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말 좋지만…추가비용 70%, 제조업·中企 집중

입력 2017-12-10 06:15  

'근로시간 단축' 말 좋지만…추가비용 70%, 제조업·中企 집중
한경연 분석…재계 "업종·규모별로 비용·임금 효과 달라…획일적 적용 신중"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현 정부 들어 '1주일에 최장 52시간 근로만 허용하자'는 취지의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라 이 쟁점에 대한 입장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근로시간이 줄어도 생산 수준을 유지하려면 추가 고용이 필요하고, '주 52시간 근로' 취지에 따라 휴일 근로에 더 많은 수당을 줘야 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추가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조업과 중소기업에 이 추가비용의 70%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해당하는 업체들은 현재 '초긴장' 상태다.
신세계그룹이 지난 8일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재계나 노동계가 이를 진정한 '근로시간 단축' 사례로 인정하지 않고 시큰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조업 연장근로 제한 등의 쟁점과 무관한 만큼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근무시간 조정' 정도로 의미가 축소되는 분위기다.
문제가 더 복잡한 것은, 모든 근로자가 '근로시간 단축'을 환영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저녁 있는 삶'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연장근로 축소로 평소 받던 수당 등이 줄면 임금 삭감의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기업 부담 연 12조원…연장근로 1위 제조업에서 7조원 발생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의 '근로시간 단축의 비용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주 최장 근로 52시간 제한' 규정이 실행된 뒤 기업이 현재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12조3천억 원에 이른다.
세부적으로는, 우선 휴일근로수당 중복가산 적용 등에 따라 기존 근로자에게 연 1천754억 원을 더 지급해야한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으로 약 26만6천 명의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이를 추가 고용으로 메우면 현금·현물급여 등 직접 노동비용으로 연 9조4천억 원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한 교육훈련비, 직원채용비, 법정·법정 외 복리비 등 간접 노동비용 약 2조7천억 원도 마련해야 한다.
업종별로 보면, 근로시간 단축 비용(12조3천억원)의 약 60%에 해당하는 7조4천억원이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운수업의 근로시간 단축 비용도 1조원에 이른다.
이는 그만큼 제조업이나 운수업이 다른 업종과 비교해 현재 연장근로(초과근로) 시간 자체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고용행태별 근로실태 조사'(2012년 정규직 기준)에 따르면, 제조업의 월평균 초과근로 시간은 28.1 시간으로 전체 업종 가운데 1위였다. 광업(26.2 시간), 운수업(16.8), 사업시설관리(13.9), 전기가스수도사업(13.7)도 초과 근로가 많은 업종 상위 5위권에 들었다.
제조업의 평균 월 초과근로 시간(28.1)은 신세계그룹과 같은 도소매업(5.6)의 거의 다섯 배 이상이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300인 미만 사업장 중소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비용 부담이 8조6천억원으로, 전체(12조3천억원)의 약 70%에 이를 전망이다.
더 세부적으로는 1~29인 영세 사업장에서 3조3천억원, 30~299인 사업장에서 5조3천억원이 더 필요하다.
한경연 관계자는 "지금도 열악한 근로 환경에 구인난을 겪는 이들 중소기업은 결국 근로시간 단축이 강행되면 '비용 추가 부담'과 '인력 확충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휴일수당 중복가산 적용돼도 30인이상 사업장은 임금 감소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3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경연 추산에 따르면 현재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1~29인 영세 사업장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초과근로 수당이 지켜지고 휴일수당 중복가산까지 적용되면 근로자의 임금은 5.6%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초과근로 시간이 많은 30~299인,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당 연장근로가 12시간으로 제한되면 지금보다 각 0.4%, 0.9% 임금이 줄어든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전기가스수도업에서 임금 감소 현상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근로자 수나 업종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 전체로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근로자 임금이 평균 1.9%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휴일수당 중복가산'이 인정된다는 가정 때문인데 지금은 초과근로 수당으로 통상임금의 150%가 지급됐지만, 중복가산이 적용되면 초과근로 가운데 휴일근로 수당의 경우 통상임금의 200%를 주기 때문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업종이나 규모에 따라 기업 뿐 아니라 근로자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따라서 정부나 정치권은 획일적 근로시간 조정을 강행하기보다는, 업종·규모로 나눠 단계적으로 시행하거나 개별 기업 노사가 근로시간을 합의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더 부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shk99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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