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동해에 냉해까지' 보성 녹차밭…곡우 맞았지만 수확 '울상'

입력 2018-04-19 16:31  

[르포] '동해에 냉해까지' 보성 녹차밭…곡우 맞았지만 수확 '울상'
지난 겨울 동해, 올봄 냉해 피해 겹쳐 보성 녹차밭 약 80% 말라가


(보성=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곡우를 앞둔 이맘때면 통통한 햇녹찻잎이 토끼 귀처럼 쫑긋쫑긋 올라와야 한디…. 이렇게 푸석푸석 말라 죽으니 올해 녹차 농사는 끝이랑께."
24절기 상 곡우(穀雨)를 앞두고 최고급 차로 꼽히는 우전(雨前)을 만들기 위해 올해 첫 찻잎을 따야 할 전남 보성지역 농민의 손이 멈췄다.
이 시기 노르스름한 빛이 감도는 연둣빛 어린잎이 싹터야 하지만, 대표적인 녹차 주산지 전남 보성군 회천면 다수의 녹차 밭이 회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말라가고 있었다.
색이 바랜 녹차나무의 잎과 가지는 손만 대도 과자 부스러기처럼 힘없이 바스러졌다.

특히 보성 회천면 봇재 인근 안명순(71·여) 씨의 녹차 밭은 상태가 더 심했다.
20만㎡에 달하는 광활한 녹차 밭에서 푸른 것은 잡초뿐이었고, 푸릇해야 할 녹차나무는 초록빛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심각했다.
안씨는 "고급 차인 우전을 따야 할 시기인데, 뒤늦게 새잎이 나더라도 이미 늦었다"며 "올해 차 농사는 망친 셈이다"고 힘없는 목소리로 한탄했다.
녹차 밭이 시든 원인은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에 동해 피해를 본 것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힘겹게 햇찻잎을 틔운 나무마저 지난 7일 이례적으로 눈까지 내리고 영하권 기온이 이어지면서 냉해까지 입어 수확을 거의 못하게 됐다.

문제는 올해 농사만이 아니다.
녹차나무의 잎과 가지는 물론, 땅속 잔뿌리까지 말라 죽어 다시 건강한 새잎을 틔우려면 최소 2년은 더 걸릴 것으로 농민들은 내다봤다.
일부 녹차나무라도 수확을 할 수 있는 농가도 한숨이 쏟아지긴 마찬가지다.
비교적 이른 시기에 자란 찻잎이 올봄 냉해 피해로 시들면서, 뒤늦게 자란 찻잎을 따기 위해 뻣뻣한 나뭇가지 사이로 손을 집어넣어 찻잎을 따는 작업이 쉽지만은 않은 탓이다.
어려운 작업에 인건비도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약 3만㎡ 녹차밭 중 양지바른 곳 일부에서만 우전 녹차를 수확하고 있는 주병석(58) 보성차생산자조합 대표는 "보성 녹차가 동해 피해를 입어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오해 탓에 어렵게 수확한 녹차마저 판로가 막힐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보성 지역에서 동해·냉해 피해를 입은 녹차밭은 312ha로 전체 재배면적의 약 82%로 추정된다.

pch8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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