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슨-마오쩌둥·레이건-고르비…과거 적성국 정상회담은 어땠나

입력 2018-03-12 11:14   수정 2018-03-13 08:40

닉슨-마오쩌둥·레이건-고르비…과거 적성국 정상회담은 어땠나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오는 5월 회동할 예정이다.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전격 수락한 것은 놀랄만한 변화다.
양국은 한국전쟁 이후 거의 70년 동안 적대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적대국 지도자를 직접 만나는 첫번째 현대판 미 대통령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NYT는 과거 미국이 적대국 정상과 만나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 재조명했다.
냉전 시대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은 1961년 소비에트 서기장 니키타 S. 흐루쇼프와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하지만 유일했고 한차례 이뤄진 정상회담의 성과는 없었다.
케네디는 회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다고 후일 기자들에게 말했다.
분명한 전략적 목표도 설정하지 못했다.


역사 비평가들은 양국 정상회담이 '모호한'(nebulous) 결과를 낳았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케네디와 흐루쇼프는 서로 자기 나라 선거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언쟁을 벌였다고 역사 비평가들은 전했다.
그러면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장점 만을 서로 내세웠다는 것이다.
케네디는 미 시사주간 타임에 "이런 인간은 처음"이라며 "내가 양국 사이 핵 공격이 일어나면 불과 10분 사이 7천만 명이 죽을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흐루쇼프는 '그래서 뭐(So what)?'이라는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흐루쇼프는 케네디에게 양국 간 전쟁이나 평화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케네디는 "서기장! 전쟁이 있을 것이고 추운 겨울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로 인해 양측은 곧바로 적대적 관계가 됐다.
몇개월 후 베를린을 공산주의가 지배하는 동쪽과 자본주의가 통치하는 서쪽으로 분리하는 베를린 장벽이 들어섰다.
리처드 M. 닉슨 미 대통령은 1972년 1주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과 미국 사이 냉전이 종료됐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냉전 종료에 결정적인 이벤트가 됐다.
당시에는 모순처럼 보였지만 극렬한 반(反)공산주의자들로 이름을 떨쳤던 미 정치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공산주의 국가로 뛰어들어갔다.


닉슨은 당시 중국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洞)을 만날 수 있을지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베이징으로 떠났다.
하지만 충동적인 것은 아니었다.
미국 탁구팀이 중국에 도착했던 1971년 4월부터 양국 간 비밀접촉이 진행됐다.
이후 양측의 외교는 '핑퐁 외교'(Ping-pong diplomacy)라고 불렸다.
닉슨의 국가안보자문담당 헨리 A. 키신저는 극비리에 중국을 찾아 획기적인 방문을 성사시켰다.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중국 총리는 "국제외교사에서 스포츠가 그렇게 효율적으로 사용된 적은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1985년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과 미하일 S.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스위스 제네바 회담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냉전 시대 양측은 6년 만에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레이건은 워싱턴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만났고 만났어야 했다"며 "새로운 시작을 요구했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데올로기나 자국 국익 등 기초적인 것은 회담 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할 수 없었다"며 "서로 이해의 폭을 확대하는 게 평화의 열쇠"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실질적인 결정이 이뤄진 게 거의 없다.
다만 이를 통해 양국 관계 개선에 획기적 협력이 가능하게 됐다.
두 정상은 이후 1986년 10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만났지만 긍정적인 성과는 없었다.
고르바초프가 이른바 스타워즈라고 불리는 미사일방어시스템 규제를 회담 내용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군축협정 합의에 실패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6월 취임 후 6개월 만에 슬로베니아에서 블라디미르 V. 푸틴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부시는 예상을 뛰어넘는 환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부시는 푸틴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나는 푸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며 "그는 매우 솔직하고 신뢰할 만한 인물로, 우리는 매우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푸틴에 대한 이런 과장된 칭찬은 후에 순진한 것으로 해석됐다.
KGB(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 스파이 출신인 푸틴은 나중에 미국에 성가신 존재가 됐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2015년 파나마에서 만났다.
양국 정상이 직접 대면하지 못했던 과거 50년을 청산했다.
미주정상회의에서 이뤄진 양국 정상회담은 오바마가 쿠바와의 적대적 관계 해소를 위해 추진했다.
오바마는 기자회견에서 "미 행정부는 차별화를 추구할 것"이라며 "동시에 우리는 양국 상호 호혜를 증진하는 쪽으로 발걸음을 계속 옮길 것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카스트로는 오바마의 저서를 읽었다면서 변변치 않은 그의 출신 배경을 칭찬했다.
ky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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