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입력 2018-04-09 08:01  

[연합이매진] 범죄심리학자 이수정 교수
"미투(Me Too)운동, 법과 제도 변화로 이어져야"



(수원=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침대 문제로 아들이 아버지와 누나를 살해하고, 자식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암매장한다. 길에서 이유 없이 행인을 찌르고, 나흘 사이에 일가족 3명이 연달아 투신하기도 한다. 또 멀쩡해 보이는 유명 정치인이나 문화계 인사가 저지른 흉악한 성범죄가 연일 언론매체를 도배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교양학부(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삶의 모습이 달라지면서 범죄의 종류가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런 이유로 범죄심리학자나 프로파일러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20년 가까이 범죄를 연구해 왔다. 성범죄, 묻지마 살인, 범행동기가 불분명한 사건이 그의 관심사이다. 범죄 관련 TV 탐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건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다양한 분석을 통해 용의자를 추정하거나 범행동기를 찾아낸다. 그의 꿰뚫는 듯 날카로운 눈빛은 범죄심리학자란 직업에 썩 잘 어울린다.
이 교수는 요즘 학생을 가르치면서 방송에 직접 출연하기도 한다. 또 자문에 응하면서 특정 사건을 분석하기도 한다. 형사사법기관 실무자 등을 대상으로 특강에 자주 나서는 등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의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 교수를 경기대 수원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 요즘 범죄심리학자나 프로파일러가 주목받는 이유는 뭔가요.
▲ 사건의 특성이 바뀌었기 때문이죠. 1970~1980년대에는 빈곤이 주요한 범행동기였어요. 지금은 경제적으로 풍족해져 굶는 사람은 많지 않죠. 그런데 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요. 사회 구조가 과거 대가족 형태에서 1인 가구로 변하면서 삶의 형태가 달라진 것도 범죄 발생에 영향을 주고 있죠. 또 가정이 해체되고 학업 중단자가 많아지면서 사회화 과정이 결핍된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이 벌이는 범죄는 양상이 굉장히 달라요. 과거에는 사람이 죽으면 주변 사람을 뒤지면 범인을 잡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일면식도 없는 사람도 죽이죠. 전통적인 수사 기법으로 자백을 받아 범인을 잡기가 어려워진 거예요. 그래서 첨단 과학수사 기법이 도입되고 용의자의 특성을 좀 더 민감하게 분석하는 프로파일러들이 많은 실무적인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즉 범죄를 분석할 필요성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거죠.

-- 범죄심리학이란 무엇입니까.
▲ 범죄 사건과 관련해 심리학적으로 원인을 분석하는 것부터 대안을 찾는 것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죠. 법심리학의 범위 안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법심리학이 배심재판처럼 법 제도의 특성을 심리학적으로 연구하는 거라면 범죄심리학은 배심재판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범죄자에 집중해 연구하죠. 범죄심리학은 범죄자를 올바로 이해해 재범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범행동기가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어서 연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죠. 이런 이유로 최근 범죄심리학을 연구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지만 범죄자를 연구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범죄자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 심리학의 많은 분야 중 범죄심리학을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경기대학교에서 근무하기 때문이에요. 경기대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교정학과가 있죠. 범죄자라는 연구대상에 접근할 기회가 있어 범죄심리학을 연구할 수 있는 거예요. 원래 심리측정이 전공이에요. 심리검사 방법을 만드는 일을 주로 했죠. 그런데 경기대에 와서 주어진 첫 과제가 재소자 심사 절차를 만드는 것이었어요. 위험한 범죄자와 일반 범죄자가 섞여 있으니까 사망사고가 자주 발생해서 그들을 분류해 수용하기 위해 재소자 등급을 나눠달라는 거였죠. 그러다가 범죄자 연구를 계속하게 됐어요.
범죄자 연구는 2002~2003년 미국 텍사스로 교환교수를 간 것이 중요한 계기가 됐어요. 심리학이 아닌 형사정책학부로 교환교수를 갔는데 실제 교도소와 보호관찰소, 법원에서 심리학자들이 범죄자의 분류, 심사, 처우 집행, 갱생 등에 관여해 일하는 것을 볼 수 있었죠. 텍사스에서는 다양한 보안처분이 시행되고 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전자발찌 도입 때 자문을 하고 그게 계기가 돼서 성범죄자 연구를 많이 하게 됐어요. 지금은 판결 전 조사 절차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어요. 범죄자에 대해 어떤 면담을 해야 하고, 어디까지 조사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연구죠.

