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장애 자녀 통학길 3시간…엄마는 10년째 조마조마

입력 2017-11-29 09:00  

[현장 In] 장애 자녀 통학길 3시간…엄마는 10년째 조마조마

동해시 특수학교 설립안 표류…강원도교육청 "내년 3월 착공 해야"

(춘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지쳐서 바로 떨어져 자는 아이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픕니다."

자폐증이 있는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매일 왕복 3시간 거리의 타 지역 학교로 등교시키는 어머니 A씨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동해시에서 오전 7시 30분께 자녀를 통학버스에 태워 보내면 오전 9시 강릉에 있는 특수학교에 도착한다.

통학버스는 중간에 학생들을 더 태우면 거의 만원 버스가 되고, 매일 왕복 3시간이나 걸리는 통학 길에 시달리는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힘들어하며 짜증을 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지만 매일 반복되는 장거리 등하굣길에 화가 나면 혼잣말을 하는 등 다양한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것이다.

선생님과 부모는 아이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려고 애를 써봐도 매일 3시간씩 통학버스를 타면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없어 답답하다.

장거리 통학이 10년째 계속되면서 아이는 지쳐서 귀가하고, 저녁을 먹으면 바로 떨어져 자기 일쑤다.

동해시에 특수학교가 세워지지 않으면서 A씨는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이 같은 등하굣길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는 통학버스를 안전하게 운행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워낙 대형 사고가 많은 나라에 살다 보니 누군가 갑자기 통학버스 앞으로 끼어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어 아이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긴장을 풀지 못한다.

방학 때는 통학버스가 운행되지 않아 부모들은 아이들을 누리 학교에 보내는 걱정까지 해야 한다.

일부 학부모는 직접 학교에 데려다주지만, 형편이 마땅치 않은 다른 부모는 어쩔 수 없어 장애가 있는 자녀를 일반 버스에 태워 보내기도 한다.

A씨의 자녀는 졸업반이어서 언제 세워질지도 모르는 동해특수학교에 다닐 수는 없지만 동해·삼척지역에는 자신의 자녀 말고도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아서 가만있을 수 없었다.

A씨는 "아이들이 벌레나 전염병 환자가 아닌데도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누구나 똑같이 누릴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해 안타깝다"면서 "아직도 많은 학부모가 주위의 시선이 따가워 나서지도 못하고, 멀리 떨어진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고통을 겪고 있는 만큼 특수학교가 빨리 생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초등학생을 둔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특수학교가 필요한 사정에 대해) 똑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싶지 않다. 연락하지 말라"며 사업 지연에 따른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정이 이런데도 동해특수학교 설립사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해 개교 시기는 애초 2018년에서 2019년으로 1년 연기됐다.

강원도교육청은 2014년 동해·삼척에 특수학교가 없어 장애학생들이 매일 강릉으로 등하교하는 불편을 겪자 동해특수학교 설립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특수학교 설립사업은 부지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표류하기 시작했다.

동해시는 2014년 5월 지가동 산 65-2번지 일원의 LS전선 연수원 부지를 학교 부지로 제안했으나 도 교육청은 고압 송전선로가 학생 건강에 문제가 있다며 신흥동 옛 삼흥분교로 부지를 1차 변경했다.

하지만 동해시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설치해주는데 난색을 보이자 도교육청은 2016년 7월 부곡동 옛 남호초등학교로 부지를 2차 변경했다.

이번에는 해당 지역 일부 주민이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마을 이미지가 훼손된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반대해 사업은 또 제동이 걸렸다.


도 교육청은 지난달 24일 동해교육도서관 3층 다목적실에서 특수학교 설립 예정지 인근 주민 등을 대상으로 3차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이 설명회장을 점거해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앞서 두 차례 같은 장소에서 열 예정이었던 설명회도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도 교육청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에 대해서는 계속 설득 작업을 하면서도 학교설립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향후 일정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도 교육청은 이달 6일 특수학교 설립에 필요한 경계 측량 작업과 지질조사를 하려고 했으나 일부 주민의 반대로 측량 작업을 하지 못하고 철수했다.

도 교육청은 측량 작업이 끝나면 현재 대지로 돼 있는 부지를 학교 용지로 전환해줄 것을 동해시에 요구할 예정이지만 주민 의견 수렴과정에서 또 논란이 불거지면 내년 3월 착공 시기도 늦춰질 수도 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이 앞으로도 작업을 계속 방해하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내년 초에는 착공이 가능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dmz@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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