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만이 내 세상' 윤여정 "연기 오래 했다고 잘하는 거 아냐"

입력 2018-01-09 15:34  

'그것만이 내 세상' 윤여정 "연기 오래 했다고 잘하는 거 아냐"
두 아들 보듬는 어머니 주인숙 역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이병헌하고 박정민 보면 되죠. 나는 그냥 뒤에 있는 여자니까요. 걔네는 잘했잖아요."
윤여정(71)은 두 아들을 둔 어머니 주인숙을 연기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개봉을 앞두고 자신을 한껏 낮췄다.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여정은 아들 역의 이병헌과 박정민에게 공을 돌리고 자신의 연기는 "부끄러웠다"고 했다.
탐욕으로 가득 찬 재벌가 안주인('돈의 맛'),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박카스 할머니'('죽여주는 여자') 등 근작의 강렬한 캐릭터에 비하면 주인숙은 평범한 편이다. 식당 일을 하면서 따로 자란 두 아들을 연결하고 보살피는 어머니다.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둘 다 나보다 연기를 잘한다고 느꼈어요. 이병헌 잘하는 건 온 국민이 아는 거고, 박정민은 '동주'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다른 일은 오래 하면 잘하잖아요. 연기는 오래 한다고 잘하는 것 같지 않더라고요."



"경력 내세우지 말아야겠더라"고 말하는 윤여정의 연기경력은 올해로 53년차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을 하면서 연기력이 꼭 시간의 길이만큼 쌓이지 않음을 새삼 실감했다.
"요리는 오래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기와 요리의 차이가 뭔지 생각해봤죠. 연기는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건데, 감정이 신선해야 해요. 같은 얼굴에 같은 목소리로 뭘 한들 비슷하죠. 연기에 장인은 없잖아요. 신인이 잘할 때가 제일 무서워요. 그 순수함과 날것의 감정이."
전형적 캐릭터라고는 하지만 '그것만이 내 세상'을 촬영하면서 "딴에는 노력을 엄청나게"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산 사투리에 도전했다. "사투리도 안 쓰고 엄마 역할 하면 너무 특색이 없을 것 같아서 해보겠다고 한 거죠."
'과외 교사'와 3개월간 먹고 자며 사투리를 익혔다. 주인숙의 대사로 하루에 시나리오를 세 바퀴 돌며 연습하자 과외 교사가 쓰러질 정도였다고. 그런데도 성에 차지는 않았다. 사실 그가 이번 작품을 두고 겸손해한 데는 사투리 탓도 있다. 자유자재로 촬영현장을 휘어잡는 이병헌과 달리, 사투리를 틀릴까 봐 애드리브도 구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부산 사투리가 굉장히 힘들더라고요. 네이티브가 아니면 못 한다고도 하고. 사투리라는 제한이 있으니까 연기를 마음대로 못한 것 같았어요. 부산 출신 누군가가 '선생님이 얼마나 연습했는지는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나 스크린에서 카리스마는 여전하고 지난해 가을에는 미국에 가서 드라마 '하이랜드' 파일럿 촬영을 하고 왔다. 지난 주말부터 전파를 타고 있는 예능 '윤식당 2'의 인기까지 겹쳐 '제3의 전성기'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윤여정은 손사래를 쳤다.
"50∼60대 정도야 제2의 전성기라고 말할 수도 있죠.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책을 봤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하다가 죽는 게 가장 행복하다고 해요. 좋은 사람과 하고 싶은 연기 하는 게 제가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사치라고 생각해요. 그걸 지키려고 해요."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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