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시간은 우리에게 있다…차분하게 대응하자"

입력 2017-12-29 17:10  

"북핵 문제, 시간은 우리에게 있다…차분하게 대응하자"
함르 전 미국방부 부장관 "북한은 자신들 처지 개선 수단 없다…대북 협상서 얻을 것도 없다"
전문가들 '코피 작전' 등 제한적 대북 군사 타격론에 회의적…"대북 억지력 통한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아이들 싸움에선 상대의 코피를 먼저 터뜨리면 일반적으로 상대는 울음을 터뜨리며 전의를 상실하고 싸움을 그만둔다.


미국의 여러 대북 군사 선택지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다고 최근 일부 외신에 보도된 '코피' 작전도 마찬가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나 저장고에 대한 정밀·제한 타격으로 북한의 코피를 터뜨려 미국의 대북 군사 타격 의지가 진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면 북한이 전면전을 두려워해 보복 공격도 못 하고 나아가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리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콜린 칼 조지타운대 조교수 콜린 칼은 "김정은은 너무 비이성적이어서 억지 전략이 통하지 않는 인물이기 때문에 예방 전쟁밖에 길이 없다고 해놓고, 전시 억지(intra-war deterrence)는 먹힐 만큼 이성적이라니…"라고 27일(현지시간)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모순된 논리를 지적했다.
억지 이론은 본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는 이론이지만, 전시 억지는 제한전이 전면적으로 확전하지 않도록 하는 이론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손익 계산을 할 만큼 합리적이기 때문에, 또는 합리성 유무와 관계없이 정권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보복 공격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이 첫 타격을 당한 뒤 공포에 짓눌려 제정신을 잃고 무차별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어른들은 자신의 코피를 보고 더 흥분해 싸움이 격해지는 경우도 많다.
핵무기를 개발해 놓고도 보복하지 않을 경우 내부 권위 상실로 결국 자신의 정권이 붕괴할 것이라는 '합리적' 판단 때문에 보복 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걸고 있는 개인과 정권 차원의 정통성을 고려하면 보복 공격을 하지 않는 게 보복 공격을 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존에 더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칼 교수는 말했다.
제2의 한국전이 발발할 경우 북한이 개전 초에 모든 무력을 쏟아부어 대량 인명 피해를 냄으로써 미국의 개입을 억지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들은 예상하는 터다. 북한판 전시 억지 전략인 셈이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 제프리 루이스는 28일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끝내 대북 군사 타격 명령을 내릴 경우 "제한전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해군 정보함 나포, 미 정찰기 격추, 미군 장교 2명에 대한 판문점 도끼 살해 사건, 미군 헬기 격추 사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들며 "북한은 핵무기로 미국을 공격할 능력이 없을 때도 이 모든 위험을 감수했었다"고 그는 말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북한에 대한 제한적 군사 타격론을 대북 강압 외교를 위한 으름장으로 보면서 실제론 그 대안으로 대북 봉쇄전략을 펼 수 있다고 전망하고, 그러나 봉쇄전략에도 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의 지시로 소련에 대한 심리작전을 시행했다. 소련의 해·공 방어망을 시험하기 위해 공군기들을 소련의 영공을 향해 직항시키고 레이더를 가동하고 군부대에 비상령을 내렸다가 마지막 순간에 공군기들을 급회황시키는 방식이었다.
"그 결과는 신경이 곤두선 소련이 서울행 민항기(1983년 대한항공 007편)를 격추함으로써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가장 위험스러운 냉전 위기를 촉발한 것이었다"고 루이스는 지적했다. "내가 꾸는 (전쟁의) 악몽은 (봉쇄를 당한) 북한이 민항기를 대북 폭격기로 오인해 격추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과 핵실험, 미국의 대북 군사공격 의지 천명,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완성이 임박했다는 정보 판단이 2017년 어우러지면서 2018년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인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북 무력행사론이든 외교 해결론이든 모두 입을 모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등의 말을 쏟아낸 입장에서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이 코앞에 다가온 이상, 2018년 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신뢰성을 입증하기 위해 군사 행동에 나서든, 또는 너무 값비싼 인적·경제적 피해를 고려해 핵무장한 북한을 이를 악문 채 감내하면서 봉쇄와 억지를 더 강화하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안보 분석업체 스트랫포는 최근 새해 예측 보고서를 통해 예방 공격의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이 결국은 봉쇄와 억지를 선택할 공산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루이스 연구원도 백악관의 전략실에서 코피 작전 같은 "그럴듯한(sensible)" 대안들을 만들어내더라도 "그 안에서만 그럴듯하지 현실 세계로 나오면 그렇지 않다"며 "2018년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핵전쟁을 피해 나가는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랜 시간 후 제임스 매티스(국방장관)나 다른 사람의 회고록을 통해 2018년의 매일 매일이 맥매스터(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가 핵전쟁을 시작하려 하거나 트럼프가 발사를 재촉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전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칼 교수 등 일부 전문가는 군사 행동 으름장이 허세일지라도 오산과 오해를 부르거나 스스로의 발언 함정에 갇힘으로써 군사 충돌로 이어지는 결과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칼 교수는 "한반도 전쟁 가능성에 대한 공론이 거의 없고, 의회도 이 문제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며 "너무 늦기 전에 새해는 이 문제에 대한 논의로 시작해보자"고 제언했다.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존 함르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장은 "워싱턴에 있는 우리 모두는 좀 차분해지자"고 강조했다.
연구소 이사진과 후원자 등에게 보낸 지난 6일 자 비망록에서 함르 소장은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와 간담회에 참석했었는데…'우리는 북한 문제에서 시간이 없다'고 하기에 나는 '무슨 소리 하고 있느냐'고 면박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믿고 싶은 게 아닌, 실제의 사실들"을 보자며 "▲북한은 우리가 원한다고 해서 핵무기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중국이 북한을 압박하기는 하지만 불쾌감의 표시이지 북한의 등뼈를 부러뜨리려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진짜 전략은 미국과 한국을 이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핵무장 국가가 된다고 해서 우리가 보상을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미사일 방어망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는 족족 막아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기습 공격 초기 미사일을 막아냄으로써 우리의 압도적인 핵 파괴력으로 보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겠다는 것이다. 이를 북한도 알며, 북한은 자살 지향적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핵무기를 찾아내 파괴하기 위해 북한을 침공하지는 않을 것이며, 이는 북한도 안다. 북한은 또한 자신들의 핵 보복 능력이 한국과 일본에 가져올 무서운 파괴 때문에 우리가 북한을 선제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고 함르 소장은 말했다. 시간은 이미 대북 비핵화 설득이 실패한 지난 15년 동안 멈췄으며, "억지 전략이 소련에 대해 50년간 먹혔듯이 북한에도 작동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니 "숲 속의 늑대를 보고 놀란 작은 토끼처럼 떠들지" 말거나 "시간이 없다고 비명을 지르며 돌아다니지 말라"고 그는 조언했다. 그럴수록 "우리를 협상장에 몰고 가려는 북한의 막장 전략에 먹히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그 협상에서 우리가 얻을 것은 없다"며 "북한은 자신들의 상황을 개선할 수단이 전혀 없는" 만큼 "시간은 도리어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 있다"고 주장하고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공습을 받은 영국인들이 하던 말인 "차분하게, 하던 일을 계속하자"로 비망록을 맺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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