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戰', 이스라엘 '군사戰' …두 전선 앞 이란 선택은

입력 2018-05-28 19:30  

미 '경제戰', 이스라엘 '군사戰' …두 전선 앞 이란 선택은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이 두 개의 전선(戰線) 앞에 동시에 서게 됐다.
미국이 선전포고한 것이나 다름없는 '경제 전쟁'과 이스라엘의 점증하는 '군사 전쟁'의 압박을 한꺼번에 받는 양상이다.
이란이 외부의 압박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약소국은 아니지만, 이들 두 강대국의 다양한 압박과 위협을 한꺼번에 대처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이란에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극적으로 타결되지 않는 한 미국은 8월6일부터 핵합의 이전처럼 이란에 대한 제재를 다시 부과한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이란 혁명수비대의 상주 기지가 있다면서 올해 초부터 이를 공습하기 시작했다. 또 시리아 내전 초기부터 깊숙이 개입한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도 국지적으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시리아에 파견된 이란군 장교가 여럿 사망해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이 여느 때보다 고조했다.
이스라엘군은 22일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기를 처음으로 실전 투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16년 12월 이스라엘에 도입한 F-35가 기동한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발표 시점상 이란에 대한 위력 시위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이 군사 강국이지만 공군력은 이스라엘과 걸프 수니파 왕정과 비교해 뒤진다고 평가받는다.
F-35의 작전 반경은 2천200㎞로 이란을 포함한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4일 자에 "이스라엘군이 F-35기를 실전에 투입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리아 내 드론 기지와 같이 이스라엘 국경을 넘나드는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했다.



이란은 양자택일해야 한다.
미국의 핵합의 탈퇴에 맞서 '강대 강' 전략으로 핵합의에서 제한한 핵프로그램, 즉 우라늄 농축활동을 재개하거나,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선택이다.
전자를 택한다면 핵합의라는 외교적 해법으로 진정됐던 이란 핵위기가 핵합의 이행 2년여 만에 다시 시급한 국제문제가 된다.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핵합의에서 탈퇴하겠다고 위협하자 여러 차례 '더 높은 수준의 핵활동 재개'를 경고했다.
이란 내 강경 보수파와 군부에서는 핵활동 재개뿐 아니라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겠다는 급진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이런 대치 국면은 이스라엘이 이란 내 핵시설을 폭격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이란이 미국과 핵합의 수정에 전격적으로 나선다면 미국이 대이란 제재 부활을 보류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란 핵위기도 다시 진정세에 접어들게 된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대이란 제재를 유보하는 조건으로 내민 12가지는 사실상 이란의 손발을 묶어 '백기 투항'하라고 요구하는 수준이다.
핵프로그램 포기,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과 사찰, 이란의 중동 내 개입 중지 등 이란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란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를 언급하자마자 "값싸고 무례한 언사"라면서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게다가 미국과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이란 현 정부가 크게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의 경제 전쟁 선포에 대해 이란은 일단 유럽 핵합의 서명국(영·프·독)과 중국, 러시아와 일단 공조하면서 대응책을 모색하는 양자택일의 중간 영역에 머물고 있다.
특히 유럽 측에 미국의 대이란 제재와 관계없이 이란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실질적으로 보증하라고 압박을 높이는 상황이다.


이란은 6월 중순 정도를 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한 유럽과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향후 2∼3주 안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란도 핵합의를 탈퇴하는 강경한 길로 기울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설사 유럽 측이 핵합의를 지키겠다고 정치적으로 맹약해도, 과연 유럽 기업이 이를 믿고 이란 사업과 투자를 계속할지는 미지수다.
최근 이란 투자를 유보한 프랑스 에너지 기업 토탈의 패트릭 푸얀네 최고경영자(CEO)는 24일 "토탈처럼 사업장이 세계 곳곳에 있는 큰 회사는 미국과 엮이지 않을 도리가 없다"면서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피할 방법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란도 유럽 기업의 철수 움직임을 예상하고 미국의 영향권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난 터키, 인도, 중국, 러시아와 인근 중앙아시아 국가와 긴밀한 정치·경제적 연대를 구축하는 데 분주하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란에 적대적인 두 강대국이 동시에 이란을 압박하는 것은 중동에서 이란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이 최근 수년간 이들에게 위협적일 만큼 확장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장기화한 시리아, 예멘 내전과 이슬람국가(IS) 사태는 이란은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예멘 등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명분이 됐다.
지리적으로도 시리아 내전은 이스라엘과, 예멘 내전은 미국의 전통 우방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인이 국경을 마주 보고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긴장 국면이 조성됐다.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공적' 이란의 군사력에 물리적으로 가장 근접한 셈이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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