를 받을 때 '형사절차법'에 따라 변호인 접견권 등의 기본적인 인권 보호 조치를 적용받았으나, 국가감찰법이 시행되면 이마저도 적용받을 수 없게 된다.

더구나 형사절차법에 따라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할 때는 검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나, 국가감찰위는 이러한 구속도 당하지 않는다. 경찰이나 검찰이 이러한 절차를 어길 때는 피의자가 형사절차법에 따라 고소할 수 있으나, 국가감찰법에는 이러한 규정도 없다.

미국 법무법인 윌머 헤일의 레스터 로스 파트너는 "류즈 조치는 쌍규를 비당원에게까지 확대한 것에 지나지 않으며, 비당원에게 적용되던 최소한의 인권 보호 조치마저 무력화한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매체는 국가감찰위가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홍콩의 반부패 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ㆍICAC)에 비유될 수 있다고 선전한다.

하지만 전 ICAC 조사관인 램척팅은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램척팅은 "ICAC의 성공은 ICAC 조직 자체의 힘뿐 아니라, 사법부의 독립, 언론의 자유 등이 어우러져 견제와 균형의 문화를 만들어낸 것에서 비롯된다"며 "중국 본토의 사법체계에서는 이러한 점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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