-- 교수님은 주로 어떤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까.
▲ 범행동기가 불분명한 사건들이에요. 이영학 사건이 전형적인 거죠. 이영학의 범죄는 처음 성범죄가 아니라고 발표됐어요. 아주 많은 조사 끝에 성도착이 있는 성범죄자의 일탈적인 행위로 결론이 났죠. 범행동기가 거의 180도로 다른 결론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저 같은 범죄심리학자, 프로파일러, 그리고 많은 전문 인력이 함께 일한 성과죠.

-- 처음 만난 범죄자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 연구 초기에 수천 명의 재소자 자료 중 한 명이 시선을 끌었어요. 전과 13범이었는데 모두 강간, 강간미수, 강제추행 등 성범죄였죠. 미국이라면 감옥에서 결코 나오지 못하는 상황인데 너무 신기했어요. 더구나 형량이 2년 6개월밖에 안 됐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교정국에 연구 목적으로 이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거절을 당했죠. 첫 번째 이유는 제가 공무원이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다른 하나는 여성 연구자가 성범죄자를 만나려고 하면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였죠.
이후 미국에 가서 보니까 여성 심리학자가 활발하게 범죄자를 면담하고 교정이나 교화 위원 중에도 여자가 많았어요. 귀국해 범죄자 면담을 계속 시도해서 결국 청주여자교도소에 있는 수감자를 만날 수 있었죠. 남편을 죽인 살인범이었어요. 그런데 당시 그곳 교도소에 있던 여자 살인범 40여 명 모두가 남편을 죽였더라고요. 정말 이상했죠. 알아보니까 전부 가정폭력 피해 여성인 거예요. 남편한테 모진 학대를 받다 결국 죽을 것 같으니까 남편을 죽인 거죠. 그들이 받은 형량도 최저가 8년이었어요. 형량이 가중돼 있었죠.
만나보니까 그들은 범죄를 다시는 저지르지 않을 것 같은, 오히려 피해자 같은 여성들이었어요. 더는 때리는 사람이 없으니까 교도소에서 잠을 깊이 자고 식욕도 회복하고 있었죠. 스스로 목숨을 구한 사람들이 왜 수용돼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죠. 재판을 받을 때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심리적인 특이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했으면 중형이 나오지 않았을 텐데라는 안타까움이 있었죠. 심리학자로서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아마도 제가 아이를 키우는 같은 엄마의 입장이어서 그분들에게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끔찍한 폭력이 있었다면 저도 아이들을 살리고 저를 살리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이나 처벌이 달라진 것이 있나요.
▲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만난 그분들은 혼인 초기에 경찰에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어요. 지금도 여전히 도움을 못 받고 있죠. 우리나라에는 가정폭력 처벌법에 반의사불벌죄가 있어요. 피해자에게 배우자를 처벌할 것인지를 물어보게 되어 있죠. 아내가 처벌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 남편이 가정으로 돌아오고 다시 폭력이 진행되는 거죠. 그다음부터는 남편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요. 그렇게 지내다 맞아 죽거나 살고 싶다는 욕망을 느끼면 남편을 살해하죠.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것은 없어요.
1년에 약 100명의 여자가 배우자에게 살해돼요. 그런데 가정폭력으로 아내를 죽이면 대다수에 대해 살인죄가 아닌 치사가 적용돼요. 죽일 의도가 없었다는 진술이 받아들여지는 거죠. 치사면 형량이 크게 감경돼요. 때리다 보면 언젠가 아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왜 예견하지 못하겠어요. 기절하고 골절되고 찢어지는 등 의료기록이 엄청나게 많은데 말이죠. 마누라는 때려죽여도 되고 계속 맞던 마누라가 남편을 죽이면 살인죄가 되는 불평등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 이런 상황은 왜 바뀌지 않는 건가요.
▲ 가부장적 사고가 너무 공고한 거죠. 지금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얼굴까지 노출하면서 발고(고발)한 성폭력 피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잖아요. 내연관계였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는 처참한 몰골로 TV에 나와서 피해 사실을 털어놨죠. 그 관계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 국민에게 알리는 것이고, 안전을 도모해달라는 것이 이유였어요.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 때문에 살려달라고 한 거죠. 미투운동은 가부장적 사고로 인해 기존에 그렇게 바뀌지 않던 것들을 바꾸는 첫 단추라고 생각해요.

