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국민용·내부용 두 버전 입장문 공개…대상 따라 메시지도 달라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발표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에 대한 입장문은 예정됐던 오후 4시보다 약 8분가량 늦게 언론에 공개됐다.
입장문이 사실상 대국민 사과 성격인 만큼 김 대법원장이 카메라 앞에서 이를 낭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대법원은 김 대법원장의 뜻에 따라 별도의 카메라 촬영이나 질의·응답은 없다고 밝혔다.
언론에 배포된 입장문은 각각 A4용지 3장 분량의 '대(對) 국민용'과 '내부용' 두 버전으로 내용이 조금 차이가 있다. 보완 조사 등 향후 대책을 밝히는 부분은 동일하지만 대국민용에는 주로 사과의 내용이, 내부용에는 자체 쇄신을 강조하는 내용이 부각됐다. 청자에 따라 메시지를 달리 한 것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며 시작하는 대국민용 입장문에서 김 대법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충격과 분노 그리고 실망감이 어떠한 것이지 잘 알고 있다"며 "재판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동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며 스스로 자세를 낮췄다.
반면에 "전국의 법원 가족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내부용 입장문에서는 "우리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처해있다…우리에게 쇄신의 의지와 미래를 향한 고뇌가 있다면 지금은 그것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뼈를 깎는 자성과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오자. 저부터 앞장서겠다"고 언급하는 등 자신이 쇄신의 선봉 서겠다며 조직을 다독이는 모습도 보였다.
대법원장이 대국민사과를 이같이 두 버전으로 만드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서는 전임 양승태 대법원장 때와 대비된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수천 당시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2016년 9월 구속되자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러나 이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모두발언 형태로 낭독하고, 전국 판사에게 당부하는 내용이어서 대국민사과로 봐야 하는지를 놓고 뒷말을 남기기도 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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