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 여행자들 오세요…경북, 옛 종가·선비음식 개발 붐

입력 2018-02-01 06:39  

미식 여행자들 오세요…경북, 옛 종가·선비음식 개발 붐
안동, 요리서 '수운잡방' 음식 산업화…영주 선비음식으로 승부수
청송 "사계절 산나물 요리 개발"…부석사 등 사찰도 특색음식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경북 기초 자치단체들이 지역 특색을 살린 음식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먹방'이 최근 유행하면서 미식 여행자들이 늘어난 만큼 지역 특색을 가진 음식이 관광객 유치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시는 지명이 들어간 음식이 많기로 유명하다.
안동찜닭, 안동간고등어, 안동식혜, 안동헛제삿밥 등은 안동을 찾는 외지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맛보게 된다. 특히 안동찜닭이나 안동간고등어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안동이 아닌 곳에서도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시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각 종가에 전해져 오는 음식도 현대인 입맛에 맞게 개량한 상품으로 개발됐다. 종가음식은 2015년 문을 연 안동 종가음식체험관에서 맛볼 수 있다.
안동시는 또 현존 최고(最古) 요리서인 수운잡방(需雲雜方)에 기록으로 남아 있는 음식을 산업화하기로 했다.
조선 중기 안동 예안에 산 광산 김씨 설월당(雪月堂) 종가 김유(1491∼1555)가 집필한 수운잡방에는 장 담그는 법과 우유와 쌀을 끓여 만드는 '타락죽', 솔잎으로 빚은 전통주 '송엽주' 등을 만드는 조리법이 남아 있다.
또 안동 마와 쇠고기를 참기름에 볶아 엿물을 부어 만든 보양식 '서여탕', 쇠고기로 만드는 국수 '육면', 영계 다리를 참기름에 볶아 솥에서 졸인 뒤 산초가루 등으로 풍미를 더한 '전계아'(煎鷄兒), 꿩고기를 넣어 만든 물김치 '치저' 등 200여 가지 요리법을 전한다.
시는 올해 와룡면에 수운잡방 체험관을 지어 관광객들이 책에 조리법이 전해지는 요리를 직접 만들거나 맛보면서 한식과 종가음식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수운잡방에 기록된 방식대로 술이나 식초 등을 만들어 상품화하는 것도 검토하기로 했다.
안동에 '종가음식'이 있다면 영주에는 '선비음식'이 있다.
영주시는 한국외식업중앙회 영주시지부, 경북전문대 산학협력단, 영주향토음식전문가협의회와 힘을 합쳐 선비음식을 복원했다.
선비음식은 조선 시대 영주 최초 의국인 제민루에서 활동한 신진사대부 출신 명의 이석간이 쓴 식치(食治) 전문의방서 '이석간경험방'과 소수서원지 기록을 토대로 했다.
소수서원은 최초 사액서원이어서 중앙정부가 운영에 관여하고, 관직에 나간 유생들이 후배를 격려하려고 많은 식자재를 보내온 덕분에 다양한 기록이 남아 있다.
소수서원지에 기록된 영주 선비음식 대표 식자재는 쇠고기나 돼지고기뿐 아니라 명태와 청어, 연어 알, 마어(삼치), 꿩, 조개(전복·홍합), 수박, 오이 등 내륙지방 음식 재료로 보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때문에 영주시가 지역을 상징하는 선비와 특산물을 결합해 만든 '선비반상'은 생치(꿩)와 닭으로 만든 '치계탕', 청어(꽁치)조림, 가오리찜, 지역 농산물로 만든 배추전, 삼색나물(가지·박·산나물), 나박김치 등으로 이뤄진다.



주왕산 국립공원을 끼고 있어 산나물이 많이 나는 청송군에서는 사계절 맛볼 수 있는 산나물 요리 개발에 들어갔다.
청송군은 5월까지 청송만 특징을 보여주면서 현대인 입맛에 맞고 제철 산나물을 활용한 산채 요리 조리법을 개발해 각 식당에 보급할 계획이다.
군은 새로 개발하는 산나물 요리가 지역 특색과 대중성을 갖추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2015년에는 청송을 대표할 다양한 메뉴로 구성한 '심부자밥상'을 개발해 상품화했다.
심부자밥상은 조선 영조 때 99칸 저택에 살며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沈處大) 집안의 음식을 현대인 입맛에 맞게 개량한 것이다. 심부자밥상은 9첩 반상으로 장류, 찌개, 반찬 등 25가지 이상 음식으로 이뤄졌다.
심부자밥상은 심부자가 살던 송소고택(松韶古宅·심처대 7대 종손 심호택이 청송군 파천면 덕천마을에 지은 집) 대청마루에서 즐길 수 있다.
주요 사찰 주변에서도 지역을 대표하거나 상징할 수 있는 음식이 개발됐다.
영주시는 선비음식과 함께 대표 사찰인 부석사를 창건한 의상대사가 중국 유학을 할 때 선묘낭자와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선묘애청 맑은 비빔밥'과 '선묘애청 버섯비빔밥'도 영주 특색음식으로 개발했다.
의성군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는 스님과 신도들이 아이디어를 내 장아찌김밤, 채소피자, 연근장아찌 등 사찰음식을 개발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최근 여행 추세가 미식 기행과 힐링으로 변한 만큼 자연 속에서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전통 음식을 맛보려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며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른 지역과 중복되지 않는 특색 있는 음식 개발은 계속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eek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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