-- 미투운동에서 우리나라만의 특징이 있습니까.
▲ 숨겨져 왔던 상하관계에서의 성폭력 피해를 알린다는 점에서는 똑같아요. 예전에는 불이익을 당할까 봐 참아왔는데 이제 미투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고, 가해자를 두둔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분위기가 변한 것을 보여주죠. 우리나라와 미국의 미투운동에서 크게 다른 점은 미투 이후 언론을 통한 공방의 여부예요.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이 언론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는 것을 보셨나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해자의 입장을 담은 보도가 나와 공방을 하고 있죠. 이렇게 공방이 되고, 결국 사실이 밝혀지지 않을 것 같으면 미투를 하지 않았겠죠. 많은 사람이 발고한 사람을 탓하는 댓글을 달고, 발고자의 가족을 모욕하기도 해요. 피해를 봤다는 것을 알리고 그 피해를 외면했던 사회가 반성해야 하는데, 오히려 가해자는 저항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저항하는 분위기가 존재하죠. 이게 정말 뿌리 깊은 가부장적인 행태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성폭력 피해를 본 건데 그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겁니다.

-- 미투 운동을 보면 힘을 가진 이들이 저지르는 성범죄가 심각합니다. 도대체 힘을 가지면 뭐가 달라지는 건가요.
▲ 힘을 갖고 높은 지위를 유지해온 사람은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이 느끼는 불편함이나 고통에 둔감하죠. 또 우리나라에서 남자는 독선적이어도 되고, 희생을 해서라도 성공해야 한다고 아이들을 가르쳐요. 성차별적인 틀 속에서 성장하고 독선을 부추기면 결국 자신의 행동이 피해자에게는 잊어도 되는 정도의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 여러 실수 중 하나, 잊어도 되는 실수 정도로 취급한 거예요. 피해자에게 잊을 수 없는 고통이라는 것을 상상도 못 하는 거죠. 가해자들은 자기가 한 행동이 얼마나 회복 불가능한 잘못인지를 모를 거로 생각해요.



-- 성범죄 피해자가 되지 않을 방법이 있을까요.
▲ 일단 스스로 위험에 처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위험이 언제 발생할지를 민감하게 알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명확하게 '노'(No)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은연중 여자에게 '노'를 못하게 하죠. 우리의 성차별적인 관습이 여성을 피해자로 내몰고 있는 거예요. 이건 사회적인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것으로 보십니까.
▲ 우리의 문제가 뭔지 진단하는 데까지는 기여했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변화를 가져올 것이냐의 여부는 결국 제도를 바꾸고 법을 만드는 사람들의 경각심에 달렸죠. 이렇게까지 피해자들이 발고했는데 만약 하나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건 지금 권력을 가진 사람, 입법하는 사람들의 잘못인 거예요. 그것을 어떻게 법과 제도로 구현할 것인가는 정말 경각심을 갖고 해야 하죠. 언젠가 법과 제도를 위해 헌신한 정치인과 그렇지 않고 외면하고 덮으려 했던 정치인이 갈림길에 서는 순간이 올 것으로 생각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입니까.
▲ 연쇄살인범을 만나본 적도 있지만 놀라운 느낌을 주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만난 여성의 가정폭력 결과로 인한 배우자 살인 사건이 마음에 큰 비중을 차지했죠. 아무래도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이고 사회적으로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까 사회적 편견이 되는 사건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 우리나라에서만 독특하게 나타나는 범죄 유형이 있습니까.
▲ 가장 대표적인 게 가족 살인이에요. 존속살인이 굉장히 많이 발행하죠. 우리는 가족구조가 참 특이해요. 다 큰 자식도 집을 떠나지 않고 함께 살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공존하죠. 가족 살인 발생률이 서구 사회보다 3~4배나 높아요. 또 다른 것으로 음주 관련 범죄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음주에 굉장히 관대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과거에는 음주 관련 범죄를 크게 문제시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형량이 감경됐죠. 그런데 조두순 사건을 기점으로 바뀌었어요. 음주 감경을 할 대상이 아니라며 문제가 제기되면서 매우 많은 것이 변화했죠. 하지만 여전히 음주 감경은 서구와 비교하면 많이 하는 편이에요.

