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소방관 102명, 희로애락 책으로 나왔다

입력 2017-11-21 11:19  

광주 소방관 102명, 희로애락 책으로 나왔다

광주소방본부, 스토리북 '광주 119 이야기' 출간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동료 소방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며 아프고 슬펐습니다. 저는 여전히 밥 잘 먹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 잘 지내고 있습니다. 먼저 떠나가신 분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3년 전 광주 소방헬기 추락 사고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동료 5명의 주검을 수습한 광주 119특수구조단 박형주 소방장은 21일 출간한 '광주 119 이야기'에서 그날의 기억과 현재의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놓았다.

2014년 7월 17일 사고 당시 광산소방서에서 근무하던 박 소방장은 '광산구 장덕중학교 앞 헬기 추락'이라는 다급한 지령을 받고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했다.

박 소방장은 "현장은 검은 연기와 화염, 고온의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누군가 살아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주저 없이 화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중략) 헬기 꼬리 부분으로 보이는 붉은색 잔해 속에서 '19'라는 익숙한 문구가 들어왔고, 그걸 보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사고가 난 헬기는 우리 동료들이 탄 소방헬기였던 것입니다"며 그날의 기억을 전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지원 활동 후 복귀 중이던 강원소방헬기. 탑승자 5명 추정'이라고 잠시 후 들려온 무전. 생각하기도 싫었던 그 메아리 뒤에, 정적을 깨고 '헬기 완파·전소, 생존자 없음'이라는 무전이 울리는 순간, 꾹 눌러 참고 있던 눈물이 터졌습니다"고 회상했다.

그는 "현장은 정말 끔찍했고 헬기에 탑승했던 대원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부들부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안전구역을 설치하고,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헬기 잔해를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잔해에 파묻힌 피부조직 하나까지 혼신을 다해 세심하게 수습했다"고 전했다.

그는 "동료 소방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며 아프고 슬펐습니다. 그리고 후유증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며칠 뒤 강원도장으로 춘천시청에서 치러진 합동 영결식에 참석할 수 있었고, 유족들과 함께 흐느끼며 먹먹해진 가슴으로 그들을 떠나보냈습니다"고 했다.


광주소방본부는 올해 8월 스토리텔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박 소방장의 작품을 비롯해 광주 소방관 102명의 체험담과 수기를 담은 '광주 119 이야기'를 펴냈다.

희로애락(喜怒哀樂) 4가지 에피소드로 나뉘어 소방관의 생활상이 삽화와 함께 실감 나게 구성됐다.

소방본부는 이 책을 전국 소방 관련 학과와 도서관에 무상 보급하고, 소방서 민원실에 비치할 예정이다.

김조일 광주소방안전본부장은 "이 책에 실려 있는 광주 소방관의 일상 이야기를 통해 소방 조직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소방 업무를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cbeb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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