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산가옥 재발견] ③ "지워야 할 대상?" 아픈 역사도 보존해야

입력 2017-12-10 07:35  

[적산가옥 재발견] ③ "지워야 할 대상?" 아픈 역사도 보존해야
어두웠던 역사가 관광상품으로 '다크 투어리즘' 주목

(전국종합=연합뉴스) 형민우 기자 = 일제가 남기고 간 아픈 역사의 현장은 고통의 기억 때문에 외면을 받아 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제 잔재 청산의 하나로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기도 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두웠던 우리의 역사는 잊거나 지워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끄럽고 아픈 역사도 되돌아보며 되새기자는 '다크 투어리즘'이 주목받고 있다.
'역사 교훈여행'이라 불리는 '다크 투어리즘'은 일제가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수감했던 서대문형무소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 수감됐던 광주 상무대 영창, 세월호가 있는 목포 신항 등을 찾아보며 아픈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이뤄진다.
일제가 남기고 간 적산가옥 역시 '다크 투어리즘'의 연장선에서 바라보고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다크 투어리즘'으로 조명받는 목포…수탈의 역사를 교훈으로
목포는 호남에서 생산된 쌀을 일제가 동양척식회사를 통해 수탈해 간 곳이다.
일본 영사관을 비롯해 일제가 남기고 간 근대 건축물이 아직도 상당수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훌륭한 역사박물관이다.
목포 구도심에는 유달동을 중심으로 일본인이 머물렀던 가옥과 골목길이 남아 있다.
이 일본인 거리를 걷는 것부터 목포 역사교육 프로그램인 '다크 투어리즘'이 시작된다.
붉은 벽돌이 인상적인 옛 일본 영사관을 지나면 골목길에서 일본식 집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일반 가정집에서 상점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도 했지만, 여전히 일본식 가옥 틀을 유지하고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옛 동양척식주식회사는 목포근대역사관으로 바뀌었다. 목포 근대사를 사진과 다양한 자료로 만날 수 있다.
목포시는 다크 투어리즘을 좀 더 체계화하기 위해 근대 문화역사 거리도 조성할 계획이다.
옛 심상 소학교 강당이 있는 유달 초등학교부터 목포근대역사관 2관을 지나 목포문화원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동양척식회사 건물 주위에는 일본식 건축물을 새로 짓고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해 숙박시설까지 갖춘다는 구상이다.
목포시 관계자는 "개화기 당시 목포 일본인 거리를 중심으로 근대 건축물 탐방 등 문화·역사 체험 행사를 개발할 계획"이라며 "적산가옥 전수 조사를 거쳐 근대문화역사의 거리도 조성해 역사교육 현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 아픈 기억도 우리의 역사…"잘 보존해야"
9·11 테러로 한순간에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부지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로 부활했다.
110층 높이 세계무역센터가 폭파되면서 2천700여 명이 숨진 자리를 추모하기 위해 뉴욕시는 전망대를 설치했다.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사례로 이곳은 수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제가 남긴 근대 건축물 역시 아픈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는 차원에서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식량을 수탈하기 위한 산업시설은 물론, 전쟁을 준비하기 위한 군사시설과 일본인이 머물렀던 가옥 모두 우리의 근대를 보여주는 역사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다.
일부에서는 이런 점에서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건축물을 적산가옥이라는 표현 대신 일제 강점기 근대 건축물이나 일본식 가옥으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오래된 건물을 허물 때는 정부가 사전에 이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 근대 건축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근대 건축물 가운데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은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문화재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등록문화재가 되면 재산세를 50% 감면해주고 상속할 때 상속세 징수를 유예해주는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은 정부가 매입해 관리해야 한다"며 "지은 지 50년이 넘은 건물은 철거할 때 허가를 받도록 해 무분별한 건물 철거를 막아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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