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예루살렘 문제 등 논의

입력 2018-02-05 21:34  

에르도안, 프란치스코 교황 예방…예루살렘 문제 등 논의
로마 시내 삼엄한 경계…쿠르드 단체, 에르도안 반대 시위 펼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교황청을 공식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과 예루살렘 지위 문제를 포함한 역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5일 오전(현지시간) 삼엄한 경계 속에 바티칸에 도착, 프란치스코 교황과 환담했다. 터키 대통령이 교황청을 공식 방문한 것은 1959년 이후 약 60년 만이다.



두 사람은 이날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뒤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사태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을 비롯해, 불안정이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와 이라크 상황, 난민 문제 등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예루살렘 사태와 관련해 전 세계 지도자 가운데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주목 받아왔다. 두 사람은 작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선언한 직후 긴급 통화를 해 예루살렘의 위상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한 바 있다.
이탈리아 언론은 이날 회담이 약 50분 간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교황과 에르도안 대통령의 대면은 이번이 두 번째로, 교황은 2014년 터키 방문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난 적이 있다.
양측의 관계는 교황이 2016년 6월 아르메니아 방문 시 1차대전 때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 군대가 아르메니아인들 집단 학살한 것을 '인종 청소'라고 언급한 것을 계기로 얼어붙기도 했다.
이날 부인, 딸, 터키 장관 5명 등 총 20명의 대표단을 이끌고 온 에르도안 대통령은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도자기 위에 이스탄불의 전경을 그린 대형 그림과 이슬람 학자인 메블라나 루미의 전집을 선물했다.
교황은 이에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담은 메달과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의 17세기 초반의 모습을 표현한 동판화, 2015년 교황청이 발행한 기후변화와 환경보호에 관한 회칙인 '찬미 받으소서'(Laudato Si) 등을 답례로 전달했다.
전날 로마에 도착한 에르도안 교황은 교황 예방 뒤 교황청의 2인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과도 만났다.
오후에는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를 차례로 찾아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 노력을 지지해줄 것을 당부한 뒤 귀국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번 이탈리아 방문은 터키가 서방 주요 국가들과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독일을 비롯한 서방 사회는 터키가 2016년 7월 불발로 끝난 쿠데타 시도 이후 정권에 반대하는 인사 수 만 명을 쿠데타 연루 혐의로 구금하고, 최근에는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에서 군사 작전을 전개해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단속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YPG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주력이나, 터키는 이 병력을 자국의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 연계 테러조직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날 교황청 인근에 위치한 유명 관광지인 산탄젤로 성 주변에서는 쿠르드 단체가 조직한 에르도안 반대 연좌 집회가 진행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에르도안은 환영받지 못한다. 로마는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적힌 푯말을 PKK 깃발과 함께 흔들며 에르도안의 방문에 항의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시내 곳곳을 통제하고, 경찰력을 증강해 경계를 강화했다.
한편, 이탈리아 극우정당 동맹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La7방송과의 회견에서 "터키는 종교가 법에 우선하는 사실상의 이슬람 국가로 EU에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이탈리아가 극단적이고 잔혹한 정권의 대표를 환대하는 것이 수치스럽다"고 말하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에 반감을 나타냈다.
이탈리아는 인권 문제 등으로 터키와 각을 세우는 서방 주요 국가와는 달리 경제적으로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터키와 탄탄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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