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 왕비와 무슬림 왕 로맨스 안돼" 인도서 여배우 살해 협박

입력 2017-11-21 15:15  

"힌두 왕비와 무슬림 왕 로맨스 안돼" 인도서 여배우 살해 협박

17억원 현상금에 정치권도 갑론을박… 영화 개봉 무기한 연기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최근 개봉을 앞둔 사극 영화 한 편을 놓고 강경 힌두교도가 '역사 날조'라며 강력히 반발, 출연 배우와 감독을 살해하겠다며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에 따르면 다음달 1일 개봉 예정이던 영화 '파드마바티'의 제작사는 영화와 관련한 반발 시위가 잇따르고 살해 협박까지 나오자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이 영화는 14세기 인도 북부 라자스탄 주의 힌두 왕조 라지푸트의 파드마바티 왕비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파드마바티는 델리를 중심으로 한 투르크-아프간계 이슬람왕조인 술탄조의 알라우딘 킬리지 왕이 공격해오자 왕국 함락 직전 다른 여성들과 함께 자결한 것으로 16세기 인도 서사시에 전해진다.

하지만 영화에는 파드마바티와 킬리지의 로맨스를 암시하는 장면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자 강경 힌두주의자들은 역사왜곡을 주장하며 잇달아 시위를 열고 영화 상영 금지를 주장했다.

힌두민족주의 성향의 여당 인도국민당(BJP)의 하리아나 주 지역당 간부이자 사업가인 수라지 팔 아무는 영화의 주연 여배우인 디피카 파두콘과 감독인 산자이 릴라 반살리를 살해하는 이에게 1억 루피(약 17억원)를 현상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말하는 등 살해 협박도 잇따라 나왔다.


BJP는 당 차원에서 아무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공개사과를 명했지만, 여러 정치인들이 논쟁에 뛰어들면서 영화를 둘러싼 논란은 격화하고 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소속의 시다라마이아 남부 카르나타카주 주총리는 BJP가 장악한 하리아나 주정부에 즉시 협박범에 대해 엄한 조치를 하라고 촉구하면서 "특히 여성을 겨냥한 이런 협박이 나오는 것은 이 나라가 점점 더 관용이 사라지고 증오가 커진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당 소속의 아마린데르 싱 펀자브 주 주총리는 "누구도 역사를 왜곡해서는 안된다"면서 "이 영화 반대 시위자들은 옳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소속의 시브라지 싱 초우한 중부 마디아 프라데시 주 주총리는 아직 이 영화의 개봉 일정이 다시 잡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만약의 사태에 대비, 이 영화 상영을 금지했다.

지역정당 소속의 마마타 바네르지 웨스트벵골 주총리는 "이번 소동은 표현의 자유를 파괴하려는 한 정당의 계획"이라며 여당을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인도 대법원은 전날 이 영화 상영을 금지하라는 청원에 "영화등급위원회(CBFC)가 판단할 일"이라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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