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반출 그림 래핑 열차' 탄 폴포츠 "문화재 귀향 화이팅!"

입력 2017-12-18 14:16  

'해외반출 그림 래핑 열차' 탄 폴포츠 "문화재 귀향 화이팅!"
지하철 3호선에 김홍도·왕실회화 작품 입혀…다음달 말까지 운행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소중한 (해외 반출) 문화재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기회가 될 것 같네요."
18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플랫폼에 어디서 본 듯도 한 서양인 승객이 등장했다. 검은 벨벳 재킷에 검은 셔츠·바지 차림에 따뜻한 느낌의 연갈색 목도리를 두른 이 '영국 신사'는 유명 팝오페라 가수 폴 포츠다.
영국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인에게 뭉클한 감동을 안기며 휴대전화 영업사원에서 일약 세계적인 음악인으로 거듭난 바로 그 인물이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문화 행사의 주 무대가 될 강릉아트센터 개관 공연 차 우리나라를 찾았다가, 이 '특별한' 전동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 역사를 찾았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폴 포츠가 탄 열차는 해외로 반출된 우리 문화재 이미지로 장식된 '귀향문화열차'다. 10량짜리 전동차 9·10번째 칸을 김홍도의 '사계풍속도병'과 왕실 회화 '십장생병풍'으로 각각 꾸민 차량이다.
폴 포츠는 사랑의종신기부운동본부 주최,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시 후원으로 '귀향문화열차'를 알리는 이번 행사에 참석했다.
열차에 들어서자 소나무, 대나무, 학, 산 등 화려한 십장생(十長生)으로 꾸며진 바닥에 눈에 들어왔다. 폴 포츠는 익숙지 않은 한국의 전통 회화가 신기한 듯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열차를 둘러봤다.



'십장생병풍'은 순종이 왕세자 시절 천연두에 걸렸다가 9일 만에 낫자, 이를 기념해 만든 왕실 회화다. 1924년 경성부 무역상인 테일러 상회를 통해 미국 오레곤대학교 박물관으로 팔려갔다.
폴 포츠는 "한국인에게 이들 십장생 상징들은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뜻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설명을 듣고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박영근 문화재청 차장은 "국외 문화재는 16만점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에서는 적법하게 반출된 것과 불법으로 빼돌려진 것이 섞여 있다"며 "정부는 적법하게 반출된 문화재는 현지 박물관에서 잘 전시·관리되도록 하고, 불법 반출된 문화재는 환수 조치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적법하게 반출된 문화재라도 해외에 있기 때문에 우리 국민이 접할 기회가 없는데 이렇게 지하철 내부를 작품으로 꾸며 국민이 (해외 반출 문화재에 대해) 배울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폴 포츠는 걸음을 옮겨 옆 칸으로 이동하면서 알아보는 시민에게 인사도 건넸고, 문화재 환수를 염원하는 뜻에서 "귀향 화이팅!"도 힘차게 외쳤다.

이웃 칸에 그려진 작품은 김홍도가 그린 풍속화인 '사계풍속도병'으로, 병풍에 붙은 작품이다. 김홍도 특유의 해학과 풍자가 돋보이는 이 그림은 1800년대 후반 프랑스 외교관 루이 마랭이 사들여 프랑스 기메 박물관에 기증했다.
폴 포츠는 "매일 사람들이 출·퇴근하는 대중교통수단에 이처럼 작품을 꾸며 놓으니 얼마나 한국인에게 (해외 반출 문화재가) 중요한 문화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같다"고 짤막한 소감을 건넸다.
이날 행사는 경복궁역을 출발해 종점인 구파발역에 이르기까지 약 20분간 진행됐다.
해외 반출 문화재로 장식된 3호선 귀향문화열차는 다음 달 말까지 운행된다.
ts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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