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지능' 하워드 가드너 "창의성은 머릿속에 없다"

입력 2018-05-28 14:52  

'다중지능' 하워드 가드너 "창의성은 머릿속에 없다"
자전적 에세이 '창의성의 열쇠를 찾아서' 국내 첫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영 하위는 나치를 피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로 이주한 유대계 독일 가정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이 넉넉하진 않았지만,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알아본 열성적인 부모 덕분에 열두 살까지 '피아노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조숙한 편이던 그는 어릴 적부터 책 읽기를 즐기고 언어와 수학에서도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하지만 운동에는 영 소질이 없었고 색맹에다 시력이 좋지 않았으며, 사람 얼굴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림이나 요트 같은 다른 시각·공간 활동에도 서툴렀다.
심리검사 결과는 미래 직업으로 성직자가 어울린다고 했으나,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 진학해 심리학자의 길을 걸었다.
그는 '다중지능' 이론으로 전 세계 교육계와 심리학계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다.



신간 '창의성의 열쇠를 찾아서'(원제 To Open Minds·사회평론 펴냄)는 가드너 교수가 1989년 출간한 자전적 에세이로 국내엔 처음 번역, 소개됐다.
스스로 "내 책들 중 가장 개인적"이라고 평할 만큼 책에는 저자의 세세한 성장 과정과 내밀한 심리가 잘 담겼다. 다중지능 이론의 탄생 비화라 할 만하다.
가드너 교수는 IQ 점수로 대변되는 단선적인 전통적 지능 개념을 비판하고, 언어 지능, 음악 지능, 공간 지능, 논리수학 지능, 신체운동 지능, 대인관계 지능, 자기성찰 지능 등 7개 영역으로 구분되는 새로운 지능이론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지능들이 어떤 목적에 쓰일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나 문화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다. 이런 연구 결과는 1983년 저서 '지능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소개됐다.
이 책은 '지능이란 무엇인가'에선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창의성에 천착한다. 특히 그가 네 차례 중국 방문을 통해 대조적인 미국과 중국의 교육 제도와 현실을 비교함으로써 얻어낸 창의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진보적이란 평가를 받는 미국식 교육은 학생들의 자립성과 독창성을 중시하고, 이를 창의성의 원천으로 여겨 기술 습득보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장려한다.
반면 천자문 암송과 서예로 대표되는 중국식 교육은 반복훈련을 통한 기초기술 습득을 우선시하고, 창의성은 기술을 완벽히 익힌 뒤 응용 단계에서 발휘될 수 있다고 본다.
가드너 교수는 경직된 중국 교육과 수업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도제식 교육이 갖는 장점에 깊이 매료된다. 그는 중국이 전통의 모방과 반복훈련을 강조하는 교육을 통해 최고의 창의적 인재들을 배출하고 있고, 오랜 세월 점진적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 문명을 일궈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가드너 교수는 "네 번째 중국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나는 판단력이 부족한 진보주의자였다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는 미국에서 대세로 자리잡은 진보적 교육론이 역사는 짧고 이민자가 많은 탓에 전통의 권위는 약한 대신 자유롭고 실험적인 태도가 강한 미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의 산물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중국 교육에서 보고 느낀 경험을 토대로 기초기술 교육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미국 교육의 맹점을 파악하고 자신이 믿어온 진보적 교육론을 수정한다. 기초기술 습득을 위한 도제식 교육 역시 필요한 교육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미국 교육에도 일정한 연령 구간(7~14세)에서 도제식 교육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다.
가드너 교수는 양 극단에 있는 미국과 중국의 한계를 직시하고 양쪽 제도의 절충을 시도하는 한편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의성의 개념을 확장한다.
그는 개개인의 자립성과 독창성을 근간으로 한 진보적 교육을 여전히 중심에 두면서도, 이를 문화와 환경이 다른 국가와 사회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경우에 따라선 전통의 모방을 우선시하는 도제식 교육도 얼마든지 창의성의 토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의성이 계발돼 발현되는 시기와 방식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그는 창의성이 온전히 개인의 머릿속에 존재한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창의성은 개인의 지능을 넘어 타인과 자신이 속한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고,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만 제대로 평가될 수 있다고 결론짓는다.
"결국 나는 창의성의 본질과 그 계발을 재개념화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창의성은 과거와의 근본적인 단절로 간주되거나 아주 어렸을 때부터 계발될 필요가 없다. 창의성은 의외의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개인에게서, 생애의 전 기간에 출현할 수 있다."
김한영 옮김. 444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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