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뭐하러…'연임눈독' 이집트대통령, 경쟁자 줄줄이 '퇴출'

입력 2018-01-25 09:48  

선거는 뭐하러…'연임눈독' 이집트대통령, 경쟁자 줄줄이 '퇴출'
유력 경쟁자 밀어낸 엘시시 대통령, 연임은 '떼어 놓은 당상' 분석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올해 이집트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야권 후보들이 줄줄이 사퇴하거나 체포되면서 재선을 노리는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독주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24일 이집트 매체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집트의 마지막 야권 대선 후보인 칼레드 알리(46)가 이날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인권변호사인 알리는 이날 오후 수도 카이로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주변 여건들이 공정한 선거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 레이스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알리는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 후보 신청서도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대권 도전을 선언한 알리는 "선관위의 완고함과 선거 운동에 대한 수많은 위반 지적이 있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자신의 선거 캠프 직원 여러 명도 이미 체포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알리는 지난해 엘시시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홍해의 전략적 요충지에 있는 2개 섬을 양도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주도하고 섬의 소유권을 둘러싼 법적 소송 승리를 이끌며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엘시시 대통령 충성파가 대거 포진한 의회가 끝내 섬 양도를 승인했고 법적 승소의 효력도 사실상 무용지물 됐다.
그는 최근엔 법원 바깥에서 시위하다 '풍기 문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개월을 선고받고 항소하는 등 선거 내내 난항을 겪었다.
이집트의 혁명 좌파 세력을 대표하는 알리 후보의 대선 출마 포기 선언은 엘시시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신청서를 제출하고 나서 몇 시간 뒤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 전날엔 유력한 대권 주자로 꼽혔던 사미 아난(70) 전 이집트 육군참모총장이 공문서 위조 혐의로 이집트군에 체포됐다.
이집트군은 아난 전 참모총장이 현역복무 종료와 관련된 문서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허락 없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은 군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난은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집권 시절 국방장관에 이어 군부 2인자로 통했지만 2012년 8월 해임됐고 2014년 아랍주의 이집트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군 당국에 체포되면서 대선 출마에 먹구름이 꼈다.
아난의 가족은 그의 소재를 여전히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유력 대선 주자로 꼽혔던 아흐메드 샤피크(77) 전 총리는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귀국한 뒤 행방이 확인되지 않는 등 소동을 겪은 뒤 이달 8일 출마하지 않겠다고 번복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엘시시 대통령의 연임은 떼어 놓은 당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13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슬람주의자 무함마드 무르시 축출을 이끈 전직 국방장관인 엘시시가 군과 보안기관, 언론 통제를 받는 미디어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집트 대권 경쟁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국제앰네스티는 이집트군 당국의 아난 체포를 두고 "공공 참여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나지아 부나임 국제앰네스티 북아프리카 지부장은 "이집트 당국이 엘시시 대통령에 맞설 후보라면 누구든지 체포하거나 괴롭힐 작정인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FT는 알리의 대선 출마 철회와 아난의 체포는 '독주 체제'로 변한 선거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알리의 지지자인 칼리드 다우드는 "우리에게 대선에서 경쟁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정서가 널리 퍼져있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이집트 대선은 오는 3월 26∼28일 치러질 예정이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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