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IT스타트업 육성 나섰다…2조6천억원 민관펀드 추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유럽이 IT(정보기술) 부문의 스타트업을 도울 목적으로 본격적인 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역내의 IT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은 연구 부문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아이디어의 상품화를 통해 일자리와 수익, 세수를 창출할 기업을 육성하는 개발 부문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미국과 아시아 기업들에 대박을 안긴 사례는 적지 않다.
에스토니아의 스타트업인 스카이프가 이베이에 인수된 뒤 마이크로소프트에 흡수된 것이나 블루투스 기술이 스웨덴의 통신장비 회사 에릭손에 근무하는 덴마크인 직원에 의해 발명된 것이 단적인 실례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카를로스 모에다스 집행위원은 "우리가 혁신을 일자리와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을 더 잘해낼 수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때 스웨덴의 에릭손, 핀란드의 노키아, 프랑스의 알카텔은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었고 이들의 주식은 유럽의 투자·연금 펀드들이 다투어 사들이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제공했던 많은 일자리는 사라져버렸고 유럽 투자자들은 대형 IT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기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형편이다.
유럽연합은 스타트업에 젖줄을 대기 위해 민관 협력 형태로 총 20억 유로(약 2조6천억 원)의 자금을 조성하고 모두 5개의 펀드에 각각 4억 유로의 시드 머니(종잣돈)를 배정할 계획이다.
사업을 주도하는 모에다스 위원은 향후 수주일 안으로 펀드 설립 업무를 맡을 관리위원단 인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유망한 아이디어와 스타트업을 가리기 위해 민간 투자자들의 모임도 조직할 예정이다.
영국의 대형 반도체 회사 ARM홀딩스를 창업한 바 있고 현재 아마데우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공동창업자로 활동하는 허먼 하우저는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EU가 추진하는 펀딩이 "미미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미국의 많은 벤처 펀드들이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EU가 구상하는 펀드가 그리 대단한 것은 못 된다.
펀딩이야말로 유럽이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데 실패한 주요인으로 꼽힌다.
귄터 외팅어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미국과 같은 속도로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그러나 투자금융업계 단체인 인베스트 유럽에 따르면 유럽의 벤처 펀드들이 조달한 자금은 지난 3년간 내리 미국 벤처 펀드들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10년 전 3분의 1이었던 격차가 더욱 확대된 셈이다.
또한 펀드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도 미국에 상당히 뒤져 있다. 지난 5년간 설립된 유럽의 평균적인 벤처 펀드는 규모 면에서 미국의 평균적인 벤처 펀드와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는 역내 스타트업들이 의존하는 유럽의 민간 투자자들이 두둑한 호주머니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다.
벨기에 겐트 대학의 루디 에르누 교수는 국제 경쟁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미국 기업들은 유럽 기업보다 근 30배가 많은 펀딩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주식 시장이 28개 회원국에 흩어져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유럽 경제권이 미국과 견줄 수 있는 5억명의 소비자를 갖고 있음에도 개별국에서 가동할 수 있는 펀딩의 규모는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파리의 투자그룹 뉴펀드의 프랑수와 베롱 파트너는 "월 스트리트가 없다면 실리콘 밸리도 없다"는 말로 오늘날 유럽 스타트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대변했다.
많은 투자자는 EU 집행위가 주도하는 펀딩 노력을 반기고 있다. 유럽 스타트업 진흥단체인 테크투어의 제임스 버넘 선임 고문은 2~3명의 관료가 아닌, 업계에서 이니셔티브가 나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EU 집행위가 큰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은 향후 정실주의 혹은 관료주의의 병폐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많은 투자자는 펀딩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유럽의 디지털 시장 환경이 아직도 각국의 규제를 단순히 조합한 상태에 머물고 있어 발전을 늦추고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베스트 유럽의 마이클 콜린스 최고경영자는 EU 집행위가 단일 디지털 시장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각국의 정치인들은 열의가 없다고 꼬집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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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유럽이 IT(정보기술) 부문의 스타트업을 도울 목적으로 본격적인 펀딩을 추진하고 있다.
