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유엔 인권보고관 "아웅산수치, 로힝야 박해 공모"

입력 2018-02-17 10:12  

이양희 유엔 인권보고관 "아웅산수치, 로힝야 박해 공모"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로힝야족 문제를 방관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향후 반인권 범죄의 공모자로 처벌될 수 있다는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의 발언이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최근 영국 채널4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인종청소' 논란을 불러일으킨 미얀마군의 로힝야족 반군 토벌작전에 수치가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이 향후 그를 국제법정에 세우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관은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이웃 나라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도록 한 미얀마군의 반군 소탕전에는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특징이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치는 미얀마군의 소탕전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을 부인하거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면서 "그녀에게 책임이 없지 않다. 수치는 (유혈사태를) 공모했거나 중단시키기 위한 노력을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죄가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보고관은 미얀마가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이 아닌 데다, 상임 이사국인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미얀마군의 행동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할 가능성이 적은 만큼, 수치가 국제 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고 전망했다.
앞서 미얀마는 지난해 12월 그동안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강력하게 비판해온 이 보고관의 자국 방문을 불허할 것이며, 이 보고관의 임기 동안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 이 보고관은 수차례 살해 협박과 함께 암살 시도가 있다는 경고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또 이 보고관은 로힝야족 문제를 취재하던 중 미얀마 당국에 체포된 2명의 로이터 통신 소속 기자들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그들은 진실에 너무 가깝게 다가섰다. 미얀마 군부는 국민에게 재갈을 물리고 있고 국민은 말하기를 두려워한다"고 언급했다.
이 보고관의 이번 인터뷰와 관련해 저 타이 미얀마 정부 대변인은 "그녀는 불편부당하지도 객관적이지도 않다. 그녀에 대한 신뢰가 없다"고 말했다.
불교도가 주류인 미얀마 사회에서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국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차별과 박해를 받았다.
특히 지난해 8월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동족을 보호하겠다며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 30여 곳을 습격하자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반군 소탕전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70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유혈사태를 피해 국경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또 국경없는의사회는 유혈사태 한 달 만에 6천7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추산했다.



또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성폭행과 방화, 고문을 일삼으면서 로힝야족을 국경 밖으로 몰아내려 했다고 주장했고, 국제사회는 이런 미얀마군의 행위를 '인종청소'로 규정해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미얀마는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고 반박하면서 국제사회가 구성한 조사단의 활동도 불허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지난해 연말 로힝야족 난민을 2년 이내에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합의하고, 지난달 23일 송환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끔찍한 박해를 경험한 난민들은 신변 안전과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돌아가지 않겠다고 버텼고, 이로 인해 난민 송환 개시는 잠정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방글라데시가 지난 16일 8천 명의 1차 송환 대상자 명단을 미얀마에 통보하면서 조만간 송환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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