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건축은 하늘-산-건물로 이해해야…핵심은 권위"

입력 2017-12-01 13:49  

"경복궁 건축은 하늘-산-건물로 이해해야…핵심은 권위"

이기봉 학예사 '임금의 도시'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학계의 통념을 깨고 고대 신라의 수도인 경주가 인구 약 90만 명을 거느린 거대도시였다는 주장을 내놨던 이기봉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가 조선의 궁궐 건축에 대한 색다른 시도를 담은 책을 출간했다.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역사서를 독파한 이 학예사는 신간 '임금의 도시'에서 조선 임금이 건설한 경복궁 역시 세계의 여느 건축물처럼 '권위'를 연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한다.

보통 조선의 궁궐은 중국 베이징 자금성(紫禁城)이나 프랑스 베르사유 궁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고 소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조선이 자신을 중국의 제후국으로 인식했고, 자연을 파괴하기보다는 지세에 순응하는 건물을 짓고자 했다는 해석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 학예사는 이러한 견해는 당대의 사고방식과 거리가 먼 현대인의 순진한 생각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경복궁을 바라보면 위에서부터 하늘, 북악산, 궁이 3단계 풍경을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하늘-산-건축물로 구성된 풍경은 궁궐에 거주하는 임금이 하늘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았다는 메시지를 백성에게 암묵적으로 전달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경복궁을 하늘-산-건축물이라는 세 가지 프레임으로 이해하면 경복궁을 굳이 웅장하게 지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높이가 140m인데, 북악산 정상은 해발 342m다. 북악산 앞에서는 자금성도, 피라미드도 초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저자는 경복궁에서 도성의 정문인 숭례문까지 일자로 도로를 놓지 않은 것도 권위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기 위한 속셈이 숨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숭례문에서는 경복궁이 시야에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길을 어긋나게 놓고, 광화문이 비로소 장엄하게 보이는 지점인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곧은 도로를 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경복궁의 입지를 결정한 '풍수'(風水)에 대해서도 기존의 시각을 부정한다. 풍수는 고려시대에 강력한 사회 이데올로기로 기능했고, 조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저자는 풍수에서 명당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 '권위가 드러나는 땅'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선조들이 산에 둘러싸인 아늑한 지형을 좋아한 이유를 자연 친화적 사상을 지녔기 때문으로 오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전통건축물에는 필연적으로 역사적 아름다움이 존재하며, 이는 주변과 상호작용을 통해 그리고 이것을 시각화하는 풍경을 통해 결정된다"며 "역사와 장소를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 말고, 현재 시점이 아닌 과거의 눈으로 바라봐야 새로운 풍경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평론. 290쪽. 2만원.






psh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