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우리동네] "이북에 아바이 순대, 이남엔 병천 순대"

입력 2018-04-21 11:00  

[쉿! 우리동네] "이북에 아바이 순대, 이남엔 병천 순대"
서민음식 순대…아우내 오일장에서 팔던 장터 음식이 시초
아우내순대길 1㎞에 23곳 성업 중, 4대째 대물려 전통 이어가는 곳도




(천안=연합뉴스) 이은중 기자 = 이북에는 함경도 아바이 순대가 있다면 이남엔 충남 천안에 병천순대가 있다.
따끈한 순대국밥 한 그릇에 막걸리 한 사발이면 세상 걱정 다 잊게 해 주는 순대는 마음마저 따뜻하게 해주는 서민음식이다.
병천순대는 오일장인 병천장에서 팔던 장터 음식이다. 일반 순대와 달리 소나 돼지 소창에 채소와 선지를 넣어 맛이 담백해 전국적으로 명성을 크게 얻고 있다. 소창이란 사람의 소장과 같은 부분인데 소, 돼지 등을 이를 때 사용하는 용어다.
그러다 보니 오늘날 '병천순대'라는 상호를 걸고 영업하는 식당은 전국에 1천여 곳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가게가 병천순대와는 무관하게 이름만 내걸고 영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우내 장터 음식…길손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
병천은 충북 진천, 청주에서 천안삼거리를 거쳐 서울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어 예부터 길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교통의 요충지는 사람들의 발길로 항상 붐비기 마련이다.
조선 후기에 재래시장이 생기면서 이곳 병천에는 장꾼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지금도 주말이면 500∼1천명이 다녀가고, 독립기념관 등 주변에서 큰 행사라도 열리는 날이면 1천∼1천500명이 찾아온다.
병천의 또 다른 이름은 '아우내'다.
병천천과 광기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병천(竝川)은 '두 개의 내를 아우른다'는 뜻의 순우리말 '아우내'에서 유래한다.
오일장이 열리는 매월 1일과 6일, 11일과 16일, 21일과 26일이 되면 면민은 물론 외지인들로 이곳 장터가 더욱 북적거린다. 이로 인해 식당마다 순대국밥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순대국밥만큼 장꾼들의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 값싸고 맛 좋은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이곳 병천면에 돼지고기를 취급하던 햄 공장이 생긴 후에 아우내 장터에 순대가 본격적으로 보급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주민들이 햄을 만들고 남은 돼지 소창에 각종 채소와 선지를 넣어서 먹음직스럽게 순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 병천순대는 병천장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1970년대 이전에는 장터가 열리는 날에만 순대국밥을 팔다가 그 이후부터는 자리를 잡고 순대국밥을 팔기 시작했다.
아우내 장터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이다.
인근에 중소기업이 많이 들어서자 순댓집들도 늘어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과거에는 가을과 겨울철에 계절 음식으로 인기가 많았다.
요즘은 계절과 관계없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온다. 천안·아산 등 근처 도시보다 멀리 서울·경기 등 외지인들이 찾아오는 비율도 훨씬 높아졌다.
서울에서 출발한 전철이 천안을 거쳐 아산까지 오가면서 목욕은 아산에서 한 뒤 출출한 배를 병천에서 순대국밥으로 채우고 가는 어르신들도 꽤 늘었다.

