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또 꼼수…'조선인 강제노역' 언급없고 '日산업지원'으로 묘사

입력 2017-12-05 11:40   수정 2017-12-05 11:45

日 또 꼼수…'조선인 강제노역' 언급없고 '日산업지원'으로 묘사
세계유산 산업시설 관련 유네스코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 논란
정부 "유감…강제노역 희생자 기리는 조치 성실·조속 이행 촉구"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일본이 재작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시킨 자국 산업시설과 관련해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한 보고서는 해당 시설로 강제징용돼 가혹한 노동을 한 조선인 등 피해자들의 존재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자신들의 약속을 무색하게 하는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세계유산 시설들의 '전체 역사'를 알리겠다는 약속에 따라 유네스코에 제출한 851쪽 분량의 '보전 상황 보고서'에는 우선 '강제'(forced)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2차대전때 국가총동원법에 따라 전쟁 전(前)과 전쟁 중, 전쟁 후에 일본의 산업을 지원(support)한 많은 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있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강제로 징용돼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강제노역을 한 조선인 근로자들에 대해 일본 산업을 '지원'했다고 묘사한 것이다.
한일간의 치열한 신경전 속에 일본이 자국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를 관철할 당시 양국 정부는 해당시설로 강제징용된 조선인의 노동을 어떻게 규정할지와 관련, '의사에 반해 끌려가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는 표현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그리고 일본 정부 대표는 2015년 세계유산위 회의에서 "1940년대에 일부 시설에서 수많은 한국인과 여타 국민이 의사에 반(反)해 동원돼 가혹한 조건에서 노역을 당했다"며 사실상 강제성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정부도 징용정책을 시행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일본은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 전략에 포함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공약했다.
공약의 중간 보고서격인 이번 보고서에 '강제 노역'이라는 표현 없이 '지원'이라는 표현을 쓴 데는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반도 출신자들의 강제징용을 일본의 국내법에 따라 이뤄진 합법적 노동으로 간주하는 현 일본 정부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2015년 7월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이후 2년 5개월 동안 조선인 강제징용을 알리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 역사자료를 공유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증언, 사료 조사, 출판자료에 대한 검토 등을 포함해 여러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인 강제징용의 실태 관련 조사들을 '앞으로 할 일'로 규정한 것이다.
더불어 산업유산정보센터를 해당 시설들이 있는 규슈(九州) 지역이 아닌 도쿄에 설치하기로 한 것 또한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쿄가 일본의 수도이긴 하지만 산업시설에서 이뤄진 긍정적·부정적 역사를 모두 알리라는 유네스코의 권고 취지를 감안할 때 해당 시설에서 1천km 이상 떨어진 곳에 정보센터를 설치하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게 하는 조치라는 지적이 일본 언론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보고서 내용이 전해지자 5일 새벽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정부는 논평에서 "일본이 제출한 일본 근대 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관련 후속 조치 이행경과 보고서 내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일본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대로 강제노역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후속 조치를 성실히, 그리고 조속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바"라고 강조했다.
2015년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결정된 일본 23개 산업시설 중에는 나가사키(長崎) 조선소,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수만 명이 강제노동한 현장 7곳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등재 당시 정보센터 설립 등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석(설명) 전략'에 포함하겠다고 밝혔고, 2017년 12월1일까지 세계유산위의 사무국 역할을 하는 세계유산센터에 그에 대한 경과보고서를 제출하게 돼 있었다. 이번 경과 보고서는 내년 열리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검토가 이뤄진다.
일본이 알맹이 없는 보고서를 냄에 따라 세계 유산 문제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함께 한일 과거사 갈등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로 남게 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내는 선에서 1차 대응을 한데 이어 현재 추진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 등 각종 외교 협의 계기에 일본 측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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