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중교통 우선차로 단속 '이랬다저랬다'…지방선거 때문?

입력 2018-01-08 17:19  

제주 대중교통 우선차로 단속 '이랬다저랬다'…지방선거 때문?
도로 구조 문제 개선 외면하고 땜질 처방 급급
시민 '가로변 대중교통 우선차로 구간 연장' 등 제안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주도가 대중교통 우선차로 단속과 관련 도로 구조 문제의 개선은 외면하고 땜질 처방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8일 제주도에 따르면 대중교통 우선차로 10개 지점에서 단속을 시행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모두 1천323대의 일반 차량이 우선차로에 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지금까지 정확한 적발 건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하루 동안 중앙 대중교통 우선차로에서 300건 이상, 가로변 대중교통 우선차로에서 200건 이상이 적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차종별로 과태료가 다르지만 평균 과태료를 5만원씩만 잡아도 하루에 2천500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발생하는 셈이다.
적발 건수의 80∼90%가 제주국제공항에서 해태동산까지 중앙 우선차로 구간과 가로변 우선차로 시작점인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천수동까지 구간에서 발생하고 있다.
도는 이처럼 예상보다 많은 단속 건수가 집계되자 이달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단속을 일단 2개월 정도 연기하기로 했다. 대안으로 단속 카메라(CCTV) 단속 방향을 바꾸거나 설치 장소를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제주공항에서 해태동산 구간에 있는 단속 카메라는 방향을 180도 돌려 양방향 중앙차로 시작 부분으로 진입하는 위반 차량만 단속하기로 했다. 이 구간 800m 중 700여 m를 단속하던 기존 카메라의 방향을 역방향으로 바꿔 고작 100여 m만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꼼수를 써서 단속 건수만 줄이겠다는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왜냐하면, 100여 m의 단속 구간을 지나서 중앙 우선차로에 진입한 일반 차량은 전혀 단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립제주박물관∼천수동 370m 구간에 대해서는 단속 카메라 2대 중 200m 간격으로 설치된 두 번째 카메라를 더 멀리 떨어뜨려 설치하기로 했다. 가로변 우선차로에서는 1개 지점에 설치된 두 대의 단속 카메라에 모두 찍혀야 단속 대상이 되므로 두 카메라의 간격을 더 벌려 단속 차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주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역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일 뿐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단순히 단속 카메라의 간격을 벌렸다고 해서 3차로에 있던 차량이 이미 차량이 가득 찬 1·2차로로 끼어들기가 어려우므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급기야 시민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가로변 우선차로가 시작되는 지점으로부터 수백m 전부터 표지판 등을 활용해 단속 예고를 하고, 직진하려는 차량이 일찌감치 1·2차로만 이용할 수 있도록 예고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실 이 부분은 행정 당국이 사전에 예측하고 대중교통 우선차로를 처음 시행한 지난해 8월부터 적용해야 했으나 간과한 사항으로, 지금이라도 당장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민 김모(50) 씨는 370m 구간에 1개 차선을 늘려 좌회전 차선을 별도로 주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예산이 투입되는 방안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모(47) 씨는 아예 가로변 우선차로 구간을 옛 삼양 검문소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옛 삼양 검문소는 2차로에서 3차로로 확대되는 지점이다. 그는 "현재 상황은 가로변 우선차로가 시작되는 지점이 3차선에서 2차선으로 갑자기 줄어들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거꾸로 2차선에서 3차선으로 확대되는 지점인 옛 삼양 검문소에서부터 가로변 우선차로를 시작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홍모(51) 씨는 "행정 당국이 불과 보름 전에 본격 단속하겠다고 공표했다가 슬그머니 단속을 연기하겠다고 하니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불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땜질 처방을 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행정의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kh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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