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속안건 1호' 사회적 참사법 제정 의미 되새겨야

입력 2017-11-24 17:37  

[연합시론] '신속안건 1호' 사회적 참사법 제정 의미 되새겨야

(서울=연합뉴스) 국회가 24일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회적 참사 특별법)을 제정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재석 의원 216명 가운데 찬성 162명, 반대 46명, 기권 6명으로 법안을 가결했다. 이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을 규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국민적 슬픔과 공분을 불러온 두 사건의 실체를 규명할 수 있는 제도적, 법률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특별법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9명으로 구성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수 있다. 특조위원은 여당 4명, 야당 4명, 국회의장 1명으로 나눠 추천한다. 활동 기간은 1년으로 하되, 위원회 의결로 1년 연장할 수 있다.



특조위는 진상규명을 위해 자료·물건 제출명령, 청문회 개최, 동행명령, 고발, 수사 요청, 감사원 감사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특히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국회에 특별검사의 수사도 요청할 수 있다. 국회가 특정사안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 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특별법에 명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보기에 따라 국회가 작년 11월 17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최순실 특검법)을 제정한 것에 버금가는 조치일 수 있다. 혹자는 1948년 9월 22일 제헌국회가 일제 강점기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청산하기 위해 제정한 '반민족 행위 처벌법'에 견주기도 한다. 그만큼 사회적 참사 특법법에는 시대적 아픔과 함께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고 살아있는 피해자들의 아픔을 달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여겨진다.



이 특별법은 2012년 5월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규정된 신속처리안건, 즉 패스트트랙 제도의 첫 입법사례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고 국회 논의 기간이 330일을 넘기면 해당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탄핵 정국이던 지난해 12월 말 이 법안을 신속처리안건 1호로 지정했다. 그 후 이 법안은 1년 가까운 '숙려기간'을 거쳐 이날 국회 본회의에 자동상정됐다. 그러나 처리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기 특별조사위원회 조사를 거친 세월호 사건을 다시 조사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여당 3명, 야당 6명으로 돼 있던 2기 특조위원 추천권 배분을 여당 4명, 야당 4명, 국회의장 1명으로 변경하자고 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



이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현재진행형이라고 웅변한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 중 유해조차 찾지 못한 미수습자 5인의 영혼이 지난 20일 온 국민의 애도 속에 발인식을 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그런데 장례식 직전 세월호 선체 안에서 인간의 뼛조각이 발견됐는데도 유족들에게 제때 알리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세월호의 상처가 여전히 아물지 않았음을 생생히 느끼게 한다. 또 2012년 10월 불거지기 시작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아직도 많은 어린이 피해자와 가족들이 고통받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특별법 제정에 안주하지 말고 법에 명시된 조치들을 빈틈없이 이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이나 정치적 이해타산을 먼저 내려놔야 한다. 이렇게 비극적인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 그것이 모두에게 안전한 나라를 갈구하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 특별법 제정이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과 관행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