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여진 잦아들었으나 지쳐가는 이재민

입력 2017-11-18 12:26   수정 2017-11-18 12:58

[르포]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여진 잦아들었으나 지쳐가는 이재민

"언제 집에 돌아갈 수 있으려나"…혼잡·불편 대피소 나와 아예 다른 곳으로 이사도




(포항=연합뉴스) 이승형 한무선 기자 = 경북 포항에 규모 5.4 강진이 난 뒤 여진이 잦아들었으나 이재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고 나흘째 이어진 고단한 대피소 피난 생활로 지쳐만 간다.

아파트와 집 파손이 심해 장기간 대피소 생활을 해야 하는 이재민 가운데 일부는 더는 불편한 단체생활을 버티기 힘들다며 집을 챙겨 다른 거처로 떠나기도 한다.

지진으로 붕괴 위험이 있는 포항 북구 한 아파트에는 18일 오전부터 이사하기 위한 주민이 자원봉사자 도움을 받아 급한 대로 짐을 챙겨 트럭에 싣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재민은 답답하기만 하다.

나흘째 대피소 생활이 버티기 힘들 정도이나 엉망이 된 집으로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고 거처를 옮길 만한 마땅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북구 흥해읍 흥해체육관에 머무는 한 60대 이재민은 "밤사이 여진이 없어 그나마 다행이기는 한데 아직도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소란스러우면 또 지진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깜짝깜짝 놀란다"며 "집에 당장 돌아가기는 어려워 당분간은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은데 막막하기만 하다"고 걱정했다.

체육관으로 임시로 옮긴 이재민들은 또 언제 여진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불편한 생활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빌라에서 살다 대피한 신모(64·여)씨는 "집이 폐허가 돼 첫날 차에서 자고 이튿날부터 대피소 생활을 한다"며 "불안해서 잠을 잘 수가 없고 어제 여진이 크게 느껴졌을 때는 겁이 나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고 했다.

여진은 지난 17일 오후 6시 57분까지 모두 52차례 이어졌으나 그 뒤 소강상태다.

이재민들은 낮에도 수시로 쪽잠을 청해보나 소란스러워 쉽지 않다.

날이 밝아 답답한 대피소를 나와 밖을 서성거려 보지만 뚝 떨어진 기온과 찬 바람에 시달리다 이내 체육관으로 들어가곤 한다.

이날 포항 아침 최저 기온은 영상 4.6도까지 내려갔고 낮 최고기온도 영상 10도 아래에 머무를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는 게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이모(51·여)씨는 "걱정이 돼서 어제 집에 다녀왔는데 물건이 다 떨어져 아수라장이다"며 "여진이 또 어떻게 올지 모르니 이도 저도 못하는 신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급하게 간단한 짐만 챙겨 대피소에 오다 보니 기본 생활이 힘들고 불편한 점도 한둘이 아니다.

좁은 공간에 비닐 스티로폼을 바닥에 깔고 칸막이도 없이 새우잠을 자야 하고 씻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간단한 세면도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한 이재민은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만 버텨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피소에서 기본적인 일상생활이 힘들자 자녀, 친척, 지인 집으로 가거나 그나마 엉망이 된 집이 낫겠다는 생각에 대피소를 떠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흥해체육관 이재만은 많을 때는 1천 명을 넘었으나 800여명으로 줄었다.

흥해체육관을 포함한 대피소 9곳 이재민은 15일 1천300여명에서 16일 1천536명, 17일에는 1천789명으로 늘었으나 18일에는 1천361명으로 감소했다.

포항시는 흥해체육관에 이재민이 몰려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는 데다 칸막이 등 기본적인 사생활조차 보호받지 못하고 추위에 떨자 이들을 분산해 불편사항을 개선할 계획이다.




mshan@yna.co.kr

h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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