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교육열·부모 불안 무시하면 안돼…더 중요한 건 아이들"

입력 2018-01-14 06:37  

"영어교육열·부모 불안 무시하면 안돼…더 중요한 건 아이들"
전문가들 "유치원 방과후 영어 금지 반발, 박탈감·불안 때문"
"초등 3년부터 'ABC' 배워도 안 늦어", "유아 영어학원도 규제 필요"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 특별활동 금지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학부모들의 반발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효율적인 외국어 학습과 바람직한 유아 교육을 위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게 최선이라는 점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유아교육 전문가인 나정 동국대 교수(아동보육)는 14일 "한국의 교육열은 역사·문화적으로 뿌리가 깊다"며 "이런 특수성과 부모들의 불안감을 무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아교육보육정책 국가조정관, 유네스코 유아교육정책 아시아3국 과제책임자를 거쳤으며, 유치원 교육과정 개정 연구진으로도 활동했다.
교육개발원 재직 때는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도입되는 과정도 생생히 지켜봤다.
그는 "우리나라는 사회 전반에 '영어 프리미엄'이 너무 강하고 이런 분위기가 학부모들에게 그대로 투영되기 때문에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열정을 비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달에 학원비가 최고 수백만 원에 달하는 전일제 영어학원을 그대로 둔 채 국가기관이 관리·감독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3만원짜리 방과후 영어마저 금지하면 학부모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금지가 이미 3년 전 예고됐고 유치원과 어린이집도 정책 연장 선상에서 자연스럽게 포함됐지만,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느닷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 교수는 OECD와 유네스코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이스라엘, 독일, 스웨덴, 몽골, 베트남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외국어 조기 교육을 비롯한 교육 실태도 연구했다.
그는 "대부분 선진국은 초등 3∼4학년 때 외국어 교육을 시작하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학부모와 사립 교육기관의 영어 선망도가 높다"고 전했다.
나 교수는 "20여년 전 초등학교 영어교육을 도입할 때 몇 학년부터 할 것인지 논란이 많았지만, 교육 효율성과 언어발달, 외국사례 등을 종합하고 여러 번의 공청회를 거쳐 3학년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영어교육은 1997년 3학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됐다. 이듬해 4학년, 1999년 5학년, 2000년 6학년으로 확대됐다.
나 교수는 "학부모들의 심리적 위안이 굉장히 중요한 건 맞지만, 그에 앞서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아이들의 언어발달과 바람직한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은 자명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영어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도 어른들의 영향과 주관적 시선이 녹아 있다고 분석한다.
"요즘은 교육방법론이 워낙 발달해 굉장히 재미있게 가르칩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이 '밀크', '애플' 같은 단어를 한마디만 해도 칭찬을 해줍니다. 친구들이랑 신나게 노는 것을 보고 칭찬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영어유치원'으로 불리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아이들의 집중력을 끌어내기 위해 '복수교사제'를 활용한다. 계속 영어만 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아교육 전공 교사도 함께 채용해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다.
나 교수는 "정부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확신을 부모들에게 줘서 불안감을 없애줘야 한다"며 "적극적인 소통으로 'ABC'부터 책임지고 가르쳐서 아무 지장도 없게 할 것이라고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아 영어학원에 관해서는 "유치원 방과후 영어 금지에 맞춰 규제가 불가피하다"며 "그러나 완전히 금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학부모 계도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교육을 축소하는 게 현실적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영어 조기교육이 별 효과가 없다는 데는 대다수 전문가가 동의한다.
영어교육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병민 서울대 교수는 "유치원 시기는 언어발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 혼자 둬도 우리말이 쏟아져 나온다"며 "시키는 대로 따라 하거나 제한적 표현만을 활용해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영어교육은 어떤 면에서 시간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교육부의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는 제대로 된 밑그림을 그리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정책이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며 "학부모들의 불안이나 기대, 경쟁의식을 해소하지 못하면 유아 관련 영어교육 정책은 착근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또 "정부는 조기 영어교육의 효과나 부작용 등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전일제 영어학원에 대한 분명한 대안과 종합적인 영어교육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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