역내의 IT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적절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럽은 연구 부문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아이디어의 상품화를 통해 일자리와 수익, 세수를 창출할 기업을 육성하는 개발 부문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미국과 아시아 기업들에 대박을 안긴 사례는 적지 않다.
에스토니아의 스타트업인 스카이프가 이베이에 인수된 뒤 마이크로소프트에 흡수된 것이나 블루투스 기술이 스웨덴의 통신장비 회사 에릭손에 근무하는 덴마크인 직원에 의해 발명된 것이 단적인 실례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카를로스 모에다스 집행위원은 "우리가 혁신을 일자리와 수익으로 전환하는 것을 더 잘해낼 수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때 스웨덴의 에릭손, 핀란드의 노키아, 프랑스의 알카텔은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었고 이들의 주식은 유럽의 투자·연금 펀드들이 다투어 사들이는 종목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제공했던 많은 일자리는 사라져버렸고 유럽 투자자들은 대형 IT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담기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려야 하는 형편이다.
유럽연합은 스타트업에 젖줄을 대기 위해 민관 협력 형태로 총 20억 유로(약 2조6천억 원)의 자금을 조성하고 모두 5개의 펀드에 각각 4억 유로의 시드 머니(종잣돈)를 배정할 계획이다.
사업을 주도하는 모에다스 위원은 향후 수주일 안으로 펀드 설립 업무를 맡을 관리위원단 인선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유망한 아이디어와 스타트업을 가리기 위해 민간 투자자들의 모임도 조직할 예정이다.
영국의 대형 반도체 회사 ARM홀딩스를 창업한 바 있고 현재 아마데우스 캐피털 파트너스의 공동창업자로 활동하는 허먼 하우저는 "이번에는 다를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EU가 추진하는 펀딩이 "미미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논평했다.
하지만 미국의 많은 벤처 펀드들이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EU가 구상하는 펀드가 그리 대단한 것은 못 된다.
펀딩이야말로 유럽이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연결하는데 실패한 주요인으로 꼽힌다.
귄터 외팅어 EU 예산담당 집행위원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미국과 같은 속도로 창업이 이뤄지고 있다.그러나 투자금융업계 단체인 인베스트 유럽에 따르면 유럽의 벤처 펀드들이 조달한 자금은 지난 3년간 내리 미국 벤처 펀드들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10년 전 3분의 1이었던 격차가 더욱 확대된 셈이다.
또한 펀드가 운용하는 자금 규모도 미국에 상당히 뒤져 있다. 지난 5년간 설립된 유럽의 평균적인 벤처 펀드는 규모 면에서 미국의 평균적인 벤처 펀드와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는 역내 스타트업들이 의존하는 유럽의 민간 투자자들이 두둑한 호주머니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다.
벨기에 겐트 대학의 루디 에르누 교수는 국제 경쟁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미국 기업들은 유럽 기업보다 근 30배가 많은 펀딩에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주식 시장이 28개 회원국에 흩어져 있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유럽 경제권이 미국과 견줄 수 있는 5억명의 소비자를 갖고 있음에도 개별국에서 가동할 수 있는 펀딩의 규모는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파리의 투자그룹 뉴펀드의 프랑수와 베롱 파트너는 "월 스트리트가 없다면 실리콘 밸리도 없다"는 말로 오늘날 유럽 스타트업들이 처한 어려움을 대변했다.
많은 투자자는 EU 집행위가 주도하는 펀딩 노력을 반기고 있다. 유럽 스타트업 진흥단체인 테크투어의 제임스 버넘 선임 고문은 2~3명의 관료가 아닌, 업계에서 이니셔티브가 나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EU 집행위가 큰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은 향후 정실주의 혹은 관료주의의 병폐를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많은 투자자는 펀딩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유럽의 디지털 시장 환경이 아직도 각국의 규제를 단순히 조합한 상태에 머물고 있어 발전을 늦추고 투자자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베스트 유럽의 마이클 콜린스 최고경영자는 EU 집행위가 단일 디지털 시장을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각국의 정치인들은 열의가 없다고 꼬집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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