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곧 시민" 경찰청 '실세 차장'의 취임 일성

입력 2017-12-13 06:25  

"경찰이 곧 시민" 경찰청 '실세 차장'의 취임 일성
민갑룡 신임 차장, 취임식서 로버트 필 '경찰 원칙' 낭독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경찰-시민 간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취임한 민갑룡 경찰청 차장(치안정감)은 자신의 취임식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경찰청 차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에 이은 경찰청 2인자로, 경찰 조직에 6명뿐인 치안정감 중 하나다.
따로 준비한 취임사 원고 없이 취임식장에 들어선 민 차장 손에는 19세기 근대적 경찰제도를 확립한 영국 정치인 로버트 필(1788∼1850) 경의 '9가지 경찰 원칙'(9 Principles of Policing) 전문만 들려 있었다.
"경찰의 존재 이유는 범죄와 무질서를 방지하기 위함이다"로 시작하는 필의 원칙은 "경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힘은 시민의 지지와 승인 및 존중에 전적으로 의존한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다.
"시민의 지지와 승인은 결코 여론에 영합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공정하고 결코 치우침 없는 법 집행을 통해 확보된다"는 5번째 원칙은 경찰권 행사의 정치적 중립과 공정성이 국민 신뢰를 얻는 길임을 강조한다.
이어지는 6번째 원칙은 "경찰 물리력은 반드시 자발적 협력을 구하는 설득과 조언과 경고가 통하지 않을 때만 사용해야 하며, 그때도 필요 최소한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말로 경찰권 남용 가능성을 경계한다.
7번째 원칙은 "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라고 강조하며 "경찰은 공동체의 복지와 존재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자 보수를 받는 공동체의 일원일 뿐이다"라고 경찰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민 차장은 6번째와 7번째 원칙을 읽으면서 특히 어조에 엄숙함을 더했다고 취임식에 참석한 경찰 관계자들이 전했다.
필의 원칙은 "언제나 경찰의 효율성은 범죄와 무질서의 감소나 부재로 판단되는 것이지, 범죄나 무질서를 진압하는 가시적인 모습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취임식에서 9개 원칙 전문을 읽은 민 차장은 경찰 창설 이래 가장 큰 개혁을 마주한 만큼 차질 없이 마무리하자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필의 경찰 원칙은 근대 경찰제도하에서 경찰과 시민의 관계, 경찰권 행사의 본질 등을 담은 금언(金言)으로 통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경찰이 추진해 온 자체 개혁 방향과도 맞물리는 측면이 많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경찰개혁 실무를 총지휘하고,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도 포함돼 경찰청 '실세 2인자'로 불리는 민 차장이 취임과 함께 이같은 원칙을 언급한 점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것이 경찰청 내부 반응이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필의 경찰 원칙은 현재 한국의 경찰개혁과 관련해서도 여전히 큰 시사점을 주는 내용"이라며 "현재 추진되는 경찰개혁의 근본 방향이 이런 원칙을 따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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