-- 최근 아들이 침대 문제로 아버지와 누나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감정을 해봐야 하죠. 우울증이 있다는 진술이 있는데 우울증이 만성이나 중증이 되면 망상이 따라오는 수가 있어요. 침대를 옮길 때의 소음을 듣고 심리적으로 공격받는 망상을 느꼈다면 피해를 유발하는 사람을 공격해 피해가 종결되도록 노력하겠죠. 몇십 분 동안 아버지와 누나를 아령으로 총 14회 내리쳤는데 맨정신으로 그렇게 처참하게 사람을 죽이기는 쉽지 않아요. 아들은 범행 이후 가장 먼저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내가 아버지를 죽였어요"가 아니라 "죽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고 해요. 죽이는 행위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이런 폭력적인 정신질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가족들이 치료를 받게 하기가 많이 어려워요. 스스로 아프다는 것을 모르고 있고, 치료받으라고 하면 폭력으로 대응하기 때문이죠. 경찰은 정신병력이 없으면 그냥 일반인처럼 송치해 버리죠. 하지만 이런 사건에서는 피의자를 감정해서 정신질환이 있는지를 알아내야 하죠. 범행 당시 책임능력과 관련된 감정이 차후에 필요해요. 그게 바로 저 같은 사람의 역할입니다.

-- 중범죄자를 일대일로 마주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세상이 무섭게 느껴질 것 같기도 합니다.
▲ 세상이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만나면 만날수록 그들도 우리와 별로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훨씬 더 많이 느끼죠. 다만 생활관리는 철저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 범죄 피해를 보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만약 제가 만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면 범죄가 가해졌을 때 방어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그런 종류의 주의는 기울이죠.

-- 범죄를 연구하다 보면 가족에게 엄격해질 것 같기도 합니다.
▲ 딸이 저를 성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해요. 아들이 당면할 위험보다 딸이 마주할 수 있는 위험이 훨씬 다양하고 많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딸에게는 밤에 늦게 들어오지 말라거나 술에 만취하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죠.

-- 일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계십니까.
▲ 교도소에 가서 수형자를 만나는 것이 당연히 스트레스 요인이 되죠. 사실 범죄심리학자의 일은 경청이에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거죠. 그런데 범죄자들은 일반인이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주로 해요. 수형자들을 만난 후에 짜증이 나면 저는 함께 갔던 대학원생들과 매운 것을 먹어요.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머리를 비우고 집에 가려고 노력하죠. 자극적인 음식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 범죄심리학은 우리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합니까.
▲ 처음 보안처분을 도입할 때 많은 사람이 반대했어요. 성범죄자라고 특별할 게 없다는 거였죠. 성범죄자만 전자발찌를 차야 할 이유가 없고 인권침해이며 이중처벌이라는 거였어요. 보안처분은 겨우 삼수 끝에 국회를 통과했죠. 그 과정에서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논쟁이 많이 됐어요. 사실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은데 특정 성범죄자는 재범률이 굉장히 높아요. 성범죄에 골몰해 있어서 다른 것은 재미가 없는 경우죠. 실제 성범죄자들을 만나서 그들의 특징을 자료화하고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보고하고 관련 제도가 도입되게 하는 것이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 계속 연구하고 제도를 바꾸면 범죄가 줄어들까요.
▲ 범죄는 생각보다 쉽게 줄어들지 않아요.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욕구가 생기는데 모두 충족시킬 수가 없죠.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발생하는 범죄는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요. 고무적인 것은 전자발찌가 도입된 이후 강간범죄는 그렇게 늘지 않고 있어요. 재범률이 6분의 1로 떨어졌죠. 물론 100% 재범을 막지는 못해요. 요즘 신종 성범죄가 많이 나오면서 성범죄 전체적으로는 늘어나고 있지만 강간은 늘고 있지 않아요. 이건 강간범들이 전자발찌로 통제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죠. 그 정도가 나름대로 실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인간은 왜 죄를 저지릅니까.
▲ 범죄학자들은 "죄를 왜 저지르는가"보다 "왜 저지르지 않는가"를 묻는 게 범죄 발생 원인을 설명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요. 짐승과 다를 바 없는 본능적 존재인 인간이 짐승처럼 살지 않는 것은 결국 사회적 규범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사람은 절제력 없이 태어나지만 사회화 과정과 교육을 통해 욕망을 억제하는 방법을 터득해요. 범죄자는 바로 이런 습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죠. 그들은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비뚤어진 욕망을 분출하고 있는 겁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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