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고문현장' 남영동 대공분실 터, 바닥동판으로 알린다

입력 2018-01-11 06:00  

'1987 고문현장' 남영동 대공분실 터, 바닥동판으로 알린다
10.28 건대항쟁·빙고호텔 터에도 동판 설치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의 31주기(1월 14일)를 맞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 터에 이곳이 '인권현장'이었음을 알리는 바닥 동판이 설치됐다.
서울시는 남영동 대공분실이 있었던 건물의 출입구 바닥에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을 상징하는 역삼각형 형태의 동판을 설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박종철 열사와 '민주화 운동의 거목'으로 불리는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이 끌려와 강도 높은 고문을 당한 곳이다.
박종철 열사가 1987년 1월 14일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 숨지자 당시 경찰은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황당한 발표로 고문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과오를 딛고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은 현재 '경찰청 인권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내부에 박종철 기념전시실도 있다.



인권현장 바닥 동판은 ▲ 10·28 건대항쟁 자리 ▲ 민주인사 등에게 고문수사를 했던 국군보안사 서빙고분실 터 ▲ 미니스커트·장발 단속 등 국가의 통제와 청년의 자유가 충돌했던 명동파출소 ▲ 부실공사와 안전관리 소홀로 사상자 49명을 낸 성수대교 등에도 설치됐다.
'10.28 건대항쟁'은 1986년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 건국대에서 전개된 민주화 운동이다.
당시 경찰은 건국대 본관 앞에서 민주화 시위를 하던 전국 27개 대학, 2천여명의 대학생들을 5개 건물로 몰아넣고 헬기까지 동원한 작전을 벌여 진압했다. 1천525명이 연행되고 1천288명의 학생이 구속됐다. 단일 사건 최다 구속 기록이었다.
바닥 동판은 건국대에서 조성한 10.28 건대항쟁 기림상 앞에 설치됐다.

국군보안사 서빙고분실은 남영동 대공분실과 함께 악명 높은 고문수사시설로 꼽히는 곳이다. 1972년 10월 유신 이후 '빙고호텔' 등으로 불리며 군사정권 시절 공포정치의 대명사로 통했다.
1990년 국군보안사가 민간인 정치 사찰 중지를 선언하고 국군기무사령부로 명칭을 바꾸면서 서빙고분실이 철거됐다.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일제강점기 여성 인권을 탄압한 '한성권번' 터에도 바닥 동판이 생겼다.
권번은 일종의 기생조합으로, 요릿집 출입을 관리하고 화대를 대신 받아주는 일종의 소속사 기능을 했다. 기생들의 입회비, 월회비, 수입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며 조직적으로 착취했다.
한성권번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프리미어플레이스 빌딩이 들어서 있다.
이로써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인권현장 바닥 동판은 총 45개로 확대됐다.
서울시는 근현대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권 탄압이 발생했던 곳과 탄압에 맞서 싸운 인권수호 현장에 바닥 동판을 설치하고 있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인권현장을 시민들이 쉽고 편리하게 탐방할 수 있도록 도보 탐방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인권현장에 얽힌 사연과 아프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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