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스크 무장단체 자진해산 선언했지만…상흔 여전해

입력 2018-05-04 00:20   수정 2018-05-04 16:01

스페인 바스크 무장단체 자진해산 선언했지만…상흔 여전해
ETA "조직 완전히 해체하고 정치활동 종식" 성명 발표
스페인 총리 "시끄러운 선전일 뿐…저지른 범죄 끝까지 추적해 벌하겠다"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을 상대로 납치·암살·테러 등의 방식으로 독립투쟁을 벌였던 무장단체 '바스크 조국과 자유'(ETA· Euskadi Ta Askatasuna)가 공식 해산했다.
스페인 정부는 그러나 ETA의 잇따른 화해 제스처와 해산 발표를 정치적 쇼로 일축하며 ETA의 범죄를 계속 추적해 필벌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의 이 같은 반응은 지난 40년간 ETA가 각종 테러와 암살로 829명이 희생된 것의 상처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ETA는 3일(현시간) 스페인 정부와 언론, 스위스의 국제중재그룹에 전달한 '최종성명'을 통해 "조직의 모든 부분을 완전히 해체했으며 정치활동도 종식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바스크 지방과 스페인·프랑스와의 분쟁과 정치적 폭력의 순환을 종식하고자 한다"고 했다.
ETA의 무장해제와 해산작업을 중재해온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중재그룹 '인도주의적 대화 센터'는 오는 4일 바스크지방과 국경을 맞댄 프랑스 남서부 지역에 모여 평화회담을 열 계획이다. 여기에는 북아일랜드 분쟁의 조정경험이 있는 전 신페인당 당수 게리 애덤스와 스페인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ETA는 스페인 북부와 프랑스 남서부에 걸쳐있는 바스크지방에 독립된 국가를 건설한다는 명분으로 스페인의 프랑코 철권통치 치하이던 1959년 창설됐다.
바스크인들은 스페인 내전(1936~1939) 때 프랑코 군에게 무차별 폭격을 당한 뒤 스페인에 통합됐고, 프랑코의 무자비한 탄압은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을 더욱 결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ETA는 프랑코 정부의 탄압에 납치, 자살 테러, 암살, 무장 습격 등으로 대응하면서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했다.


대표적인 테러는 1973년 프랑코의 후계자로 지목된 스페인 총리 루이스 카레로 블랑코를 암살한 것이다. ETA는 1978년 한 해에만 53명을 테러로 살해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경찰관이었다.
스페인 정부 집계에 따르면 2011년 무장해제 선언 때까지 ETA의 테러와 암살로 숨진 정부요인과 경찰, 시민 등 희생자는 829명에 이른다.
ETA의 테러 대상은 스페인 쪽에 국한되지 않았다. 조직의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역 기업가들을 납치하기도 했는데, ETA의 이런 극단적 테러리즘은 바스크의 경제를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가 결국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스페인 정부는 이날 ETA의 공식해산 선언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지방을 방문 중인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우리는 그들에게 빚진 것이 하나도 없고 그들에게 감사할 일도 전혀 없다"고 했다.
"ETA가 사라짐을 선언할 수는 있지만, 그 범죄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그들을 추적해 처벌하려는 우리의 노력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TA가 최근 들어 여러 스페인 언론들에 해산방침을 공식화하고 자신들이 벌인 테러와 암살의 희생자들에게 사죄한 것 등에 대해선 "시끄러운 선전행위"라고 일축하며 ETA의 범죄를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ETA의 본고장인 바스크 지방에서는 다수가 ETA의 무장투쟁 종식과 해산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족주의 정당인 PNV 소속의 이니고 우쿨룰루 바스크 자치정부 수반은 "ETA 존재하지 않았어야 했다. ETA의 해산은 지난 60년의 어두운 장의 종식을 뜻한다"며 환영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독립론의 불씨가 꺼지거나 프랑코 철권통치 시기 스페인의 바스크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의 상흔까지 치유된 것은 아니다.
바스크의 소도시 아구레인의 한 시민은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ETA의 해산은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한때 ETA를 지지했던 감정들이 이곳에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스크에선 분리주의 정파연합 'EH 빌두'가 2016년 지방선거에서 21%를 득표해 자치의회 원내 2당을 차지할 만큼 민족주의 성향이 여전히 강하다.
ETA의 스페인에 대한 테러에 대응해 스페인 정부군을 배후로 한 극우단체가 분리독립주의자들을 상대로 반대 테러를 자행한 사례도 적지 않다.
아울러 바스크자치정부 집계에 따르면 1960~2014년 바스크 지방에서 스페인 경찰의 고문을 받았다며 진정을 낸 사례는 4천100건에 이를 만큼, 바스크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는 스페인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강하다.
바스크 주민들은 특히 스페인이 ETA 조직원 기결수들을 가족들과 매우 멀리 떨어진 교도소에 수감한 것이 반인권적 처사라고 비난하며 이들의 이감을 요구하고 있다.
바스크 주민 페레즈 콘데(62)씨는 AFP통신에 "프랑스가 최근 기결수 ETA 조직원들을 프랑스 북부에서 남서부로 이감한 것처럼 스페인도 ETA의 선언에 응답해 그들을 가족들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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