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요괴는 악하지만 친근한 존재…콘텐츠로 활용해야"

입력 2018-03-12 08:00   수정 2018-03-12 08:21

"한국 요괴는 악하지만 친근한 존재…콘텐츠로 활용해야"
고전소설 속 요괴 연구한 이후남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고전소설에서 요괴는 퇴치해야 할 악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요괴는 삼국유사나 조선왕조실록에도 언급되는 친근한 대상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요괴에 관한 체계적 연구는 거의 없었어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이후남(32) 박사는 요괴 연구자다. 그는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요괴를 분석한 논문 '고전소설의 요괴 서사 연구'로 지난 2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요괴는 동아시아에서 익숙한 존재다. 중국 소설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은 모두 요괴다. 일본에서는 요괴 연구가 매우 활발해서 '요괴도감'도 출간됐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요괴가 학문적 탐구의 주제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최근 기자와 만난 이 박사는 "석사학위 논문을 쓰면서 요괴 여우가 출현하는 작품을 알게 된 뒤 요괴가 나오는 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다"며 "요괴에 관한 선행 연구와 참고할 만한 책이 별로 없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에서 한글소설 30편, 한문소설 4편 등 34편을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 요괴는 소설과 설화에 모두 나타난다. 다만 문학적으로 소설은 설화에 비해 인물, 사건, 배경이 있고 주제의식도 뚜렷한 편이다. 요괴와 관련한 갈등이 치밀하게 설정된 점도 특징이다.
요괴 소설은 배경이 중국 명나라와 송나라인 경우가 많고, 대개 권선징악의 구도가 확실하다. 요괴는 결말 부분에서 죽거나 주인공에게 감화된다. 이러한 서사를 통해 주인공의 영웅성은 더욱 강조된다.



이 박사는 "고전소설 34편에 나오는 요괴는 모두 27종"이라며 "한 작품에 여러 요괴가 나타나기도 하고 한 요괴가 다양한 작품에 등장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요괴는 여우가 가장 많다. 여우는 미인으로 변하기도 하는데, 보통은 신체에 요괴의 흔적이 남는다. 예컨대 '태원지'에는 여우가 변신한 미인의 턱에 털이 한 올 있다고 묘사돼 있다. 대부분의 남성은 이 털을 보지 못하지만, 감식안이 뛰어난 주인공은 털을 관찰하고 미인이 요괴임을 알아챈다.
요괴는 인간으로 변하지 않으면 형태가 기괴하다. 금빛이 나는 거구의 돼지, 사람처럼 직립보행을 하지만 키가 매우 크고 눈은 금색에 이는 옥색인 괴물 등이 고전소설에 나온다.
이 박사는 요괴를 '마성을 지닌 이물(異物)'로 정의한다. 그는 "마성이나 신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인간에게 긍정적인 존재는 신령이나 도사"라며 "죽은 사람이 환생한 귀신과 요괴도 구별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깨비가 고전소설에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한국에서 도깨비는 악한 존재가 아니어서 주인공과 대립해야 하는 소설에는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한국 요괴가 콘텐츠로 활용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역설했다. 요괴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요괴 이미지를 시각화해 도감이나 사전으로 펴내면 게임, 현대 문학, 방송,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처음에 요괴를 연구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어요. 후속 연구에서는 다른 학문과의 협업을 통해 공부의 폭을 더 넓히고 싶어요. 나중에는 요괴문화원 같은 기관 설립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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