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증자·IPO로 '실탄'…일감절벽·지배구조 개편 대비

입력 2017-12-26 19:55   수정 2017-12-26 20:39

현대重, 증자·IPO로 '실탄'…일감절벽·지배구조 개편 대비

"자금난 때문 아니다…무차입으로 경영 독립성 키울 것"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윤보람 기자 =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중공업[009540]의 유상증자와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내년 조선업 '일감 절벽' 대비와 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계획대로 '무차입 경영', '채권단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의 꿈이 실현될지 주목된다.

◇ "유상증자 후 현대중공업 부채비율 60%대로"
현대중공업은 26일 이사회를 열어 1조2천875억원(1천25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일단 현대중공업은 이번 증자의 배경과 관련, 유동성 위기 등 현재 '돈이 없어서' 증자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재무구조 개선과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한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부채비율이 87%로, 업계에서는 가장 양호한 수준이고 내년 일감 부족 현상이 심해지더라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있다"며 "이번 증자는 부채비율을 더 낮춰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실현해 채권단의 '경영 입김'을 원천 차단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의 추산에 따르면 유상증자가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그룹 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는 순차입금을 모두 털고 약 5천억원 규모의 순현금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부채비율도 87%에서 6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YNAPHOTO path='C0A8CA3C000001501E529DE50001F066_P2.jpeg' id='PCM20150930039900039' title='현대중공업' caption='[연합뉴스TV 제공]' />
아울러 내년 은행 등 금융권이 조선업계의 '돈줄'을 더 조일 것에 대비하는 의미도 있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지금까지 상선 부문에서 목표(75억 달러)를 크게 웃도는 100억 달러(150척)어치 일감을 수주했고, 내년에도 올해보다 30% 이상 많은 132억 달러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난해 수주 실적이 너무 저조했기 때문에 현재 약 1년 치 남짓의 일감만 남아있다는 점이다.
내년 수주 물량이 올해보다 늘어난다고 해도, 당장 조선소를 돌리고 인력을 투입할 일감이 내년에는 거의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내년 은행 등 금융기관은 조선사들에 대한 여신을 더 줄일 수밖에 없고, 이런 어려움에 앞서 미리 증자로 여력을 갖춰 놓겠다는 게 현대중공업의 판단이다.
앞서 삼성중공업[010140]이 지난 6일 올해와 내년에 걸쳐 7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며 1조5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 '할 일 많은' 지주사 현대로보틱스…오일뱅크 IPO로 수조원 기대
동시에 이날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현대로보틱스는 자회사 현대오일뱅크의 IPO를 결정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최대주주인 현대로보틱스는 91.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YNAPHOTO path='C0A8CA3D00000160929BAD5300012C41_P2.jpeg' id='PCM20171226003508887' title='현대오일뱅크 주유소' caption='[현대오일뱅크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
현대로보틱스는 내년 하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향후 외부감사인 지정, 주관사 선정, 상장예비심사 청구 등 상장에 필요한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직 현대오일뱅크 기업가치에 대한 구체적 평가가 나오기 전이지만, 증권업계 등에서는 이번 IPO를 통해 현대로보틱스가 수조 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자금의 용도에 대해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신사업에 투자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산업용 로봇을 주로 생산하는 현대로보틱스가 더욱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IPO 자금이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나 현대중공업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지출을 사후 충당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내년 상반기 중 그룹 내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010620]-현대중공업'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법으로 현대미포조선의 현대중공업 지분을 현대로보틱스가 사들이는 방안, 그룹 내 조선소 간 합병 등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현대로보틱스가 순환출자 고리 해소를 위해 계열사 지분을 사들일 경우, 여유 자금의 상당 부분이 지분 매입으로 빠져나가더라도 IPO 자금으로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
더구나 현대로보틱스는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에도 참여, 큰돈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 현대로보틱스는 이미 이번 유상증자에 120% 초과 청약할 것을 결의했다. 증자 참여 후 곧바로 하반기 현대오일뱅크 상장으로 '실탄'을 다시 채울 수 있다면, 현대로보틱스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룹 조선 3사의 순환고리가 끊어지고 오일뱅크의 IPO까지 마무리되면, 지난 4월 이후 진행된 지주회사 체제 개편과 사업구조 조정은 사실상 마무리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YNAPHOTO path='AKR20171226162200003_01_i.jpg' id='AKR20171226162200003_0101' title='' caption=''/>

shk999@yna.co.kr, br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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