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사라진 우리 공예…'간섭전'으로 살려보려 마음먹어"

입력 2018-01-29 17:18   수정 2018-01-29 17:37

"뿌리 사라진 우리 공예…'간섭전'으로 살려보려 마음먹어"
박여숙화랑, 이경노 은입사 3월 10일까지 전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이것만큼은 기계로 안 돼요."
이경노 장인이 사각 찬합을 어루만지자, 박여숙 박여숙화랑 대표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바탕에 각종 무늬를 은실로 수놓은 3단 찬합이다. 복을 상징하는 동물 중 하나인 박쥐와 기쁨이 겹친다는 의미의 쌍희자문(囍)이 새겨졌다.
지난해 일본 도야마현에서 열린 '국제 호쿠리쿠 공예 정상회담' 전시에 한국 대표 공예품으로 출품됐다가 막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경노 국가지정 은입사장과 박여숙 대표가 함께 고심해 만든 은입사 작품 중 하나다. 은입사는 금속 표면에 홈을 파고 은선을 박아 넣어 장식하는 전통 공예 기법이다.
2월 1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개막하는 '박여숙 간섭전: 이경노 은입사'는 두 사람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자리다.
박여숙 대표는 3년 전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뮤지엄에서 열린 '한국공예의 법고창신 2015' 예술 감독을 맡았다.
세계 무대에 내놓을 우리 공예예술을 찾다 보니 "너무 뿌리가 없다"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외국에서 공부한 디자이너들이 우리 것을 한다는데 작품에 깊은 맛이 없었어요. 우리 사대부들이 얼마나 멋이 있었습니까. 그 멋이 일제강점기 지나면서 끊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박 대표)
박 대표는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현대 감각이 있는 작가를 직접 찾아 나섰다. 그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 중 하나가 이 장인이었다.

남원에서 창호기술자로 일했던 이 장인은 1970년대 기계지들이 계속 나오면서 일을 그만둬야만 했다. 1976년 7월 서울로 올라온 뒤 서울시 지정 입사장인 최교준의 문하에 들어가면서 은입사와 연을 맺었다.
화려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은입사는 그만큼의 수고로움을 필요로 한다. 은사만 해도 순도 99%의 은을 1천℃에서 녹여 판에 부은 뒤 아주 얇게 밀어 작두로 자르고, 이를 틀에 넣어 가늘게 실로 뽑아내야 완성된다. 찬합의 경우 뚜껑 위주로만 입사 작업을 해도 한 달은 족히 걸린다. 작품 하나를 제작하는 데 만 번 이상을 두드려야 한다.
박 대표는 이 장인을 두고 "조선의 미감을 순수하게 지켜온 귀한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은입사 작업뿐 아니라 금속으로 기물을 직접 만드는 일까지 하는 장인이며 은입사장 중에서도 정 질을 가장 완벽하게 한다는 점에서다.
이번 전시는 박 대표가 '간섭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하는 첫 전시다. 박 대표는 "우리 공예를 되살리는 일에 미력이나마 보태야겠다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간섭'을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사정으로 뜻을 제대로 펴지 못했던 작가들을 전시를 통해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와인쿨러로도 사용 가능한 백동 화로 등 용도나 디자인 면에서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 많이 나온 것도 그 덕분이다.
'박여숙 간섭전'은 은입사를 시작으로 도자, 유기, 옻칠공예, 지공예 등 다양한 공예품으로 이어질 계획이다.
은입사전은 3월 10일까지. 문의 ☎ 02-549-7575.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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