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풍수에선 마음 편하고 자연과 통하는 곳이 명당

입력 2018-05-03 06:15  

한국 풍수에선 마음 편하고 자연과 통하는 곳이 명당
신간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미신 혹은 고루한 전통쯤으로 인식됐던 풍수(風水)가 2000년대 들어 학문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지리학 전공자가 풍수를 주제로 발표한 논문은 1970년부터 1999년까지 20여 편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들어 40여 편으로 급증했다. 2010년부터 8년간 나온 논문도 30편 남짓이다.
서울대 교수직을 내던진 최창조 박사와 윤홍기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가 이끌던 풍수 연구는 이제 자연지리를 전공한 교수도 가세할 정도로 지리학계에서 꽤 매력적인 주제가 됐다.
풍수 논문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최원석 경상대 명산문화연구센터 교수는 신간 '사람의 지리, 우리 풍수의 인문학'에서 한국 풍수는 이른바 '생활풍수'이자 '마음풍수'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8세기께 중국에서 들어온 풍수가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았는지 설명하면서 지배층이 수도를 정하거나 왕궁, 왕릉을 조성할 때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풍수를 내세웠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고려는 개성을 도읍으로 삼았으나, 위기를 겪을 때마다 서경인 평양이나 남경인 서울로 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좌청룡과 우백호에 둘러싸인 혈(穴) 앞 땅을 명당으로 여기는 논리를 배제하고 사람 사는 마을을 직접 가보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십중팔구는 산과 물이 적당히 있고, 양지바른 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인은 풍수 논리에 삶을 끼워 맞추기보다 살아가는 방도로 풍수를 유연하게 활용했다"며 "부족하다 싶으면 보완해서 살 만한 터전으로 만드는 지혜를 발휘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린 풍수에 불교가 결합하면서 '마음풍수'가 됐다고 강조한다. 불교가 들어오면서 불보살이 산천에 깃들었다는 관념이 퍼졌고, 마음이 편안하고 자연과 통하는 곳이면 명당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이를 '자연과 마음의 만남의 미학'으로 요약하면서 "한국에서는 풍수에 역사, 사회, 문화, 사람, 환경이 녹아 있기에 그 자체만 따로 떼어내서는 실체를 볼 수 없다"고 역설한다.
우리 풍수 문화의 정체성을 분석한 저자는 지리산 마을, 용인 묘지 등에 풍수를 어떻게 적용했는지 살피고 조선시대 주요 풍수 사상가인 장현광, 윤선도, 권섭, 이중환, 최한기가 설파한 풍수론을 소개한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풍수를 조상이 활용한 전통지식으로 바라보고 현대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풍수는 불교와 유교 못지않게 온 지역에서 물질적·기술적·정신적으로 실천된 문화전통이었다. 그래서 풍수를 불교와 유교에 더해 한국의 3대 문명으로 일컬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길사. 680쪽. 2만4천원.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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