◇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순대 식당…청화집 4대째 영업 중
병천에 들어서면 줄줄이 늘어선 순대 식당의 간판들이 손님을 반긴다.
길이 1km에 이르는 아우내순대길 주변에서 영업 중인 순대 식당은 23곳이나 된다. 왕복 2차선 양쪽에 한 집 건너 한 집이 순대 식당으로 들어차 있다.
주중, 주말 가리지 않고 순대 거리는 그 맛을 찾아 나선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1950년까지만 해도 순대를 파는 곳이 극히 적었다고 한다.
이들 국밥집은 장날이 되면 야외에 좌판을 깔고 손님을 맞았다. 솥을 거는 부뚜막만 있으면 어디서나 팔 수 있는 음식이 바로 순대국밥이어서다.
가난하고 배고프던 시절에 값싸고 영양 많은 순대국밥은 서민들에게 사랑받는 대표 음식이었다. 국밥 한 그릇이면 끼니를 해결하기에 충분했다.
지금의 식당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은 청화집이다. 1968년 현 위치에 간판을 처음 걸고 출발해 현재 김정수(44)씨가 4대째 운영하고 있다.
이어 충남집, 돼지네 등 식당들이 하나둘 뒤따라 들어선 것이다.
윤웅렬(41) 병천순대협회장은 "옛날에는 배고파서 먹었던 순대가 오늘날에는 별미 음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는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 소창에 야채 넣어 누린내 적고 담백한 맛
병천순대는 돼지의 창자 중 부드러운 소창을 써서 특유의 돼지누린내가 적고 배추·양파·당면 등을 넣어 만든 야채순대다. 그래서 담백하고 쫄깃하다.
순댓국은 국물이 사골국물처럼 뽀야면서도 진하지 않아 이 음식을 처음 맛보는 사람들이 먹기에도 좋다.
깨끗하게 손질한 소창에 담백함을 더하기 위해 찹쌀과 들깨를 갈아서 집어넣는다. 그리고 각종 채소에 당면과 선지를 함께 넣는다.
집집이 만드는 방식은 약간씩 차이가 있다.
보편화한 순대와 다른 점은 당면의 양을 줄이거나 아예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에 선지와 찹쌀의 양을 늘리고 마늘·부추·생강 등으로 비린내를 없앴다.
옛날에는 돼지 소창을 소금으로 깨끗이 씻고 사람이 도구를 이용해 잘 다져진 소를 집어넣었다.
돼지의 창자 중 소창을 이용한 병천순대는 대창이나 막창 순대와는 달리 자그마한 굵기다. 기다랗게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낸 순대는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순대를 주문하면 순대와 오소리감투(돼지 위) 돈설(돼지 혀)이 함께 나온다.
국밥에는 순대와 돼지내장이 어우러져 들어있다. 혼자 다 먹기 버거울 정도로 양도 푸짐하다.
음식값은 순대국밥의 경우 한 그릇에 7천원, 모둠 순대는 한 접시에 1만∼1만2천원이다.
국밥집에서는 깍두기와 김치 이외에는 특별히 찬이 필요 없다.
돼지 사골을 푹 고아 국물을 내 맛이 순수하고 깔끔하다. 기호에 따라 다진 양념을 풀어 얼큰하게 먹어도 좋다. 순대국밥에 들깻가루를 풀면 들깨 특유의 고소함은 살아나나 들깨 향에 가려 순댓국 본연의 맛이 사라져 아쉽다.



◇ 순대 특화 거리 조성, 주변에 독립기념관·유관순 열사 사적지도
천안시가 이곳 병천순대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특화 거리를 만들었다.
병천순대거리 가까이에는 천안 유관순 열사 유적지와 독립기념관, 천안 김시민 장군 유허지, 유석 조병옥 박사 생가 등이 있다.
그 대표적 유적지로 유관순 열사의 사적지와 생가를 꼽을 수 있다.
병천순대 거리에서 차로 3∼4분만 가면 매봉산 정상을 사이에 두고 유관순 열사의 사적지와 생가가 있다. 이 사적지는 병천순대 거리 등과 더불어 천안의 12경 중 하나로 꼽힌다.
시에서도 이곳 순대 거리를 홍보하고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10∼15분 간격으로 버스를 운행하도록 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주말과 장날에는 5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순대 거리를 찾고 있다.
이처럼 장꾼들의 주린 배를 채워 주던 장터 음식 병천순대는 예나 지금이나 담백한 맛과 주인의 푸근한 인심은 변함이 없다는 평을 들으며 오늘날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병천순대거리에서 '충남 착한 거리 1호 선포식'을 했다.
착한 거리는 중소자영업자들이 매월 3만원 이상 정기 기부에 참여하는 '착한 가게'가 밀집한 곳을 말한다.
윤웅렬 병천순대협회장은 "충남을 대표하는 병천순대거리가 충남의 첫 착한 거리로 지정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병천순대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지고, 더 착한 거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j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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