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시절 '자주파 논쟁' 주역 김도현씨, 대사 발탁에 관심
'다자통상외교 최전선' 주제네바 대사에 백지아 씨…첫 여성 기용
외교부측 "경력·언어·전문성 고려…연공서열 중요 고려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이상현 기자 = 외교부는 김도현(52) 삼성전자 임원을 주베트남 대사에 임명하는 등 올해 춘계 공관장 인사를 단행했다고 29일 밝혔다.
1993년 제27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에 입부한 김도현 대사는 경수로사업지원기획단 파견을 거쳐 이라크, 러시아, 우크라이나, 크로아티아 등에서 근무했으며, 2012년 기획재정부 남북경제과장을 역임한 뒤 이듬해 9월 삼성전자 글로벌협력그룹장으로 영입됐다. 지난해 11월부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스마트폰기기) 구주·CIS 수출그룹 담당 임원을 하다 대사로 발탁됐다.
삼성이 베트남에서 대규모 휴대전화 생산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삼성 임원을 주 베트남 대사로 파견하는 것이 이해 상충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김 대사가 대사직을 마치고 삼성으로 돌아갈 경우 그런 논란은 더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김도현 대사 기용에 대해 "외부의 추천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당국자는 이해상충 우려에 대해 "오해의 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그런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다. 공직자가 지녀야 할 책임감이라든가 외교부 내 시스템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노무현 정부 시절 이른바 자주파-동맹파의 갈등이 있었을 때 이종헌 현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총장과 더불어 대표적 '자주파' 인사로 꼽혔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전직 외교관에 따르면 김 대사는 노무현 정부 초기 서기관으로 재직중일 때 북미국의 한 과장이 사석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이종석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등의 대미외교 정책을 모욕적인 표현을 섞어 비판한 사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그 일은 윤영관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임으로 연결됐다.
외시 기수 기준으로 전임 주 베트남 대사(이혁 현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보다 무려 14기 아래인 김 대사의 기용에 대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외교부 당국자는 김 대사 인선을 포함한 이번 인사 전반에 대해 "경력이나 언어, 지역전문성을 포괄적으로 고려했고 연공서열은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 23개 공관장 자리(대사 19명·총영사 4명)에 대해 단행된 이번 인사에서 백지아 외교안보연구소장은 주제네바대표부 대사에 임명됐다. 다자통상외교 최전선인 제네바대표부에 여성이 공관장으로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이란대사에는 유정현 전 외교부 남아시아태평양국장, 주 브라질 대사에 김찬우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주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에 조병욱 전 주미공사, 주 그리스 대사에 임수석 전 외교부 유럽국장, 주 노르웨이 대사에 남영숙 세계스마트시티기구 사무총장, 주 몽골 대사에 정재남 주 우한(武漢)총영사가 임명됐다.
또 주 알제리 대사에 이은용 전 외교부 문화외교국장, 주 카타르 대사에 김창모 행정안전부 국제행정협력관, 주 쿠웨이트 대사에 홍영기 전 외교부 국제경제국장, 주 싱가포르 대사에 안영집 주 그리스 대사가 임명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의 과도 정부때부터 지난달 초까지 외교부 북미국장을 지낸 조구래 전 국장은 주 튀니지 대사에 임명됐다.
총영사로는 광저우(廣州)에 홍성욱 전 한-아세안센터 기획총무국장, 두바이에 전영욱 주 코스타리카 대사, 우한에 김영근 전 국회사무총장 비서실장, 이스탄불에 홍기원 인천광역시 국제관계대사가 각각 임명됐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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