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이매진] 섬진강 이색 명소 두 곳

입력 2018-04-06 08:01   수정 2018-04-06 16:14

[연합이매진] 섬진강 이색 명소 두 곳
청학선원 삼성궁 & 도깨비마을

(하동·곡성=연합뉴스) 이창호 기자 = 백두산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흘러 섬진강에 와서 큰 봉우리를 이루었다 하여 '두류산'이라 불리는 지리산, 그 깊은 산자락의 해발 850m에 고조선의 소도(蘇塗)를 복원한 청학선원 삼성궁(靑鶴仙苑 三聖宮)이 자리를 잡고 있다.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인 옛 소도를 복원한 삼성궁의 상징은 무엇보다 우뚝우뚝 솟아 있는 2천여 개의 솟대다. 삼성궁 수행자들이 육체적 수련인 행선(行仙)을 통해 정성껏 쌓아 올린 마고성, 한없이 돌을 올려 기묘한 형상으로 쌓은 솟대, 맷돌을 수십 개 올려 쌓은 솟대, 항아리로 쌓은 솟대 등이 지리산 자락과 어울려 이국적인 풍취를 자아낸다.
1994년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한 삼성궁은 행정구역으로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에 속하며, 이 마을 출신인 한풀 선사가 1983년부터 '원력 솟대'를 쌓고 있다. 이곳은 환인과 환웅, 단군 세 성인을 모시는 배달겨레의 성전이자 선무(仙武) 수도장이다.



◇ 고조선 소도 복원한 지리산 삼성궁

삼성궁 매표소 입구의 홍익문(弘益門)을 지나자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차다. 청학 모양의 건물 앞에 세워진 안내판에는 "한풀선사는 이 땅에 배달민족혼을 일으키고 민족적 구심점을 형성하기 위한 배달민족성전을 건립하고자 초근목피로 연명하면서 칡넝쿨과 다래 넝쿨을 걷으며, 몇몇 제자들의 도움으로 모든 솟대를 쌓았다. 이는 고조선 소도를 복원하여 고대 조선문화에의 회귀를 꾀함과 동시에 오늘날의 잃어버린 배달 선도(仙道)문화를 재조명하고 민족문화 활동을 도모하기 위함"이라고 적혀 있다.
청학 모양의 건축물이 눈에 거슬리지만 '신성한 땅'이라는 뜻을 지닌 검단길로 들어서면 상상하지 못했던 공간들이 펼쳐진다. 우주의 창조자이자 인류의 시원인 마고 할미의 전설을 본떠 만든 마고성 돌담에는 단군신화의 상징인 삼족오, 우리 민족 고유의 문양인 삼태극, 청룡·백호·주작·현무 등 동서남북을 지키는 상징적인 동물들이 그려져 있다.



검달길 끝 지점의 석문을 지나면 '밝은 땅'이라는 뜻을 지닌 배달길이고, 소도를 본떠 만든 삼성궁이다. 하늘 높아 솟아 있는 솟대 사이로 건국전, 연무정, 무예청, 연청학루 등이 들어서 있다. 이 많은 양의 돌과 맷돌을 어디서 구했고, 어떻게 쌓았는지 놀랍기만 하다.
삼성궁의 중심은 환인, 환웅, 단군 세 성인의 초상화와 홍익인간(弘益人間), 이화세계(理化世界)라는 글자가 걸려 있는 건국전이다. 역사서 '한단고기' '단기고사' '규원사화' 등에 따르면 환인은 지금부터 약 9천200년 전 태고시대 중앙아시아 천산을 중심으로 있었던 환국의 7세 환인들 가운데 초대 환인을 말하고, 환웅은 고조선 이전 배달국의 18세 환웅들 가운데 초대 환웅천황을 일컬으며 단군은 고조선의 47세 단군들 가운데 초대 단군왕검을 지칭한다.
이정화 문화관광해설사는 "배달민족의 고유 경전인 '삼일신고'(三一神誥) 정신에 따라 3천333개 솟대를 쌓을 것"이라며 "사계절 아름답지만 돌 솟대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나무들이 그 자체를 뽐내고 햇살과 솟대의 그림자가 연못에 머물 때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고 말한다.
소도제천이라 불리는 개천 대제 때는 전국의 수행자들이 삼성궁에 모여 각종 의식과 행사를 진행한다.



◇ 우스꽝스럽고 친근한 도깨비들

곡성군 오곡면 오지리 앞 섬진강 변에는 '마천목 장군과 도깨비살' 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1370년경 조선 개국공신인 충정공 마천목(1358∼1431) 장군은 소년 시절에 부모 공양을 위해 섬진강을 막아 고기를 잡으려다가 거센 물살에 좌절하고 기이한 돌 하나를 주웠다. 그날 밤 수많은 도깨비가 몰려와 "주어온 돌이 우리의 대장이니 돌려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돌을 돌려주었더니 도깨비들이 강물에 나뭇가지를 촘촘히 박아 '어살'을 만들어 주었다. 동화작가이자 작곡가인 김성범 촌장은 전설을 테마로 6만 평 규모의 섬진강 도깨비마을을 조성했다.



높이 11m의 도깨비 천왕이 버티고 서 있는 마을 입구에서 1㎞ 남짓한 '도깨비 숲길'을 지나면 도깨비마을이 나온다. 도깨비마을의 산비탈에는 1천여 개의 익살스러운 도깨비 조각상이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도깨비들은 무섭다기보단 어딘지 우스꽝스럽고 친근하다. 2층짜리 도깨비 전시관 앞에서는 어리숙한 도깨비 '닷냥이'가 닷 푼만 달라고 손을 벌리며 멋쩍은 미소를 짓고 있다.
도깨비 전시관 1층에서는 섬진강 도깨비마을 인형극단의 '도깨비살' 인형극이 공연되고, 2층에는 도깨비 역사와 기원이 정리돼 있다. 남원 실상사 백장암 삼층석탑(국보 제10호), 부여 외리 문양전(보물 제343호), 귀면청동로(국보 제145호), 강진 사문안 석조상(전남 문화재 제187호) 등 도깨비가 새겨진 문화재 재현 작품과 '도깨비의 조상'인 배달국 14대 천왕인 치우천왕 투구를 통해 도깨비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다.
백장암의 삼층석탑 탑신에 희미하게 남은 도깨비는 머리에 두 개의 뿔을 지녔고 홍두깨를 들고 있다. 도깨비마을의 김영래 씨는 "도깨비 하면 떠오르는 혹부리영감은 일제 강점기 교과서에 실린 일본 설화 '혹부리 영감'이 우리 것으로 둔갑한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우리 도깨비와 유사한 캄보디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일본 등의 유물과 함께 마천목 좌명공신녹권(보물 제1469호) 복사본이 전시돼 있다. 녹권은 공신에 책봉된 사람에게 지급된 문서로, 조선 초기의 공신녹권 양식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숲체험 놀이터에서는 나무에 매달린 밧줄 그네와 집라인(Zipline)을 즐길 수 있다. 5m 높이의 나무 위에 지어진 오두막 '둥둥나무집'에서는 어린 시절 '톰 소여의 모헙'이나 '이웃집 토토로'를 보며 꿈꾸던 로망을 잠시나마 실현할 수 있다. 체험학습장에서는 도깨비방망이를 만들어 보고, 도깨비전통문양 떡살도 찍어 볼 수 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8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chang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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