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세계자연유산] ① 왜 서남해안 갯벌인가…유일무이 유형

입력 2018-01-21 09:16  

[도전! 세계자연유산] ① 왜 서남해안 갯벌인가…유일무이 유형
일반 갯벌과 차별화한 특성 지녀…지질학적·생태학적 가치 우수
이달말 세계자연유산 신청…내년 6∼7월 세계유산위 회의서 결정

[※ 편집자 주 = 서남해에는 수천 개 섬이 밤하늘 별처럼 흩어져 있습니다. 그 섬들을 둘러싼 갯벌은 다양한 생물 서식지이자 생태 보고로 반짝이는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섬 갯벌'로 부를 만한 서남해안 갯벌은 연안에 형성되는 일반 갯벌과는 차별성을 지닌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유형입니다. 문화재청은 인류 보편적 가치를 품은 서남해안 갯벌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은 국내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신청합니다. 연합뉴스는 섬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현황, 기대 효과 등을 담은 기획 [도전! 세계자연유산] 2편과 남해서부와 서해에 자리한 등재 대상지를 찾아 살아 숨 쉬는 갯벌 생태를 전하는 [서남해안 갯벌을 가다] 르포 4편을 송고합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중국 동부와 한반도 서부에 걸친 환황해권은 수심이 비교적 얕아 갯벌 퇴적이 우수하다.
전남 신안,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보성∼순천에 분포한 서남해안 갯벌은 지반 융기로 생긴 수많은 섬 주변에 생성돼 '섬 갯벌'로 규정된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 두 나라에 걸친 9천800㎢ 규모 와덴해 갯벌은 200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와덴해 갯벌은 세계유산으로서 갯벌 지위를 선점, 독점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남해안 갯벌은 일반 갯벌과는 다른 '섬 갯벌'이라는 차별성을 내세워 세계유산에 도전한다.
세계유산(World Heritage)은 인간의 활동 흔적인 문화유산(Cultural Heritage)과 자연환경에 의한 자연유산(Natural Heritage), 그리고 두 가지 성격을 아우르는 복합유산(Mixed Heritage)으로 나뉜다. 서남해안 갯벌은 바로 자연유산 등재를 목표로 삼는다.
인간 활동과는 대체로 차단된 와덴해 갯벌과는 달리, 우리 갯벌은 어민들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복합유산 성격을 지니지만, 자연유산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재 국내 세계유산 12곳 중 자연유산은 2007년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1건뿐이다.
문화유산으로는 종묘, 창덕궁, 조선왕릉, 남한산성, 화성, 백제 역사유적 지구,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 경주 역사유적 지구,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리려면 10가지 등재 기준(Criteria)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OUV)를 지녀야 하며, 그 외에도 완전성(Integrity)과 진정성(Authenticity)함께 보호·관리제도(Protection and Management)를 갖춰야 한다.
등재기준 10개 기준 가운데 1(Ⅰ)∼6(Ⅵ)은 문화유산, 7(Ⅶ)∼10(Ⅹ)은 자연유산에 적용된다.
서남해안 갯벌은 8∼10번째 기준을 적용한다.
지형·지질학적 특성, 생태·생물학적 대표성과 다양성 등이다.
세계적으로 갯벌은 영어 표현 'tidal(조수의) flat(평면)'에서 보듯 지형적으로 평지에 해당한다.
서남해안 갯벌은 두꺼운 갯더미, 암석 지형이 어우러진 수직적 경관을 이뤄 뚜렷하게 대비된다.
신청 대상지에는 해양 1천614종, 육상 587종 등 모두 2천201종 동·식물이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온대역 생태계에서 다양성 측면에서 최고 수준이다.
세계 3대 철새 이동 경로 중 하나로 118종, 30만2천여 마리 철새가 날아드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서천 갯벌은 넓지 않은 면적인데도 85종, 16만 마리 철새가 모여든다.
신안 갯벌(804.59㎢)은 드넓은 면적만큼이나 다양한 서식지와 대형 저서동물(강·바다 바닥에 깔린 바위나 모래에 사는 동물)을 보유한 다도해 갯벌의 전형이다.
서천 갯벌(68.39㎢)은 금강에서 유입된 퇴적물과 바깥 바다로 밀린 퇴적물이 조류를 따라 유부도와 인근 섬 주변에서 만나 형성된 하구형 갯벌이다.
고창 갯벌(59.85㎢)은 곰소만 입구에 있는 개방형 갯벌로 7개 섬과 암초만 갯벌 위로 노출됐다.
보성∼순천 갯벌(57.02㎢)은 장도 주변 20개 섬 사이 깊은 수로가 형성된 만입형 갯벌이다.
이처럼 서남해안 갯벌은 갯벌의 다양한 생성 과정과 생태적 특징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1월 서남해안 갯벌을 등재신청 대상으로 확정한 데 이어 이달 중 프랑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다.
이렇게 각국이 등재신청한 유산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WHC)는 문화유산이면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자연유산이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라는 자문기구에 각각 사전 심사와 현지실사를 의뢰한다.
갯벌 현지실사는 오는 8∼9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서류 심사와 현지실사, 그리고 전문가 평가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모코모는 해당 유산이 세계유산이 될 만한지 여부를 내년 4월 무렵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통보한다.
자문기구 평가에는 등재권고(Inscribe)·보류(refer)·반려(defer)·등재불가(not inscribe)의 네 가지가 있다.
등재권고 판정을 받으면 이변이 없는 한 세계유산위에서 등재가 결정된다.
갯벌에 대한 최종 등재 여부는 내년 6∼7월로 예상되는 제43차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결판난다.
세계유산 제도는 간단히 말해 유산을 잘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서남해안 갯벌은 이처럼 명확한 취지에 부합하는 곳이라고 문화재청은 강조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서남해안 갯벌은 다수 멸종위기종을 보유했고, 철새 휴식처이자 자양분 공급처로서 기능을 갖춘 지질학적·생태적 보호 대상"이라며 "인간 활동과 환경 오염 등으로 사라져 가는 갯벌 보전의 당위성을 피력해 세계유산에 등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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