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마트폰 '빅4', 印·동남아 시장 총공세…점유율 삼성 제쳐

입력 2018-05-30 11:22  

中 스마트폰 '빅4', 印·동남아 시장 총공세…점유율 삼성 제쳐
FT "中 업체들, 국내시장 포화·미·중갈등에 남동아로 진출"
과감한 광고·높은 인센티브·가격 경쟁력으로 점유율 높여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인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신흥시장에 대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제조사인 우리나라 삼성전자(삼성)가 이들 중국 '연합군'에게 이들 지역에서 이미 지난해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일본의 아시아 경제전문지인 '닛케이 아시안 리뷰'를 인용해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남동아시아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고 있는지를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FT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세계 제1위의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미국 시장에서는 무역갈등이 심화하자 인도와 동남아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세계 제2위의 스마트폰 시장인 인도에서는 샤오미가 가격 전략을 수정해 오랫동안 부동의 1위였던 삼성을 제치고 6개월째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비보가 지난 3월 29일 신제품 'V9' 출시에 맞춰 대규모 갈라쇼를 하면서 현지 시장을 흔들고 있다.
비보는 세계 최대의 불교건축물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자바 섬의 보로부두르 사원에서 인도네시아의 유명 가수 아그네즈 모의 콘서트를 곁들인 화려한 갈라쇼를 개최했다고 FT는 전했다. 비보의 신제품 출시 행사는 현지 TV 방송국 12곳의 전파를 탔다.
이 행사는 비보뿐만 아니라 오포,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인도네시아 시장 장악을 알리는 '축포' 성격을 띠고 있었다.




미국의 시장분석기관인 IDC에 따르면 비보, 오포, 화웨이 등 중국 3개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남동아시아의 5대 시장에서 작년에 총 2천98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반면 삼성은 이 지역에서 2천930만대를 파는 데 그쳤다.
삼성은 불과 4년 전인 2013년에는 이 지역에서 이들 중국 업체보다 20배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미국이 중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통상압력을 가하는 상황과 맞물려 인도와 동남아 시장이 새로운 공략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시장의 정체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신흥시장으로 진출하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작년 12%가량 축소됐다.
특히 비보와 오포는 국제행사 후원이나 대규모 광고 등을 통해 연간 매출 대수 1억 대에 달하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비보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을 후원하기로 국제축구연맹(FIFA)과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 후원 계약은 축구가 남동아시아 지역에서 인기 스포츠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비보의 브랜드 파워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오포는 태국 방콕 중심가 상업지구로 진입하는 거리와 수쿰윗 지하철역 등에 광고판을 설치했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대형 쇼핑몰 ITC쿠닌간의 스마트폰 판매점은 녹색의 오포와 푸른색이 비보 간판으로 뒤덮여 있다.
이곳의 한 매장에 진열된 약 50대의 스마트폰은 모두 비보나 오포 제품이라고 FT는 전했다.
이 매장의 매니저는 "중국 업체들은 판촉용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는 것은 물론 광고 수수료까지 준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은 광고비를 아끼지 않는다. 삼성과 가까운 한 취재원은 "비보와 오포의 광고비는 무궁무진하다"면서 "이들 업체가 민간기업인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의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도 시장 점유율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폰을 판매 대수에 따라 영업사원에게도 몇 달러씩 인센티브를 준다고 FT는 소개했다.
IDC의 한 시장 분석가는 판매점들은 삼성 스마트폰을 팔 때보다 중국산 스마트폰을 팔 때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인센티브 정책에 따라 인도와 동남아 지역의 중국산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매장은 급증하고 있다.
태국에서 오포 스마트폰 판매점은 2015년에는 2천개 미만이었지만 지난해 9월에는 1만 개를 넘어섰다.
중국 업체들은 또한 미얀마와 같은 저개발국가 공략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이 범용화되면서 기능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는 점차 어려웠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애플의 경우 작년 인도와 동남아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450만대 판매하는 데 그쳤다.
중국 스마트폰은 가격 측면에서 애플의 아이폰에 비해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방콕 시장을 예를 들면 비보의 'V9'은 1만1천 밧(약 37만 원)이면 살 수 있지만, 2015년에 출시된 아이폰6의 경우 1만8천500밧(약 62만 원)을 줘야 살 수 있다.
방콕의 한 스마트폰 판매점에서 오포 제품을 구매하려는 30대 여성은 "아이폰이나 오포, 비보 제품에는 차이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센티브와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도 전략상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인도와 동남아 지역에서의 스마트폰 판매 대수는 작년 1억대로 2016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올해는 1억500만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IDC는 전망했다.
시장이 정체될 경우 오포나 비보가 더 많은 이윤으로 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고 IDC의 전문가는 지적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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