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300수로 되살려낸 당나라 사람들의 내밀한 일상

입력 2018-02-06 15:58  

詩 300수로 되살려낸 당나라 사람들의 내밀한 일상
신간 '당나라 뒷골목을 읊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다투어 부여잡은 버들가지 띠가 손과 손에, 사이사이 꽂은 꽃가지가 머리마다."
중국 당나라(618∼907) 시대에는 여성들이 '꽃싸움'이라고 할 수 있는 '투화'(鬪花)를 벌였다. 춘삼월이 되면 여인들이 머리에 꽃을 가득 꽂고는 누가 더 아름다운지 경쟁했다. 당시 투화 풍습은 시(詩)에 잘 남아 있다.
한대에는 문장, 송대에는 사(詞·악곡의 가사)가 유행했다면 당대는 단연 시의 세상이었다.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이백(李白), 두보(杜甫), 백거이(白居易)는 모두 당나라 사람이다. 그때는 너도나도 자작시를 작은 널빤지인 시판(詩板)에 적었다. 시는 당나라 시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매한가지였다.
중국 작가 마오샤오원(毛曉雯)이 쓴 신간 '당나라 뒷골목을 읊다'는 당시(唐詩) 300수로 생활상을 되살려낸 책이다. 당시에 오롯이 기록돼 있는 내밀하고 흥미로운 중국 고대 문화를 글로 풀어냈다.
저자는 겸손을 최고의 미덕으로 알고 있었던 중국인들이 당나라 시대에 본격적인 자기 홍보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이전과는 다르게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퍼졌고, 파격을 시도하거나 화려한 것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나라가 부유하고 강성하니 문화가 꽃을 피운 셈이다.
당나라에는 투화 외에도 호사스러운 풍습이 적지 않았다. 여성들은 아침마다 짙은 화장을 했다. 최호(崔護)는 이를 두고 "작년 오늘 이 문에서 사람 얼굴과 복사꽃이 서로 붉게 빛났었지. 사람 얼굴은 어디로 갔나. 복사꽃은 예전처럼 봄바람에 웃고 있는데"라고 읊었다.
시에는 당나라 여성들이 어떤 스타일로 화장했는지도 남아 있다. 한악(韓악<사람인변에 屋>)은 "검푸른 눈썹 옅은 녹색으로 그리고, 예쁜 입술에서 옅은 붉은색이 사라지네"라며 여인들이 눈썹을 초록색으로 화장했다고 이야기했다.



당나라가 사치스럽고 방탕했다는 사실은 음식을 묘사한 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예컨대 호떡에 대해 "밀가루 부드럽고 기름이 향기로운 것이 새로 화로에서 나왔네"라고 하거나 진수성찬을 "금 술동이에 맑은 술이 만 말이나 있고, 옥쟁반의 진귀한 음식은 만 전짜리다"라고 노래했다.
책에는 이외에도 혼례와 이혼, 노출과 남장, 기녀들을 주제로 한 다양한 시가 실렸다. 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옛 그림 약 100점이 수록됐다.
역자인 김준연 고려대 교수와 하주연 씨는 저자의 서술 방식에 대해 "당나라의 일상생활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면서도 일방적인 찬양이나 비난을 자제하고 현대 중국이 계승하기를 바라는 점을 냉정하게 지적했다"고 평가했다.
글항아리. 400쪽. 1만9천500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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