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삼성본관' 더부살이 길어진다…시공사 선정 분쟁

입력 2018-04-20 11:48  

한은 '삼성본관' 더부살이 길어진다…시공사 선정 분쟁
재건축 공사 계약 지연…낙찰자 계룡건설, 국가분쟁조정위원회 올라가
올초 착공해 2020년 상반기 입주 계획 무산…월 13억원 임대료 지출 중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김수현 기자 = 한국은행 3천600억원 규모 통합별관 재건축공사를 맡은 건설사의 자격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자칫 건설사 선정부터 다시 하게 되면 한은의 삼성본관 더부살이가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월 13억원에 달하는 임대료 지출이 늘어나면 결국 국민 부담이 예상보다 커지는 셈이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통합별관 재건축공사는 당초 올해 초에 시작해서 2020년 상반기에는 입주를 마치는 일정이었으나 현재 건설사와 계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조달청이 작년 12월 한은 통합별관 건축공사 입찰을 통해 계룡건설[013580]을 1순위 시공사로 선정했는데 2순위인 삼성물산[028260]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계룡건설이 입찰금액을 2천831억원으로, 한은의 입찰예정가(2천829억원)보다 2억원 높은 금액을 써낸 점을 지적했다.
삼성물산은 입찰예정가보다 300억∼400억원 적게 입찰금액으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또 2010년 부산대병원 공사 심의 때 계룡건설 임원이 조달청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줘서 부산대병원에서 부정당업체로 제재받았는데 한은에 통보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를 삼았다.
이번 심사에서 48개 항목 중 45개에서 서로 다른 심사위원들의 환산점수가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일치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지적했다.
한은은 2월 조달청과 계룡건설에 공문을 보내 계약협의를 중단하고 기재부에는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예정가격을 초과해서 계약할 수 있는지와 부정당업자 제재가 다른 공공입찰 참가 자격에 미치는 효력 범위 등을 물었다.
그러나 기재부는 지난달 말 국가계약법상으로 예정가격을 초과하는 계약을 금지하는 법령은 없다고 답했다.
부정당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되느냐는 물음에도 "부정당업체 제재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령은 없다"고 답했다.
한은은 기재부 입장 변화가 더 없을 것으로 보고 재질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2순위인 삼성물산은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위원회에서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께 기각이나 심사 개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기각 결정이 나오면 한은은 계룡건설과 계약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수용하지 않고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한은은 상당한 리스크를 안게 된다.
다만 이제까지 사례를 비춰봤을 때 법적 분쟁으로 갈 경우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법원은 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만약 위원회가 심사하기로 결정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
위원회에서 계룡건설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2순위 업체와 계약을 할 수도 있지만 다시 공모할 수도 있다.
한은 관계자는 "위원회에서 기각 결정을 하게 되면 2순위 업체와 계약을 하라든지, 재입찰을 하라든지 하는 결과도 알려줄 것으로 본다"며 "추후 일정이 어떻게 될지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선 어떻게 진행되더라도 입주 시기가 꽤 늦춰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한은 별관은 1964년 건립됐으며 최고 등급인 '가'급 국가보안시설임에도 주변에 고층건물이 들어서면서 현금수송차량의 동선이 노출되는 등 보안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 재건축에 들어가기로 했다
제2별관도 안전상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문화재로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문화재청과 서울시, 학계의 의견에 따라 현 외관을 보존하기로 하고 내부 수리만 할 계획이다.
1912년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의 은행건물인 한은 구관은 문화재(사적 제280호)로 등록돼 재건축이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 신관은 지상 16층, 지하 3층 규모로 1987년 1월 준공됐다.
한은은 신관 등 본관에 대해서도 내부 수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1912년 일제가 건설한 구관(현 화폐박물관)에서 출발한 한은은 1932년에 지은 2별관과 1964년 건설한 1별관, 1987년 준공한 본관, 2005년 매입한 소공별관으로 구성됐다.
한국은행은 전쟁 당시를 제외하면 남대문로 한은 자리를 떠난 적이 없다.
porqu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