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연루' 13년 수감 카타르인 "미국에서 고문당했다"

입력 2018-04-26 11:55  

'9·11 연루' 13년 수감 카타르인 "미국에서 고문당했다"
알리 알마리, 석방 3년 만에 말문 열어…"책임 물을 것"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나는 미국 땅에서 고문을 당했다…사죄는 필요하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
2011년 9·11 테러와 관련해 비(非)미국인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본토 안에 13년 동안 갇혔던 카타르인 알리 알마리가 고문을 당했다며 수감 중 처우에 대해 처음 말문을 열었다고 영국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년 전 풀려난 알마리는 결백을 주장하면서 자신을 심문한 미국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밝혔다.
알마리는 9·11 테러 하루 전날 아내, 5명의 자녀와 함께 미국 시카고에 입국하면서 미국 사상 최악의 테러와 마주하게 된다.
호텔 방에서 9·11 테러 소식을 들은 뒤 직감적으로 출국하려 했지만 모든 공항의 운영이 중단되면서 불발됐다.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지면서 알마리는 약 3개월 후 고향에서 온 짐가방을 찾으러 갔다가 FBI에게 체포됐다. FBI는 미국 수로들이 표시된 백과사전, 독성 화학물질 인터넷 검색, 미국인 신용카드 번호 수백 개가 든 출력물을 찾아냈다.
알마리는 공부하러 왔다는 주장을 폈으나 이미 10년 전에 미국에서 학위를 따 공백이 큰 데다 이번에는 학기가 시작된 뒤 2주 후에야 들어왔다는 점에서 의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신, FBI 측은 미국의 수로들에 청산가리를 풀고 은행 시스템에 혼란을 줄 생각이었다고 의심했다. 또 알마리가 파키스탄의 알카에다 훈련장을 방문했고 9·11 테러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할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만났다고 주장했다.
결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003년 그를 '적 전투원'으로 선언하면서, 그는 기소도 없이 6년간 미 해군 수용시설의 독방에 갇혀 지냈다.
자신의 혐의에 묵묵부답이던 알마리는 2009년 민간법정에서 알카에다에 물품 지원을 한 혐의를 인정했고, 이전 수감 기간을 포함해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알마리는 이번에 가디언을 통해 FBI의 혐의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비인간적인 고문과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아내가 책상을 정리하면서 자신이 관심이 많아 펴놓았던 큰 호수나 긴 강 코너에 표시를 했다는 것이다. 처남이 운영하던 회사의 화학물질 수입을 자신이 검토했다며 수입대상은 청산가리 말고도 200~300개의 화학물질이 더 있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번호 출력물도 사업차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동안 시간이 남아 알고리즘에 대해 조사하다가 다운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3년부터 오싹한 감옥에 갇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이 깎인 채 수면 박탈과 고립을 겪었고, 한때 입속에 천을 넣어 목을 막아버리고 머리를 테이프로 감는 '드라이 보딩'이라는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알마리는 "성적 학대를 하겠다는 위협, 내 아내를 성폭행하겠다는 위협, 내 아이들을 가두겠다는 위협, 나를 군 실험용 쥐처럼 되게 하겠다는 위협, 숨을 막아 거의 죽게까지 한 것은 모두 고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좁은 콘크리트 감방에서는 밤낮을 알 수 없었고, 마치 콘크리트 무덤에 매장될 것 같다는 압박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밖에 매트리스나 담요, 베개도 없이 지내는 등 미국 내 수감자 중 최악의 환경에 있었다며 "미국인들의 분노를 알지만, 그들에게 그처럼 나를 대우할 권리는 부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2009년에 유죄를 인정한 것도 기력이 모두 떨어진 상태에서 끝이 없는 터널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것이었다며 "100%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는 알마리는 중립지대에서 미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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