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절망에 맞서는 생명·인간의 존엄 기억해야"

입력 2018-01-20 11:19   수정 2018-01-20 13:48

"전쟁·절망에 맞서는 생명·인간의 존엄 기억해야"

팔레스타인 시인 칼레드 흐룹 등 국내외 작가들 '국제인문포럼' 호소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 거대한 폭력, 절망과 가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저항과 생명의 가치, 인간의 존엄을 기억하고, 문학은 이를 기록해야 한다고 국내외 작가들이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출신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학자인 칼레드 흐룹(53)은 20일 서울대 두산인문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계기 국제인문포럼'에서 '당당히 일어서서 전쟁과 절망과 가난의 얼굴을 힘껏 때리다'라는 제목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사람들의 처절한 삶을 전했다.
2008년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두 다리를 잃고 절망, 가난과 싸워오다 지난해 이스라엘 저격수들의 습격으로 총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남성 이브라힘의 짧은 생애를 들려주며 흐룹은 "이브라힘이 다리를 잃고부터 생명을 잃기까지의 수년은, 전쟁과 점령이 민중들의 삶과 미래에 가져오는 어마어마한 고통과 좌절과 파국의 한 사례로서 팔레스타인 대서사시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브라힘과 그의 짧은 생애는 존엄함과 자부심 그리고 저항성을 구현했다"며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의 사람들이 그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어떻게 인간다운 삶을 꾸려가며 무자비한 폭력에 맞서 저항을 멈추지 않았는지 증언했다. "이브라힘의 주변과 가자 전역의 사람들에게 싸우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들은 점령자, 봉쇄망, 빈곤, 절망 그리고 세계의 침묵과 싸웠다. 삶은 끈질긴 크고 작은 투쟁들의 연속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발표를 시작하면서 "원래 이번 포럼에서 내 문학적·직업적 정체성 갈등에 관한 얘기를 하려고 했었다. 대학교수인지, 학자인지, 중동 신문에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인지, 아랍어 소설의 평론가인지, 등단한 시인인지. 그러나 이 글을 준비하던 중 가자 지구의 이브라힘이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일어났고, 이브라힘의 얼굴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내 얘기를 삭제하고 이브라힘의 얘기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제르바이잔 작가인 바기프 술탄르는 모국이 러시아와 이란 사이의 전쟁으로 분단되고 한쪽은 여전히 이란의 식민 통치를 받는 현실을 설명한 뒤 "현재 중동과 근동 지역은 총포로 완전히 덮여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새의 노래 대신 총포 소리를 듣고, 웃음 대신에 눈물을 보며, 결혼식은 장례식으로 변한다"고 전했다.
이어 "문학예술의 사명은 인간이 인간에게 속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인본주의적 양식이 사라지지 않도록 상기시키는 것이다. 작가는 단어의 힘과 영향력을 사용해 세계 정치사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본주의적 생각으로 가득 찬 양질의 작품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설가 김숨은 이번 포럼의 '여성 혹은 젠더' 섹션에서 "돌아오지 않은 여자들, 돌아온 여자들: 전쟁과 여성의 성 욕망하는 자들"이라는 제목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1988년 이 문제를 세상에 처음 알린 윤정옥 교수의 이야기를 해외 작가들에게 알렸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는 8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중 살아 돌아온 일본군 위안부는 2만 명으로 추정된다. 6만 명에서 18만 명의 여자들은, 윤정옥 교수의 말처럼 돌아오지 못했다"며 "전쟁 시 성폭력은 계획적으로, 집단으로 행해지기도 한다. 그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극단적이고 유례없는 성폭력의 예"라고 고발했다.
이어 "현재 생존해 있는 피해자는 31명, 그녀들의 평균 연령은 90.2세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들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그녀들이 한 명도 남지 않은 이후에도 그녀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지구 어딘가에서"라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댓글부대', '한국이 싫어서' 등 사회 비판을 담은 소설을 펴내온 장강명 작가는 신작에서 다룰 예정인 한국의 비인간적인 경제시스템과 복잡한 분쟁의 양상에 관해 논하며 "어느 정도 제도화되고 민주화된 사회일수록 분쟁 현장에서 갈등 관계가 매우 첨예하고 복잡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작가들이 이런 분쟁을 다루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도식적으로, 관성적으로 접근하면 그 양상을 정확히 포착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min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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