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가 빚을 진 남자, 조르조 바사리

입력 2018-05-31 15:49  

르네상스가 빚을 진 남자, 조르조 바사리
고전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한길사서 6권으로 재출간
치마부에부터 다빈치까지 200여명 전기문학식 소개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르네상스라고 하면 흔히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보티첼리 정도를 떠올린다. 예술가를 후원하면서 문예부흥을 견인한 메디치 가문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거장 반열에 오르지 못했고 부나 권력을 자랑한 것도 아니지만, 르네상스를 언급할 때 항상 호명되는 이가 있다. 1511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화가, 건축가로 활동한 조르조 바사리다. 그는 미술사에서 첫 손에 꼽히는 고전인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저자다.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은 바사리가 르네상스 예술가 200여 명의 삶과 작업을 설명한 책이다. 바사리는 39살이던 1550년 초판을 출간했고, 18년 뒤에는 개정 증보판을 냈다.
국내에서도 1986년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전'(출판사 탐구당)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고전이 한길사에서 재출간됐다. 1, 2권이 먼저 나왔고 올 하반기까지 4권이 더 나올 예정이다. 생화학자이면서 번역가였고 미술을 애호했던 이근배(1914~2007) 전 조선의대 교수가 18년간 매달린 완역본에 고종희 한양여대 교수가 해설을 덧붙였다.
첫 번째 주인공은 조반니 치마부에. 1302년 세상을 뜬 중세인 치마부에를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르네상스 회화의 선구자인 조토 디 본도네(1267~1337) 스승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2권까지는 이 외에도 이른바 '천국의 문'을 제작한 로렌초 기베르티(1378~1455), 피렌체 대성당 돔을 설계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1377~1446),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 '성 세바스티아누스'의 화가 안드레아 만테냐(1431~1506) 등 건축과 회화, 조각에서 명성을 떨친 이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멀게는 700여년 전 인물들을 다뤘음에도 지루하지 않은 것은 전기문학 형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전기와 이론서, 소설뿐 아니라 묘비명, 풍문까지 끌어다 작가를 설명하고 작업과 기법 등을 상세히 분석한다. 고 교수는 해설에서 "사진기나 컴퓨터가 없었던 시절,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며 무한한 스토리텔링이 가능했음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책은 저자 스스로 자부했듯이 예술가들의 명단이나 작품 목록을 일목요연하게 읊조리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나름의 예술론을 토대로 예술의 재생과 진보, 퇴조 과정을 관찰했다. 이에 따라 미술을 전기, 전성기, 후기 르네상스 3기로 분류했다. 루카 시뇨렐리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처럼 같은 시대에 활동했더라도 양식과 경향이 다른 예술가는 동일한 기에 넣지 않았다.
저자가 고대의 재생, 부활을 뜻하기 위해 처음 사용한 '레나시타'(renascita)는 훗날 '르네상스'라는 말의 기원이 됐다. "바사리가 이 책을 저술하지 않았다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미술사를 연구하는 사가들은 아직 암흑 속에서 헤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19세기 역사학자 야코프 부르크하르트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대로 평가받는 르네상스는 그 길잡이를 자처한 바사리에 큰 빚을 졌다.
저자는 1권 첫머리에서 "이탈리아 각지에 흩어진 고대뿐 아니라 근대 건축가, 조각가, 화가들의 아름다운 작품들도 그들 이름과 함께 날로 없어지고 잊히고 있다"고 개탄했다. "힘닿는 한, 제2의 죽음으로부터 그들 이름을 지켜서 세상 사람들이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저자의 약속은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을 통해 지금까지 지켜지고 있다.
신간에는 원서와 달리 컬러 도판을 첨부해 이해를 도왔다. 1권 648쪽. 4만5천 원. 2권 736쪽. 4만5천 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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