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선택한 칠레 민심…경제회복 기대가 당락 갈라

입력 2017-12-18 10:28  

변화 선택한 칠레 민심…경제회복 기대가 당락 갈라
경제침체와 현 정권 개혁 미흡 실망감 커…낙태 등 진보정책 후퇴 가능성
여대야소 속 안정적 국정운영 전망…칠레도 좌파벨트 퇴조 대열 가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칠레 국민이 17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중도우파 야권연합 후보로 나선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대통령을 선택한 것은 '변화'와 '연속성' 중에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대통령을 역임한 피녜라가 다시 대권을 거머쥔 것은 분배와 권리 신장보다는 성장에 따른 풍요를 갈망하는 국민적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피녜라 당선인은 대선 운동을 펼치면서 자신을 수년간 이어진 경기침체를 끝내고 중남미 최대 구리 수출국인 칠레의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칠레를 중남미 최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선진국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정치권에 뛰어들기 전에 경제학 교수를 지냈으며 기업을 이끈 친시장 주의자의 면모를 십분 부각한 것이다.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답게 그는 선거기간 내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등 시장 친화적인 각종 정책을 펼치면 4년 임기 동안 경제성장률이 두 배 높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칠레의 최근 경제성적표는 피녜라가 재집권에 성공한 배경을 잘 보여준다.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집권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2%대에 그쳤다. 세계은행이 집계한 칠레의 경제성장률은 2014년 2.83%, 2015년 2.75%, 2016년 2.44%로 하향곡선을 그려왔다. 올해는 1.6%로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피녜라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기록한 연평균 5.3% 성장률과는 대조적이다.
바첼레트 집권 기간 칠레의 경제성장률이 저조했던 것은 주력 수출품목인 구리 시세가 약세를 보인 탓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2월에는 세계 최대 구리 생산 업체 에스콘디다 광산 파업으로 10억 달러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의 교육과 연금 개편 등 각종 개혁정책 대한 실망감도 피녜라의 승리에 일조했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칠레의 교육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평가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이 교육 개혁을 추진했지만 학생들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정권 시절 구축된 비싸고 불평등한 교육 시스템을 재정비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며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피노체트 정권 시절 민영화했던 연금 개혁에 대한 불만도 높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때 '칠레의 대모'로 불렸던 바첼레트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2006∼2010년)를 마치고 퇴임할 당시 지지율이 85%에 달했지만, 지지층의 개혁 수준에 대한 실망감에 더해 큰아들 부부가 연루된 부동산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면서 20%대 중반으로 곤두박질쳤다.


국제사회는 칠레의 정치지형이 중도좌파에서 보수 우파로 변모한 것을 계기로 중남미 좌파벨트 퇴조 경향이 가속화될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호황이 끝난 뒤 원유, 구리 등 원자재 가격 하락 여파로 최근 2년 사이에 아르헨티나, 브라질, 페루 등 남미에 우파정권이 들어선 데 이어 칠레도 '핑크 타이드'(온건 사회주의 물결) 퇴조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남미 좌파의 몰락 가속화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한때 중남미 좌파를 호령했던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10월 치러진 주지사 선거와 12월에 치러진 시장 선거 결과를 보면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아직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등 서구 사회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현 추세라면 내년 대선에서 재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달 초 중미 니카라과에서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도 좌파여당이 153개 선거구 중 135곳에서 시장을 배출했다.
앞서 올해 4월 에콰도르 결선 투표에서 좌파 집권여당인 국가연합당(알리안사 파이스)의 레닌 모레노 후보가 우파 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피녜라의 재집권으로 칠레 국내에서는 바첼레트 대통령 재임 중 도입됐던 각종 정책이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보수 정치인인 피녜라는 바첼레트 대통령이 노동, 교육, 여성 등의 분야에서 추진한 진보적 개혁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무엇보다 피녜라는 올해 공포된 낙태 부분 합법화 법률을 개정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터라 집권 이후 어떤 식으로든 손질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피녜라는 국회의 지원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대선 1차 투표와 함께 치러진 총선에서 상·하원 모두 중도우파야당연합이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 우파 야권은 상원 23석 중 12석(점유율 52%)과 하원 155석 중 73석(점유율 47%)을 차지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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