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냉혹함 앞에서…제임스 설터 '아메리칸 급행열차'

입력 2018-01-16 11:36   수정 2018-01-16 11:51

삶의 냉혹함 앞에서…제임스 설터 '아메리칸 급행열차'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미국 소설가 제임스 설터(1925∼2015)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아메리칸 급행열차'(마음산책)가 번역 출간됐다.
이 작품으로 설터는 1989년 펜/포크너 상을 받았으며, 수전 손택으로부터 "독서의 강렬한 즐거움을 아는 독자들에게 특히 어울리는 작가"라는 평을 얻었다.
글을 쓰는 데에는 완전한 고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던 설터는 평생 장편소설과 단편집을 통틀어 단 8권밖에 내지 않았다.
두 권의 단편집 중 하나인 '아메리칸 급행열차'는 특히 인간의 불안하고 외로우며 수치스러운 순간들을 포착한다. 동명의 표제작을 비롯해 11편의 단편을 담았다.
작가는 이 소설집을 이런 문장으로 시작한다. "삶은 우릴 때려눕히고 우린 다시 일어나는 거야. 그게 전부야."
이 책에 수록된 단편 '20분'에서는 이 문장이 다시 반복된다. 주인공 남편과 헤어진 뒤 혼자 사는 제인 베어가 말을 타다 떨어지는 사고로 절체절명의 20분을 남겨두고 아버지가 했던 이 말을 떠올린다. 그는 어떻게든 몸을 일으키려 애쓰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마침내 누군가에게 발견돼 도움의 손길을 받지만, 그마저도 그녀를 살리는 쪽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삶이란 결국 냉정한 것이라고 말하는 듯한 작품이다.
표제작인 '아메리칸 급행열차'는 뉴욕에서 크게 성공한 두 젊은 변호사의 일상을 그린다. 별다른 사건 없이 이들의 삶의 편린을 그리며 뒤틀린 욕망을 보여주는 문장들은 아주 건조하고 냉혹하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추천사로 "'아메리칸 급행열차'를 읽는다는 것은 삶의 보이지 않는 흉터를 보는 일과 같다. 평소엔 화장으로 두껍게 가렸던 깊은 상처를 민낯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용서 없는 조명 아래 드러난 삶을 바라보며 우리는 부끄러움과 함께 해방감을 맛본다"고 했다.
서창렬 옮김. 252쪽. 1만3천원.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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