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반야' 송은일 작가 "드라마보다 재미있을 것"

입력 2017-12-05 16:21  

대하소설 '반야' 송은일 작가 "드라마보다 재미있을 것"
10권으로 출간…조선시대 평등 세상 꿈꾼 사람들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일단 재미있습니다. 제가 TV 드라마를 참 좋아해서 많이 봅니다만, 이 소설은 웬만한 TV 드라마보다 재미있다고 자부합니다. 소설 속에 드라마틱한 요소가 강렬하다고 할 수 있어요."
대하소설 '반야'(문이당) 10권을 완간한 송은일(53) 작가는 5일 서울 광화문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소설의 매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우리 역사와 전통 신화에서 이야기를 가져왔지만, 현대적인 언어와 문장을 구사했다"고 덧붙였다.
이 소설은 앞서 2007년 두 권 분량의 소설로 출간된 바 있다. 이후 작가는 이야기를 더 발전시켜 10년 만에 원고지 1만5천 매, 10권 분량의 대하소설로 완결해 이번에 다시 출간하게 됐다. 국내 문학계에서 여성 작가로 이런 분량의 대하소설을 내기는 박경리의 '토지'와 최명희의 '혼불'에 이어 세 번째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인물만 100여 명, 조연들까지 포함하면 300∼400명에 달한다. 이들의 출생연도와 시간 흐름에 따른 나이 변화 등을 적은 작가의 작업 노트는 20권 분량이라고 한다.
"10년 전에 두 권을 낼 때는 이야기를 얼추 하지 않았나 하고 원고를 끝냈는데, 이후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2013년부터 이제 그동안 축적되어온 '반야'를 써야겠다 싶었죠. 처음엔 5천 매쯤 덧붙여 전체 5권으로 할까 했는데, 몇 년 사이에 제 안에서 굴려온 이야기가 다섯 권 안에 담을 수 있는 분량이 아니더군요. 어차피 다섯 권이나 열 권이나 책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고, 그저 하고 싶은 말이나 하자, 소설 속에서 작가로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놀 수 있는 만큼 다 놀아보자 하는 생각으로 쓰다 보니 10권이 된 거죠. 여기서 일단 멈춘 건데, 언젠가 더 쓸 수도 있겠죠. 하하."
조선 영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천기(天氣)를 읽는 무녀 '반야'를 중심으로 이상 세계 실현을 목표로 하는 비밀조직 '사신계'(四神界)와 왕권을 쥐려는 비밀조직 만단사(萬旦嗣) 등의 암투를 그린다. 사신계는 '모든 인간은 동등하고 자유로우며 스스로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가꿀 권리가 있다'는 강령으로 고조선 건국 시기부터 그 맥을 이어온 집단이다. 만단사는 '모든 인간은 스스로 간절히 원하는 바 그 모습으로 살아야 하며 그런 삶을 얻을 권리가 있다'는 강령으로 만들어졌지만, 어느 시점에 변질해 권력만을 좇는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두 조직의 강령 속에 녹아 있다고 말한다.
"그런 세상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반야'가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이런 지향점과 상충하는 사람들이 충돌하고 온갖 어려움과 죽음에 이르는 고통이 뒤섞여 이야기가 진행되긴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두 조직의 강령들 안에 있다고 할 수 있죠."



작가는 이 소설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 현실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투만 옛것을 빌었을 뿐이지 옛날이야기나 역사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소설을 쓰는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있었어요. 아주 커다란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내가 하려는 작업이 결국 현대의 이야기구나, 그렇기에 더 치열하게, 정확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반부로 가면서 권선징악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대목에서 나쁜 사람들과 만났을 때 좀 더 잔인한 방식으로 해결하게 돼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분명히 영향을 미치면서 자극을 주어서 그렇게 됐다고 할 수 있죠."
그는 현실에서 권선징악을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설 속에서 나쁜 짓을 한 인물들을 "다 처단했다"며 웃었다.
소설에는 신기(神氣)를 지닌 주인공 무녀를 비롯해 신화적인 요소도 많다.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한 단군신화에 작가의 상상으로 지어낸 웅녀와 호녀(虎女) 이야기를 넣었다. 모계 중심의 두 부족이 힘을 합쳐 고조선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임성규 문이당 대표는 "출판 시장이 어려운 환경에서 10권 분량의 대하소설을 내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초고를 받자마자 끝까지 단숨에 읽을 정도로 몰입력이 대단한 작품이어서 한꺼번에 출간하게 됐다"며 "독자들도 일단 1권을 읽으면 나머지를 읽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광주에서 살며 집필 중인 작가는 1995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장편 '불꽃섬' '소울 메이트', '도둑의 누이', '사랑을 묻다', '왕인'(전 3권), '천개의 바람이 되어', '매구 할매', 소설집 '딸꾹질', '남녀 실종지사', '나의 빈틈을 통과하는 것들' 등을 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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