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입력 2018-04-05 09:38   수정 2018-04-05 17:59

[인터뷰] 정태영 세이브더칠드런 사무총장 "작은 실천이 세상을 바꾼다"
부산 국제어린이마라톤 준비에 분주…"여러분의 참여가 생명을 살립니다"
증권업계 33년 종사하다 3월 취임…"후원자 만족도 높이는 데 힘쓰겠다"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30여 년간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과 노하우, 기업인들과 맺은 네트워크 등을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데 쏟아붓겠습니다. 우리가 더 많은 아이를 구하면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취임한 국제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정태영(56) 신임 사무총장은 "세상의 모든 아이가 질병과 기아의 공포에서 벗어나 다섯 살 생일을 맞이할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취임 후 첫 공식행사인 부산 국제어린이마라톤 개최를 사흘 앞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창전동 집무실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그는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고 미처 업무 파악이 다 되지 않았을 텐데도 자신감 있는 어조로 취임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IB사업부문장, IB사업부문 대표, 글로벌사업부문 대표(부사장),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4∼2017년 대신증권 IB사업단장(부사장)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30년 넘게 자본주의 최전선에서 일한 셈인데 아동구호에는 어떻게 관심을 품게 됐나.
▲ 1997∼2000년 헝가리 대우은행 부행장을 거쳐 2000∼2002년 우즈베키스탄 대우은행장을 지냈다. 당시 헝가리만 해도 중진국이었으나 우즈베키스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300달러에 불과해 거리에 구걸하는 노숙자나 부랑아가 많았다. 해외 출장을 가도 업무 특성상 선진국, 대도시로만 다녀서 잘 몰랐다가 빈곤의 실상을 눈으로 보고 가슴이 아팠다. 보육원을 찾아 후원 물품을 전달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힘썼다. 그곳에서 편한 길을 포기하고 낯선 땅에서 봉사의 삶을 사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파견 의사들을 만나서 감명을 받기도 했다. 2010년 선종(善終)한 이태석 신부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를 보고는 조금이라도 보탬을 주겠다는 생각에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최근까지 활동했다.
-- 증권업계 경영인으로 활동하다가 전직할 마음을 먹을 때는 무슨 계기가 있었을 것 같다.
▲ 2005년 급성백혈병을 앓아 생사의 기로에 놓인 적이 있었다. 서울 여의도성모병원 격리병동에서 지내면서 소아병동 환자들을 보고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필요한 아이가 많다는 사실에 놀랐다. 건강을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한다면 내게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빚을 갚는 심정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돕겠다고 결심했다. 2년 만에 복직한 뒤 10년을 더 현업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말 물러나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보던 중 모친상을 치르며 한 조문객한테서 세이브더칠드런이 사무총장을 공모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터넷에서 확인하고 응모해 사무총장으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됐다. 이 자리는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주신 선물이자 그동안 인연이 쌓여 제게 맡겨진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근무 환경이나 만나는 사람이 달라져 어색하게 느껴지는 적은 없는가.
▲ 취임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아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게는 이 자리가 잘 맞는 것 같다. 주변에서는 내 나이와 경력을 보고 "앞으로 몇 년간은 현업에서 충분히 더 활동할 수 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하고, 실제로 그런 제안을 받은 적도 있다. 그러나 저를 잘 아는 친구나 친지는 "이제야 맞는 일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한다.
-- 막상 와서 보니 사무총장에 지원할 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도 있을 텐데.
▲ 조직을 관리하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 등은 내가 해오던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다른 분야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복잡한 대목도 있다. 단체마다 회계 기준이 각기 다르다. 2015년 연말정산 방식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꿔 고액 기부자의 세금 혜택이 줄다 보니 후원자가 줄어든 문제도 있다.
-- 세이브더칠드런의 장점과 특징은 무엇인가.
▲ 세이브더칠드런은 1919년 인류 최초로 아동권리를 주창하며 영국에서 창립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창립자 에글랜타인 젭이 쓴 아동권리선언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모태가 됐을 만큼 세이브더칠드런의 역사가 아동권리의 역사나 다름없다. 브랜드 가치가 높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뛰어나 내가 낸 돈이 가장 효과적으로 잘 쓰일 것이라는 믿음을 준다. 현재 120개국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다.
--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가 다른 나라 세이브더칠드런 조직보다 앞선 점은 무엇인가.
▲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28개 회원국 가운데 7위에 랭크돼 있다. 1953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의 도움을 받다가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한 사례다. 따라서 도움을 받는 나라의 심정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어떻게 경제개발을 해야 할지 노하우도 알고 있다. 다른 나라보다 개인 후원자(26만 명)가 많은 것이 특징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 사무총장 3년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 예전 같으면 후원금이나 수혜자 규모 등의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고 실행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NGO가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 그런 방식을 택하면 부작용을 낳는다.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도 더 나은 보수나 승진 등을 바라고 일하는 것이 아니다. 재임 기간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의 신뢰도와 인지도가 올라가고, 후원자의 만족도와 직원들의 자부심이 높아질 수 있도록 내가 지닌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고 경험과 역량을 쏟아붓겠다.
--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빈곤, 기아, 질병, 난민 등의 문제가 개선되기는커녕 갈수록 심각해지는 느낌이다.
▲ 1900년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국제구호개발기구 등도 발전했다. 21세기 들어서는 새천년개발계획(MDGs)과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추진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자 수가 2000년 970만 명에 달했는데 2015년에는 590만 명으로 줄었다. 개인의 힘은 작지만 기부나 자원봉사 등을 통한 작은 변화가 사회를 바꾸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 등의 영향 탓인지 "우리나라에도 굶는 사람이 많은데 왜 외국을 도와주느냐"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 에글랜타인 젭은 "오늘 우리가 돕는 이가 내일 우리를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한때 해외 원조를 가장 많이 받던 나라였다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으로 도약했다. 우리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빈곤국을 도와야 할 책무가 있다. 그렇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이 국내 아동을 외면하는 것도 아니다. 지역아동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복지관, 가정위탁지원센터 등을 운영하며 학대, 빈곤, 소외 등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지원하고 있고 아동권리 교육, 다문화 인식개선 교육 등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어린이 옹호활동가 캠프'를 진행하며 여기서 나온 의견을 서울과 부산 등 지자체에 전달했고 유엔에도 제출할 예정이다.
-- 남북관계가 전환점을 맞아 북한 어린이 돕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은 북한에 홍수 피해복구, 보건·영양 지원, 의료시설 개보수 등의 사업을 펼쳐왔는데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해 위축됐다. 이제 남북교류의 물꼬가 트이는 만큼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도 독자적 지원을 모색할 방침이다.
-- 7일 부산 국제어린이마라톤에 참가하는 어린이와 가족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해 달라.
▲ 올해로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어린이마라톤이 8년째를 맞는다. 부산에서 열리는 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이고 올해 5개 도시 가운데 스타트를 끊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첫 공식행사인 데다 부산이 내 고향이어서 더욱 뜻깊다. 여러분의 참여가 말리와 방글라데시의 5세 미만 영유아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온 가족이 함께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

hee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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