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北 변화 보여준 김영철 부위원장의 취재제한 사과

입력 2018-04-02 19:02  

[연합시론] 北 변화 보여준 김영철 부위원장의 취재제한 사과

(서울=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2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공연 때 남측 기자들의 현장 취재를 제한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이날 취재진이 머무는 평양 고려호텔을 찾아 "남측 기자 선생들을 북에 초청한 것은 정말 자유롭게 취재활동을 하고 편안하게 촬영도 하고 이렇게 우리가 해드려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북측 당국을 대표해서 이런 일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예정에 없던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의 참석으로 경호 조직과 공연 관계자 사이에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경위야 어떻든 북한이 취재활동을 막은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유감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이를 신속히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은 최근의 남북관계 흐름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변화로 보인다. 이번처럼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직접 나서 사과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북한도 우리처럼 남북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유리그릇 다루듯' 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우리측 취재진은 전날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공연 시작 직전 북측의 안내로 출연자 대기실로 이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북측 요원들의 통제로 카메라 기자 1명을 제외하고는 공연장에 다시 들어가지 못했다. 이 때문에 TV 모니터를 보고 공연 상황을 취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현장 기자들의 얘기다. 북한의 초청형식으로 평양까지 가서 현장을 바로 옆에 두고 모니터를 보고 취재했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우리측은 공연 직후 남북연락관 접촉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고, 북측으로부터 언론취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는 이 선에서 대부분 유야무야 처리돼 우리 당국도 고위급 인사가 직접 사과하리라곤 기대하지 않았던 듯하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께 리택건 통일전선부 부부장과 함께 취재진을 찾아와 약 15분간 긴급 간담회를 하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잘하겠다", "이다음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여러 차례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고 한다. 사과뿐만 아니라 북한 고위급 인사가 우리 취재진과 질문을 주고받으며 간담회를 한 것도 전례가 없었던 듯하다. 우리측 기자가 '평양의 봄 풍경을 취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동석한 북측 당국자가 "기자들의 마음을 개운하게 풀어주는 견지에서 일정을 조정해 보겠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기 전인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그림이다.

북한 당국의 사과는 절대 권력자인 김 위원장이 관심을 두는 사안에서 잡음이 생기는 것을 우려한 실무선의 판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을 고려할 때 그보다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큰 그림에서 나왔을 공산이 더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이 최근 부인 리설주와 중국을 전격 방문하고,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장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도 같은 맥락의 시도로 이해되고 있다. 악마화 됐던 이미지를 씻으려는 의식적인 행보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이런 변화는 적어도 당분간 이어지며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확고한 변화로 정착시키고, 속도를 붙여 나가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우리 당국이 북측의 취재제한을 강력히 항의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사과도 없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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