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언급한 '방북 여건'은…'비핵화' 함수 담은 북미대화

입력 2018-02-10 18:29  

문 대통령 언급한 '방북 여건'은…'비핵화' 함수 담은 북미대화
북핵갈등 와중 정상회담 녹록지 않다는 '조건부 수락'…美입장 고려한 듯
'북핵문제 당사자는 북미' 인식 속 양측에 '대화 나서라' 촉구도 함의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공식 타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 중인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게 특사 자격을 부여하고 친서와 구두 메시지 전달을 맡긴 사실을 공개하면서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을 이른 시일 안에 만날 용의가 있다. 편하신 시간에 북을 방문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는 김 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서 성사시키자"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환영하지만 '여건'이 조성되어야 가능하다는 '조건부 수락'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여기서 문 대통령이 언급한 '여건 조성'이란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는 한반도 주변 상황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핵 문제로 한반도 갈등 지수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만의 의사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관계 개선 여하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인 셈이다.
문 대통령도 김 특사 등에게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도 북미 간 조기 대화가 필요하다"며 "미국과 대화에 북쪽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북미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다 선명하게 밝힌 것이다.
미국이 북미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의지 표명'을 내걸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의 여건으로 거론한 북미대화에는 '비핵화'라는 함수가 들어있는 셈이다.
이는 남북관계 훈풍을 바라보는 미국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관계 개선엔 정상회담만한 게 없지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적어도 북미 갈등 속에선 미국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의미다.



물론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의 선결 조건으로 북미대화를 거론한 것은 북한과 미국 양측 모두에 대한 촉구의 의미 역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북핵 이슈는 북미 당사자 간 문제라는 인식을 하고 있다. 북핵 문제로 한국이 군사적 분쟁 위협까지 받고 있지만, 우리가 직접 개입해 해결할 수 없다는 현실론이 터 잡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 해법의 당사국인 북미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무릎을 맞대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북미대화 촉구 메시지는 북한은 물론 미국을 향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이전 정부와 달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관여' 정책을 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 압박과 제재 정책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문 대통령도 북한 스스로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데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서 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을 특별 참가토록 하고 단일팀을 구성하는 동시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실세' 김여정이 포함된 북측 고위급대표단을 환대하면서 올림픽을 통해 조성된 남북화해 기류를 북미대화로 잇겠다는 구상을 공개적으로 내비치는 등 모처럼의 호기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
이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100%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방한한 고위급 대표단장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북한에 독설을 하고 문 대통령 주최 리셉션장에서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외면하는 모습은 문 대통령으로서는 실망스러웠을 법 하다.
여기에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과의 설전과 위협으로 위기 지수만 높일 게 아니라 진정한 대화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처럼 '비핵화 후 대화'는 아니라도 우선 핵 동결 선언을 통한 대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 모색 등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관계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 북미관계가 중요하다"며 "수레도 두 개의 축이 같이 굴러야 움직인다"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