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내 친구"…전인권·김천기 교수의 43년 우정

입력 2017-12-18 08:00   수정 2017-12-18 08:48

"자랑스러운 내 친구"…전인권·김천기 교수의 43년 우정
21~22일 전인권 콘서트 '동창'…하버드대 의대 교수 출신 김천기 게스트
전인권 "변호사비 건넨 따뜻한 친구" vs 김 교수 "나보다 속 깊은 진국"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40여 년 전에는 우리가 머리 스타일도, 좋아하는 음악도 참 비슷했어요. 지난 시간 길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백발의 머리를 질끈 동여맨 록 뮤지션과 모범생처럼 단정한 차림의 의사는 외모에선 교집합을 찾기 어려워 보였다. '록의 전설'로 불리면서도 굴곡이 많았던 전인권과 미국 하버드 의대 핵의학과 교수로 재직한 김천기(이상 63) 교수의 이야기다.
다른 길을 걸은 두 사람은 43년 지기 친구다.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이달부터 모교인 한양대 의대로 돌아온 김 교수는 21~22일 오후 8시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의 라이브 뮤직 라운지 '루빅'에서 열리는 '2017 전인권밴드 라이브 콘서트-동창'에 게스트로 선다. 이번 공연은 전인권이 들국화 시절부터 30여 년간 자신의 음악을 벗 삼은 관객들과 동창회를 연다는 테마로 꾸며진다는 점에서 김 교수의 참여는 더욱 뜻깊다.
최근 서울 삼청동에서 인터뷰한 두 사람은 8개월 만의 만남임에도 오랜 지기들이 그렇듯 마치 어제 본 친구처럼 격한 반가움도, 서먹함도 나타내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스팅 노래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듀엣으로 즐겨 부른 '생명의 양식'을 같이 해보면 어떨까. 또 네 목소리에 어울리는 팝을 한두 곡 더 불러도 좋고."(전인권)
1991년부터 간간이 한국에 올 때마다 전인권의 무대에 올라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한 김 교수는 친구의 말에 미소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김 교수는 "얼마 만에 보든 우린 늘 이렇다"며 "멀리 떨어져 바쁘게 생활하다 보면 잊고 있다가도 문득 보고 싶고, 다시 와서 보면 변함없이 그대로인 친구다. 내게 인권이는 40년 우려내 깊은 맛을 내는 진국"이라고 소개했다.
전인권도 "천기는 직업 그대로 나에게 교수 같은 친구이고 난 양보 안 하는 학생이다"며 "과거 우린 옳은 것에 대한 얘기를 참 많이 나눴는데 난 옳지 않은 것에 더 고집 피우는 학생이었다"고 웃었다.



첫 만남의 기억은 김 교수가 더 또렷했다. 둘은 1974년 겨울, '백판'(복제판 LP의 속어)을 많이 사모았던 또 다른 친구의 집에서 우연히 만났다.
"대학교 1학년 때 낙제를 했는데 그해 겨울이었어요. 이른 아침, 평소 팝송을 같이 듣던 고교 동창의 집에 갔는데 친구가 온돌에 이불을 깔고 엎드려서 인권이와 같이 음악을 듣고 있었죠. 방바닥에 전축과 스피커가 놓여있고 둘은 제프백, 지미 페이지 같은 3대 기타리스트의 음악을 듣고 있었죠. 마침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한 '그린슬리브스'(Greensleeves)가 나왔는데 제가 듣던 것과 다른 편곡이었어요. 그 곡을 기타로 쳤더니 인권이가 관심을 보였죠."(김천기)
전인권은 "고교를 중퇴하고 분식집에서 서빙하며 디제이를 했을 때 알게 된 친구의 집이었다"며 "그 집에서 만난 천기가 두세 번 듣고서 기타를 치는 데 내가 좋아하는 대목을 똑같이 연주해 놀랐다. 정말 대단했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치켜세웠다.
음악을 공통분모로 친해진 두 사람은 1980년대 들어 새 삶을 시작하며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했다. 전인권은 1985년 들국화로 데뷔해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세계로 가는 기차' 등을 히트시켰고, 1980년 한양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김 교수는 펜실베이니아와 메릴랜드 등지 미국 유명 대학과 병원을 거쳐 하버드대 교수로 부임했다.
김 교수는 "처음 미국에 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1985년 들국화가 생겨나 1987년 첫 해체를 할 당시까지 몰랐다"며 "의대생 시절 열심히 놀다가 영어도 잘 못 하고 간신히 졸업하고 갔으니 힘들었는데, 열심히 하다 보니 교수가 됐고 논문을 쓰는 재미에도 빠졌다. 어느 날 미국에서 친해진 교수가 들국화란 그룹의 음악이 좋다고 해 카세트테이프를 보니 전인권과 최성원, 허성욱, 조덕환이 멤버였다. 난 '제발'이란 노래를 가장 좋아했다"고 떠올렸다.



두 사람의 인연이 다시 이어진 것은 김 교수가 1991년 서울 대학로 충돌소극장에서 열린 전인권의 공연 포스터를 보면서다. 김 교수는 전인권의 삼청동 자택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한동안 전인권이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되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포스터를 본 김 교수는 기획사에 전화했고, 충돌소극장 1층 커피숍에서 전인권과 다시 만났다.
전인권은 "1984년 천기가 미국에서 한번 나왔을 때 보고 7년 만이었다"며 "그때는 서로 모습도 달라져 있었고 서먹했다. 그런데 5분 지나니 동시에 '너 하나도 안 변했구나'라고 말하면서 옛날 기분이 났다. 결혼하고서 미국에 갈 때의 표정을 잊을 수 없는데 정말 자랑스러웠다"고 기억했다.
김 교수도 "그날 공연을 보고 나오니 인권이가 마지막 날 무대에 서보라고 했다"며 "그래서 다음 날 삼청동 인권이 집으로 가서 하모니를 맞췄다. 인권이 공연에 선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인권은 김 교수가 따뜻한 친구라며 고마웠던 속내도 털어놓았다.
"춘천에서 수감 생활하며 경제적으로 힘들었을 때 이 친구가 변호사비 500만 원을 보내주기도 했어요. 제가 달라지지 않고 여러 번 들락거려 미웠을 텐데도 미국에서 면회를 와 '어쭈, 웃기고 있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출소한 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용기를 북돋워 주기도 했고요. 정말 큰 힘이 됐어요."(전인권)
김 교수는 "참 답답했다"며 "그래도 속은 나보다 더 깊은 친구"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전인권의 음악계 후배로 미국 버클리음대 1세대 출신인 파라다이스그룹 전필립 회장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전인권은 밴드와 함께 '걱정말아요 그대'와 '사랑한 후에', '돌고 돌고 돌고' 등의 대표곡을 비롯해 밴드 스틱스의 '더 베스트 오브 타임스'(The Best Of Times)와 영화 '사랑과 영혼' OST 곡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 등 팝 명곡, 최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며 발표한 '사랑의 승리'를 아울러 선보일 예정이다.
전인권은 "전 회장은 미국에 가기 전인 20대 때 김광민, 정원영, 한상원 등과 함께 공연하곤 했는데 드럼 실력이 굉장했다"며 "천기와 전 회장 모두 들국화를 사랑해준 동창이어서 어느 때보다 기대되고 힘이 나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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